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이지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를 낸다. 여기서 나는 그 바보가 내가 되는지, 아니면 나는 웃을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대학교 3학년 때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실 때는 손으로 휙 넘겨보고는 '내 취향이 아니다.'라고 단정짓고 제목을 익힌 것으로 넘어갔는데,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자꾸만 제목이 떠올라 손이 가게 되었다.
사회생활 1년을 통해 웃으면서 화내고 싶은 바보들이 눈에 띄어서 일까, 아니면 누군가 나를 보고 웃는 게 나를 바보로 여김일까 라는 의문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닌지, 3년 전 이 책을 볼 때와 달리 눈에 들어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움베르토 에코가 얘기하는 웃으면서 화를 내는 방법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저 세상의 것들을(사물까지도) 나의 관점에서 조금만 비틀어(여기서 비튼다는 건 꼬고 꼬는 그런 꽈배기식 어거지가 아니다) 보면 되는 일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여행을 하기 위해 기내식을 먹으면서, 고급호텔에서 투숙할 때, 택시운전사를 이용하기 위해... 웃으면서 화내는 에코식 방법을 숙지해 나만의 또다른 방법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부도내고 도망간 사장 죽도록 밉고, 몹쓸놈의 회사라 원망해도 소용없다. 이미 그는 그 어떤 카드도 사용할 수 없는 신용불량자로 낙인되어 다시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수 없을 테니..
일주일을 야근하고 토요일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우리를 보고 '왜 이렇게 일찍 가느냐?'고 인상을 찌푸리던 상무. 그는 갓 대학에 입학한 어린 아들 앞에서 면방을 당하고 있다.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주던 실장 다시금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요새 부쩍 연락일 늘었다. 전화, 문자, 메일까지 모두 그냥 무시해버리면 된다.근본적인 통쾌한 복수는 아닐지라도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