바보들의 배 - 어리석은 삶을 항해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팀 구텐베르크 옮김 / 구텐베르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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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인문 교양서이자 유럽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역작이다. 1949년 당대 사회의 정치. 종교. 문화를 통렬하게 풍자하는 사회 비판서이자 우인문학의 시초로, 고전문학과 성서, 역사서, 잠언집 등 다양한 문헌에 대한 폭넓은 인용과 날카로운 해석이 담긴 인문 교양서로도 큰 역할을 했다.

<바보들의 배>는 세상 온갖 바보들의 천태만상을 예순 번의 바보를 통해 소개한다. 탐욕, 시기심, 욕정, 허영, 자만으로 가득찬 중세 사회의 어두운 인간상을 고발한다. 인간과 사회를 고발하는 강력한 수단이자 참된 의미를 반추하는 풍자로 실랄하게 비판한다. 바보들의 배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바보들의 배에 함께 오를 것인가, 아니면 부두에 남을 것인가. 인간군상의 온갖 어리석음을 유쾌하면서도 냉소적으로 그린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시선을 통해 현재 나의 모습과 참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덕목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소 제목 <어리석은 삶을 항해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의 우매한 인간 첫 번째 바보로 <쓸모없는 책 수집에 집착하는 자>를 들었다. 모든 것이 책 안에 있을 뿐, 내 안에 아무것도 없는. 책 내용보다 고운 장식과 표지를 보는 일을 즐기는 자.

여기서는 성직자나 학자를 들었지만 사실 책 수집에 집착하는 사람들 많이 봤다. 더군다나 성직자나 학자도 아니면서. 나도 책에 집착하는 편이라 이미 읽었지만 버리질 못한다. 유일하게 그림책만 조카에게 전해주었고, 각각의 사연들로 끌어안고 있다.

여섯 번째 바보 <태만한 아비가 자식에게 남긴 악습>은 지금 부모가 된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한다. 아버지의 어리석은 방관과 부주의는 자식을 죄악의 길로 빠져들게 한다. 아이들은 아비를 본받기 때문에 장래를 위해 어릴때부터 잘못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그밖에 바보들을 언급하면서 열한 번째 바보가 <거룩한 성서를 멸시하는 자>인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이들을 꼬집는다. 또한 자신의 판단만이 최고라고 고집하지 말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현명하고 유익한 조언과 지혜를 거부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열여섯 번째 바보 <탐식과 주정으로 파멸하는 자>는절제없이 술과 음식에 탐닉하는 자를 들었는데 술은 못해도 음식 앞에 자제력을 잃는 내가 바보 아니겠는가. 스물일곱 번째 바보 <쓸모없는 학업에 매달리는 자>로 어리석은 시간 낭비를 들고 있다.

어리석은 자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도 만족을 모르고 지금 주어진 은총을 외면하고 죄 속에 머무는 자. 근거 없이 아내를 의심하고 감시하는 남편. 헛된 경험만 쌓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방랑자. 사소한 일에 크게 노하는 자 모두 바보다.

너무 많은 바보가 있음에 다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중에 쉰다섯 번째 바보 <자기 일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함견하는 자>가 세상에 참 많다. 남의 문제는 한 발 뒤로 물러나 관조하고 굳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 여력이 있을때 친구나 이웃을 돕는 것이 맞다.

각 장의 광대 복장을 한 목판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그림만 봐서는 뭔지 모르겠다가 글을 읽고 나면 찰떡같이 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21세기의 우리가 15세기 철학자에게 바보들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참된 평온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수많은 바보들이 자기 자신을 최고라고 여기며, 흉한 모습과 무지로 가득차 있어도 거울 속에서 만족을 찾는다. 이런 착각 속에서 깨어나야 한다. 어리석은 자들의 배는 어리석음으로 침몰할 테고 그 배에 오르려는 자도 똑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과거를 거울삼아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안겨주고 인간의 덕과 선의 길로 안내하는 '바보들의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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