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오늘날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는 코끼리는 과거 중국에서 어떤 존재였을까? 길들여져 황제를 위해 복무한 코끼리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동아시아 외교 질서 속에서 제국의 권력과 위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상징적 매개체였다. - P368
동북 변경에서 팽창하는 만주족의 역사, 무능한 황제와 이를 이용하는 환관세력이 발호하는 역사, 관료들의 부패와 파벌주의의 역사, 궁핍에 견디다못해 발호하는 농민반란군의 역사, 그리고 기후변화의 역사까지. 각서사에 담긴 스토리는 다르지만 이들은 겹쳐지면서 하나의 역사, 즉 명조의 몰락이라는 서사를 구성했다. - P364
원대 이전 중국의 서역 인식이 중앙아시아에 머무르고, 유럽의 동방 인식도 아랍 세계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몽골의 세계 정복 후 중국과 유럽이 직접 교류하게 되면서 비로소 서로를 인지하고 지식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을 방문한 유럽인은 귀향후 자신의 체험을 상세하게 서술한 견문록을 남겼다. 그것이 종래 유럽의 지리 지식을 대폭 확대하여 동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포괄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낳았다. 이는 15~16세기 대항해시대의 토대를 제공했다. - P283
송대의 문치주의와 그 결과로서 대외적 굴욕을 연결시키는 관점이 형성된 기원을 살펴보면, 20세기 전반기 중국의 계몽주의 학자들이 19세기 이래 서구 열강의 침탈과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했던 사실에 대한 반성적 감정을 투영한 역사 서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 P173
환관은 황보식이나 한유가 말했던 것처럼 궁궐 내에서 황제가 가까이두고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원래 환관들의 신체적 결점은 입궁에 필요한 자격 조건이었지만, 도리어 정치적으로는 황제의 권위를 대체할 가능성이 없음을 보증하는 절대 조건이었다. 다시 말해 환관은 권력을 농단할 수 있을지언정 권력을 찬탈하여 새로운 왕조를 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