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니를 뽑다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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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니를뽑다 #제시카앤드루스 #인플루엔셜 #서평단 #여성서사

유치를 젖니라 부르며 영구치가 나기전 사용하는 이를 말하는데 젖니를 뽑다니 무슨 내용일지 책속으로 들어가보겠다.

내 생일날 당신에게 처음으로 키스한다. 당신은 스물여덟 살을 맞아 다짐한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나다워지는 것."

친구 로사에게 당신에 대해 말해준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그녀가 비난하듯 말한다.

당신이 나를 초대하고 그날은 안절부절 지나간다. 당신은 내일 아침이 마감 시한이라 안될것 같다고 한다. 나는 이런 게 정말 싫다.

어느 바에서 춤을 추다 당신이 내 귀에 나직이 말한다. "여기서 나갈래?" 당신의 집으로 간다. 어둠 속에서 우리의 옷을 벗는다.

페컴라이를 걷다 작은 타파스로 이끈다. 오늘은 좀 특별한 경우다.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한걸 축하해준다. 하나 더 있다.

당신이 부드럽게 말한다. 런던을 떠나고 싶다고. 우리가 얼머나 부주의한지, 모든 것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두려워한다.

로사는 그 사람이 떠난다니 어떠냐고 묻는다. 당신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내가 안전하다고 느낄지, 욱신욱신한 욕구가 진정될지 궁금하다.

당신은 들어갈 아파트가 준비되지 않아 일주일 더 머물 예정이다. 당신을 잊고 이 모든 걸 뒤로할 준비가 있었지만 한마디에 바로 달려간다.

당신의 키스에 굴복하고 당신이 가버리고, 당신의 형체가 선명도를 잃고 내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려 하기 전에 당신을 기억하려 필사적이다.

나는 내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세상에서 내가 선택을 하고 내 주체성을 시험하며 살았는지 궁금하지만 선택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새로운 삶을 목전에 둔 당신이 부럽지만 곧 질투심에 죄책감을 느낀다. 당신의 부재의 언저리를 따라 헤매도록 방치한 채 떠나는 당신을 원망한다.

"우리 이제 어떡하지?" 명료하게 생각하려 노력하며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욕망이 원초적인 새빨간 피비린내로 온 집을 가득 채운다.

"꼭 와줄거지?" 당신이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누렇게 멍든 상처에서 벗어나고,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를 바란다.

열차가 빠져나가자 내 얼굴이 쩍 갈라지고 내 심장이 쏟아져 나온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올바른 선택을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런던과 바르셀로나의 간극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28살의 나가 당신을 향해 써내려간 소설로 자기 자신을 찾으려 애쓰는 20대 여성의 청춘 성장을 그리고 있다. 부모님의 이혼, 나쁜 기억과 상처들...

불안한 청춘의 강렬하고 도발적인 삶과 사랑을 담았다. 당신이라는 존재는 숨겨온 욕망을 깨우며 환한 세상으로 그녀를 이끈다.

한편 특별할 것도 없는 조그마한 폭력의 파편들은 상처로 얼룩져 눈앞에 불러온다. 젖니는 아직 깨닫지 못했거나 벗어나지 못한 미숙함을 말한다.

젖니를 뽑아내야 단단한 영구치가 자리 잡는다. 자신이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는것. 자기혐오를 뽑아내는 것.

젊은 날의 초상은 그렇게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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