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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평점 :
강렬한 제목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던 책이다. 죽어 마땅한 사람도 아니고, 죽여 마땅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 한 글자 차이에서 오는 공포감은 상당하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길래 죽임을 당해야 마땅하다는걸까? 엄청난 악행을 저지른 악마같은 살인자일까? 인권 존중과 법에 의거해서 악명높은 살인자라고 하더라고 그의 생명이 우선적으로 중시되기도 한다. 소설의 제목과도 같이 이 세상에는 정말로 죽여 마땅한 이들이 존재하고 있는건가 싶었다. 또 하나, 읽다보면 범인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라는 문구에서 오는 궁금증으로 손에 들게 되었다.
그런 제목과는 다르게 테드가 히스로 공항 라운지바에서 우연히 빨간머리의 매력적인 여성 릴리를 만나며 이야기는 평범하게 시작된다. 결혼 3년차인 테드는 일주일 전 아내 미란다가 집공사를 담당하는 건축가와 불륜사실 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또한 태연한 모습으로 뻔뻔하게 자신을 대하는 아내를 보며 죽이고싶어 할만큼의 분노를 느끼고 그런 이야기를 낯선 릴리에게 털어놓는다. 불륜과 사랑, 그리고 질투에서 시작되는 살인이야기는 익숙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이란 그만큼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그런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을 수는 없을텐데 처음만나 다시는 못만나게 될 이 두 사람이 소설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궁금해져만 갔다.
테드와 릴리의 시점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흥미를 더한다. 하지만 릴리는 장난이라고 그냥 웃어 넘기거나 테드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이렇게 얘기한다. "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조금은 섬뜩할 정도로 담담하게 말을 뱉는 그녀다. 그녀의 어린시절 얘기를 들어보니 평범하지 만은 않다. 각자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부모 밑에서 자라며 외롭기도 했고 예술가들을 후원 한다며 어머니가 집에들인 사람으로 부터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고 릴리의 과거를 통해서 그녀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살인이 되었던 것 같다. 자신의 고양이를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를 위험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 한발 앞서 상대를 제거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이후 그녀는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데......
그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두 남녀의 살인 공모는 계속된다. 남편 테드가 살인을 생각하게 된 계기, 미란다. 그런 그를 돕는 매혹적이면서도 알 수 없는 여자 릴리. 그러나 모든 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될리 없다. 명백한 살인동기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점차 알 수 없는 흘러만 가는 살인사건, 형사 킴볼이 등장하면서 점차 퍼즐이 맞춰져나간다. 그렇게 미궁속으로 빠질 것만 같은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인상적인 마지막 반전을 선사한다.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살인이지만 어느정도 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엔 자기 자신마저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읽는 내내 지루함 없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요즘과 같은 무더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