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박인성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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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의 장르살롱이 출범 1주년을 맞고 18빈째 방의 주인공으로 모신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딱 제목만 봤을때 미스터리가 유해한 장르처럼 보인다.
그럴리가..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제목 자체가 미스터리로 보인다. 박인성 작가님은 문학평론가시다. 평론가가 본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안내서로 들어가보겠다.

미스터리의 세계가 구축되고 플롯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우선 범죄를 구성하고 범죄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들은 다양한 동기와 방법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다.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적극적으로 압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미스터리.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스터리는 유해한 이야기가 아니라 유해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언제든지 출현할 수 있는 유해함을 상정하고, 그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준다. 미스터리가 재현하는 수많은 트릭처럼, 밀실 내부에 자신을 가두고 드디어 안전해졌다고 착각하는 인물처럼 악의에 찬 칼날 앞에 무기력한 희생양은 없기 때문이다다. 그리고 밀실 사건의 범인은 결국 스스로를 가둔 자신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미스터리는 범죄를 다루는 장르이며, 가해와 피해로 이루어진 사회적 관계성에 기초한다. 범죄의 가능성 만큼이나 그에 대한 해결 가능성과 더 나은 사회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닫혀 있는 무균실의상상력을 벗어나 탐정의 시선으로 우리의 공통적 사회 현실과 세계를 재조립한다.

현재 성공적인 한국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미스터리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미스터리는 가능성의 장르이며 독립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 미스터리의 특징은 언제나 동기와 사연의 세계
로 구성된 형식을 요구한다. 총 3부로 구성된 이야기속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1부와 2부는 계간 미스터리에서 연재된 글들을 토대로 한다. 1부는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장르로서의 미스터리를 돌아보면서, 사회적인 마스터플롯으로의 역할을 되새기는 것이다. 2부에서는 인접 장르들과 결합과 교차 속에서 미스터리의 장르적 갱신을 살펴본다. 3부에서는 'K-미스터리 리부트'라고 부를 수 있는 동시대적 한국 미스터리 작품들의 특징적인 경향을 소개한다.

한국 미스터리를 응원하기 위한 유익한 안내서이고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다. 박인성 평론가님의 아카데미 강의에서 넷플릭스의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거론하셨다면, 프롤로그에서는 '너의 모든 것'을 예로 들었다. 스릴러를 좋아해서 두 가지 다 시청한 사람으로 강의 내용이 무척 궁금하다.

3부 K-미스터리 리부트 중 도시를 떠나는 한국적 미스터리에서 박소해 작가님도 언급되어 있다. 미스터리라는 사회적 장르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어 미스터리의 기본 이해로부터 얼추 매니아의 지식까지 미스터리 초심자도 값진 경험을 얻게 되는 신박한 책이다.

007 시리즈는 그저 첩보 액션 영화로만 인식되어서 그런가. 제임스 본드를 창조한 이언 플레밍을 가문의 수치로 여겼다는데 원인은 사실 제임스 본드가 신사답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 자신의 사생활도 책속에 반영되어 도박, 섹스, 술, 인종차별 기타 등등 책을 쓴 자체가 도박으로 돈이 떨어져서고 사인은 심장마비로 엄청 제임스 본드 못지 않게 달리신 분이라니 약간 실망이다.

또한 원작을 기반으로 한 첩보물이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다. 또 누아르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깊이 있게 설명해줘서 좋았다. 부적절 하다해도 홍콩 누아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영화광임을 이렇게 뿌듯하게 여기게 될줄도 몰랐는데 거론된 모든 영화와 만화를 봤다. 카우보이 비밥은 편지지 세트도 가지고 있었다.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읽었어야 할 3부 우리 작가님들의 책 중에서 아직 못 읽은 두 권이 있어 메모해 두었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가 어렵게 느껴진 반면 이번 책은 즐겁게 미스터리를 파고드는 시간이었다. 두 작가님이 공통적으로 다룬 작가님들도 계시고 역시나 미스터리와 추리는 떼려야 뗄 수도 없는 관계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미스터리가 여러 장르와 만나 빛을 내는 초석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나. 일반적인 무지에서 벗어나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너무도 많다. 진행중인 장르살롱에서 얼마나 심도있게 다룰지 기대하고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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