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적을 답사할 때면 그곳의 내력을 알고 모름에 따라 유물의 성격뿐만 아니라 그 의의를 느끼는 데 엄청난 차이가 난다.
우리에게도 세계에 그런 식으로 내세울 문화유산이 있나요?""물론 있죠. 동의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우선 한글이 그렇고, 제 책에 쓴 에밀레종이 그렇고, 팔만대장경이 있고, 무엇보다도 석굴암이 있습니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우리의 모든 문화유산이 다 사라진다 해도 석굴암만 남아준다면 한민족이 살아온 문화적 긍지는 손상받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인간의 꿈이란 묘한 것이어서 그런 끔찍한 현실, 절박한 삶을 버티고 살아가게 하는 것은 오직 희망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곧 절망이 되고 허망인 것을 알면서도 당장은 그것이 있기에 버티는 것이다. 막장인생의 힘은 지금도 거기에서 나온다.
미술품은 하나의 물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물(物)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물체를 통해 나타나는 상(像)을 갖고 이야기한다. 유식하게 말해서 오브제(objet)가 아니라 이미지(image)로 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