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블루스
김종광 지음 / 창비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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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 씨의 작품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낯설지 않은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더욱이 '열쇠 없는 사람들'은 대학교 2학년 때, 당시 교수님께서는 그 달에 나온 따끈따끈한 단편을 하나 골라 작품평을 하도록 과제를 내 주셨다.

작가는 느린듯하면서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잘 구사하는 젊은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너도나도 표준어 쓰기에 급급한 시대에 사투리 구사라는 것만으로도 눈길이 끌릴 법한데, 그의 작품에는 재미까지 있다.

특히 책의 제목이기도 한 <모내기 블루스>는 한창 농촌을 떠나기만 했던, 그래서 나이든 어른들만이 농촌을 지킨다고 했던 80년대와 다르게 이제 귀농을 생각하는 이들 중의 (그 수가 아주 적기는 하지만..) 아니, 농촌으로 다시 돌아간 이의 농촌 일기를 담고 있다. 그 속에는 결혼을 제때하지 못하는 농촌 총각의 현실이 들어 있고, 이제는 늙으신 부모만이 지키고 있는 땅이 나타나 있고,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농촌으로 따라온 술집인지 다방 아가씨의 모습도 나타나 있다.

또 그의 작품에는 사치라는 게 없다. 작품 속 인물들이 가난한 농촌에 살고, 월급을 몇 달째 받지 못하고 있기는 해도.. 그게 현실인 것이다. 그렇기에 덧붙임이 없는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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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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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티티새가 바로 개똥지빠귀라고 한다. 일본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처음이고, 일본 작품도 이제 겨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시야가 그리 넓지 않은 범위에서 그녀의 소설은 전개된다. 마리아의 가족과 츠구미의 가족, 사촌 간의 믿음과 죽음 앞에서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소녀. 마음은 여리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늘 냉랭하게 구는 그녀를 작가는 사실 작가 자신이라고 수줍게 고백하기도 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바닷가 마을의 한적한 여관과 바닷가 모래밭 등 그 배경 그대로의 잔잔함이 작품 속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 바닷가 마을에 내리는 비는 유난히 차분하게 느껴진다.
<티티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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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쪽지편지
조양희 지음 / 이레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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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양희씨의 도시락 편지로 더 유명하다. 요즈음은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일이 많아 이런 엄마와 자식 간에 애틋한 편지의 오고감이 없을지 모르지만 책이 나올 당시 모르긴 몰라도 자식의 도시락에 몇 줄로 된 쪽지 편지 보낸 엄마들이 제법 많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어렸던 나 또한 이다음에 엄마가 되면.. 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미리부터 쪽지 편지를 쓸 상상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시도도 해보지 않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진작부터 직시하고 있었다. 아침이면 씻고 출근하기도 바쁘니 말이다. 조양희씨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알리기 위해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텔레비전에서 보고 들은 것, 생활하면서 느낀 것,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고쳤으면 하는 바람들을 담담한 어조로 작게 꾸짓기도 하고, 잘 타이르기고 하고, 칭찬을 아끼지도 않고.. 그렇게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었다.

벌써 10여 년도 더 지난 일이니 초등학교에 다녔을 아이들도 이미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었을 아이들이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고 성장했다면 참 바르게 자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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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 놀부 - 새샘명작동화 14 새샘명작동화 14
신예영 엮음 / 새샘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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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의 일이던가? 우리 나라는 한 때 “둘만 낳아 잘 키우자.”에서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라는 말이 6.25 표어처럼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던 때가 있었다. 6.25가 끝나고 1950년대 베이비붐으로 인해 너무나 늘어난 인구를 축소하겠다는 뜻에서 시작한 방안이었던 거 같다.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서는 이제 자녀를 셋을 두는 부모에게 아이의 양육비를 지원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미 외국의 어느 나라에서는 인구가 자꾸 줄어 아이를 낳기만 해도 키우는 데 드는 많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것도 같은데, 집집마다 형제․자매 없이 하나인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싶더니 우리 나라도 이제 슬슬 인구 확산 정책을 펼치려나 보다.

그저 권선징악의 결말을 자랑하는(??) 고전을 현대인들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거나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비틀어 보는 게 유행처럼 번졌었는데 그 중 착한 흥부와 못된 놀부는 단연 1순위였다. 가난해도 착하게 살았던 흥부를 경제력도 없으면서 자식만 많이 둔 능력 없는 가장으로, 돈 많고 나쁜 행동을 일삼던 놀부를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으니 세상이 바뀌어도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착한 흥부의 편에만 섰던 어릴 적과는 달리 다 크고 나서 다시 본 <흥부와 놀부>가 현실적으로 보아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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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깊은 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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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마당을 가운데 두고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집들이 드문 것 같다. 아예 마당이라는 것이 없어지거나, 아파트가 들어서 쭉쭉 뻗은 성냥갑 같은 집들이 즐비할 뿐이다. 하나의 마당에 하나의 화장실 하나의 수돗가를 두고 산다는 게 가난을 의미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모여 살던 사람들이 지금은 그것보다는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요즈음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얼키고 설키어 살며 복작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아 조금 삭막한 것도 사실이다.

‘마당 깊은 집’ 하면 어쩐지 네모 집이 생각난다. 대문이 있고 담은 없이 사각형 모양의 터에 사방을 뺑 둘러 친 여러 가구가 있고, 가운데는 마당이 하나 있어 그곳에 수돗가가 있고, 방문을 열면 건너 방 문이 보이는 그런 집이 연상되곤 한다. 흔히 말하는 달동네의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가난하지만 팔도의 사람들이 한 집에 모여 사는 가운데 인생살이 희로애락이 다 있다. 어느 한 사람 구구절절한 사연 하나 없는 이도 없고, 누구 하나 마음 고생하지 않은 사람도 없는 게 달동네, ‘마당 깊은 집’의 풍경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은 이 작품으로 작가는 어릴 적 대구 달동네에서의 생활이 작가 생활을 하는 동안 큰 이야기 보따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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