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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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알고있다 #비채

정보라 작가님이 추천한 세계가 주목하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선봉 작가님 책이다. 엘레나가 뭘 알고 있는지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발이 올라가지 않자 부엌에서 기다린다. 오전 10시에 떠나는 기차를 타야 한다. 9시에 약을 이미 먹었기 때문에 10시 기차를 놓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직 발이 떨어지지 않아 걸어 다닐 수 없지만 거리이름을 조용히 외운다.

박사가 파키슨병을 처음 설명했을 때 리타도 자리에 함께 있었다.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리타. 오늘 누가 딸을 죽였는지 알아내기 위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도와주게끔 설득하려는 사람이 이사벨이다. 리타는 비가 온 저녁에 세상을 떠났다.

그걸 잊지 않기 위해 날씨를 알아맞히는 바다사자 인형을 주방 선반 맢쪽에 올려놓았다. 엘레나는 목이 뻣뻣해 땅만 내려다보며 걷는다. 누군가 인사를 건네고 지나간다. 그녀의 눈에는 오로지 바닥과 구두를 신은 무릎까지만 보인다.

리타가 늘 남자친구라 부르던 로베르토가 인사를 건넨다. 미용실을 하는 엄마가 안부를 전한다고 한다. 이렇게 여유 부리다간 기차를 놓친다. 로베르토는 딸을 죽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밝혀 내기가 쉽지 않다.

오로지 살인만 존재하는 터라 서둘러야 한다. 이제 두 블록만 가면 매표소에 도착한다. 지치고 구부정한 몸으로 10시 기차가 오길 기다릴 것이다. 리타는 성당 종탑에 목을 맨 채로 발견되었다. 모두 자살이라고 하지만 그날 내린 비는 절대로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리타는 어릴 때부터 번개를 무서워해서 피뢰침이 있는 성당에 가까이 갈리가 없다. 비 오는 날 십자가 근처에 가지 않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고 했을 리타다. 신부는 리타의 죽음 앞에서도 제례만큼은 중단없이 치른다.

목빗근이 뻣뻣해지고 시도 때도 없이 침이 줄줄 흐르고 소매에 팔을 끼울 수도 없는 처지지만 그래도 계속 살고자 하는 엘레나로서는 딸이 죽고 싶어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살로 종결짓고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판사도, 경감도, 신부님도 모두 남의 말에 귀를 닫고 사는 인간이라는 것을 엘레나는 알고 있다. 자신보다 딸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자주 다투었고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에 낸 적이 없을 뿐이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 딸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하지만 혼자 힘으로 증명할 수 없다. 자신을 대신해 조사를 하고, 물어보고 걷고, 엘레나의 명령에 움직여 줄 육체를 찾아 기차에 오른 것이다.

엘레나가 이사벨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과거가 교차되어 나온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만의 죄를 운운하는 후안 신부가 제일 의심스럽다. 범인이 아니더라도 비호감이다.

이야기는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이다. 오전, 정오, 오후로 나눠서 알약을 먹는 시점으로 되어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불편한 몸으로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쫓는 어머니. 과연 엘레나는 그 끝에서 무엇을 마주하게 될 것인가?

이사벨 만시야는 엘레나의 바람되로 움직여 줄 것인가? 엘레나가 알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엘레나는 알약 하나 삼키기도 힘겨워 녹여 먹을수밖에 없다. 총체적 난국에서 엘레나가 감당해야 할 진실이 더 이상 바닥이 아니길 바라본다.

이제 엘레나가 알고 있는 것을 나도 알게 되었다. 작가의 사실주의적 묘사로 더 가슴을 후벼 파고 든다.
이사벨이 밝힌 뜻밖의 진실로 엘레나는 눈을 뜬다. 리타를 이제야 이해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계속 살기로 한 엘레나. 이제 엘레나의 시간 만이 남아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작가가 던진 무거운 질문에 답을 찾아보기 바란다.

이 책은 비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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