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달이 뜨는 밤, 죽기로 했다
조영주 지음 / 마티스블루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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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달이뜨는밤죽기로했다 #조영주 #마티스블루 #박소해의장르살롱 #그믐 #도서협찬

박소해의 장르살롱 19번째는 조영주 작가님의 신간이다. 판타지 힐링소설이라는데 책표지도 예쁘고, 어떤 이야기로 은밤죽이 끓어 오를지 그믐 모임도 기대된다. 그럼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겁이 많은 그녀는 흙길을 골라 분묘 옆길을 걷는다. 텃밭 옆에 목을 매기 좋은 커다란 나무와 의자가 놓여있다. 올가미를 만들어 양손에 쥐고 막상 죽는다고 생각하자 겁이 난다. 도서관의 연체 문자에 헛웃음을 짓고 그렇게 올가미에 목을 맨다.

뭐가 잘못된걸까 그녀는 죽지 않는다. 그런데 의자가 사라졌다. 밤하늘의 은달이 세상을 감싸듯 따뜻한 빛을 뿜고 게다가 꼬리가 달려 있다. 노려보니 그건 굴뚝이다. 발 디딜 의자를 빌리려 굴뚝 딸린 집에 간다.

커피 머신 앞에서 그녀에게 들어오라는 할머니는 라떼를 건넨다. 여기는 카페 은달. 하늘에 은달이 뜬 날만 여는 갓 구운 빵과 커피를 파는 곳이다. 할머니가 권하는 쿠키를 먹으며 어쩐 일인지 낯을 가리는 그녀가 수다를 떤다.

죽어서 편해지고 싶은 그녀에게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을까 묻는다. 로또가 안 된다면 뭐가 좋을까 혼잣말을 하던 할머니는 아메리카노와 치즈케이크를 들고 나온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맛있게 먹고 의자를 빌려 나온다.

휴대폰의 시간은 23시 52분으로 계속 멈춰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한번 목을 맨다. 이런 편안하다. 죽고 싶어도 죽을수가 없다. 뭐지? 의자를 다시 들고 은달 카페로 간다. 할머니의 정체는 뭘까? 꿈을 꾸는 것일까? 이번에 홍차를 권한다.

자꾸 뭘 먹이고 이번에는 장소를 바꾸자고 한다. 피크닉 가방을 싸서 향한 곳엔 벚꽃비가 내린다. 배나무밭을 가로지르자 흙길을 따라 낯익은 장소가 나온다. 할머니는 자전거를 발견하고 함께 타자고 한다. 용기를 주는 할머니 덕에 저수지까지 간다.

그녀가 일하던 도서관에 도착하자 긴장한다. 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간이 멈춘 후, 그녀는 은달 카페에서 할머니와 지낸다. 소금빵을 굽고 서툰 솜씨로 커피를 내린다. 그녀는 은달 카페를 나서면 늘 집으로 가서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할머니는 그녀의 속마음을 읽는다. 할머니가 우울하면 은달 카페마저 어두워지고 주변도 추워진다. 할머니의 마음에 따라 환해지기도 한다. 접시를 깨고 죽고 싶다는 기분이 들자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고 한다. 할머니처럼 되고 싶다고 느낀다.

할머니가 준 하트 초콜릿을 먹자 할머니가 사라진다.
두려움을 느끼며 서랍에서 두툼한 노트를 꺼낸다. 세세하게 적혀있는 자료에서 하트 생초콜릿 레시피를 발견한다. 혼자 힘으로 무언가에 도전하는 게 굉장히 오랜만이란 사실을 알지 못한다.

생초콜릿도 만들고 할머니를 찾아 평평시를 떠돌다
온달 베이커리 카페를 만난다. 차월우라는 낯선 여성에 실망한다. 하지만 메시지를 찾기 위해 아르바이트도전을 위해 계속해서 모닝빵을 만들고 눈물의 소금빵도 완성한다.

소설은 죽음을 청하던 그녀가 우연히 은달 카페를 가게 되고 시간 여행을 겪으면서 차츰 삶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다. 빵을 구워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설정때문인지 빵 레시피가 자세히 나와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빵은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과거로 가기도 한다. 다섯번의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용기냈던 그녀는 결국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게 된다. 작은 행복만으로도 충분한 삶이라는 것을. 재미와 감동을 주는 힐링소설이었다.

단검에 꽂힌 빵을 보고 놀랄 일본군, 한국 방문후 소년을 보고 놀랐을 암스트롱, 소설속 구보가 놀랄일은 없으나 월우와 백설이..반전이고 김회장님은 대반전이다.

할머니가 말한 로또 두 번의 당첨 기회를 마다할 때 월세 걱정하는 사람이 죽고자 하니 돈도 필요 없나 보다 했다. 돈이 용기를 준다면 얘기가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속물 덩어리 내겐 좀 안타깝긴..아깝긴 해도 교훈을 주는 메시지였다.

소설속의 그녀는 작가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우울증에 극단적인 시도도 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절 시간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작은 불씨가 되어 일어서게 하고 움직이게 했다. 이젠 다른 사람들을 어루만질 수 있는, 소확행이 인생 모토가 되신 작가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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