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돌 #육월식 #엄마 #딸 #엄마와딸 #모녀그림책 #미디어창비 #창비서포터즈 #엄마생각 #미디어창비감사합니다벌써 창비 서포터즈 마지막 도서다. 그동안 그림책이 주는 심오한 끌림에 그림책의 매력과 배움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번 <검은 돌>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그림책보다 더 특별나다. 두번 아니 세번 반복해서 읽고 소개한다.어느 날, 인이 태어난다. 연은 먹는 법과 자는 법을 가르쳐 주고 말하는 법과 생각하는 법도 알려준다. 이렇게 화자인 '인'과 엄마인 '연'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뾰족한 가시를 찌르면서 살아간다. 선인장들이 화분 안에서 꽁꽁 동여맨 채 살아가는 장면은 올가미를 떠올린다.하지만 어느 날, 뜻밖의 변화가 찾아온다. 길을 만난 것이다. 길은 일 년 내내 포근하고 따뜻한 바람을 실컷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창가에 사는 라벤다도 가고 싶은 곳이 있다니 인은 바다와 새도 궁금해진다."바다에서 온 새가 그랬어. 내 고향에선 누군가 어떤 곳을 완전히 떠날 때 등 뒤로 검은 돌을 던진대."길의 말에 인이 묻지만 연은 그런 곳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정적 속에서 가시 끝을 떤다. 그렇게 바다를 그리워 하다가 새를 만난다. 인은 어떻게 하면 바다로 갈 수 있는지 묻고 새는 이미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아마도 여기서 새는 지식이나 경험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상징한다. 인은 더 큰 가능성을 믿고 스스로 화분에서 걸어 나온다. 선인장에 다리가 생기는 부분은 아무리 깊은 상처로 찔리고 베인 상태라 해도 상처만 주는 가족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다.그럼 인은 고통에서 벗어났을까. 어디에 가도 연을 끊을 수 없는 인은 '숨'이라는 사랑스런 아이를 얻지만 어떤 감정인지 완벽하게 알아차리는 숨에게 똑같은 고통을 준다. 숨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연과 지나치게 닮아 있다.인은 온통 '엄마'라는 나쁜 기억에 괴로워한다. 비로소 손 안의 검은 돌과 마주선다. 툭, 바닥에 떨군 무언가로 태어나 처음으로 포근하고 따뜻한 바람을 느낀다. 검은 돌은 미련이고 집착이 아닐까 싶다. 엄마와 딸의 애증관계는 대를 이어 가고, 비로소 자신을 인정할 때 굴레에서 벗어난다.검은 돌이 상징하는 '엄마'라는 존재는 특히나 대한민국이라는 가족의 형태에서 더 잘 나타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엄마라는 존재는 아들보다 딸에게 더 집착하기도 한다. 아들은 그럴수 있지만 애착 대상인 딸은 분신처럼 여긴다. 우리 안의 '인'과 '연'을 돌아보며 검은 돌을 깊은 곳으로 던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냥 그림과 짧은 글로만 읽고 이해하기엔 전하는 바가 크다. 평론가의 해설을 읽고 다시 읽었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울림은 나처럼 고3 딸내미가 있는 사람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나도 엄마이기 이전에 딸이었다. 딸이 아홉인 딸 부잣집 중간의 나는 존재감없이 자랐다. 엄마가 내게 바라는 바가 없는 것처럼 나도 크게 바라는 게 없었다. 지금은 치매에 걸린 엄마의 목욕을 시켜주려 가고 있다. 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만으로 안심하고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나는 검은 돌을 언제 던졌던가. 어쩜 무거운 돌덩어리 하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이 땅의 엄마들이 조금 자유로워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