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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가 내게 묻다 - 당신의 삶에 명화가 건네는 23가지 물음표
최혜진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재미있는 주제의 책이다. 명화가 내게 말을 걸어오다니. 가끔 전시회나 미술관을 방문할 때면 유독 눈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있다. 사람들마다 각각 작품을 보는 시선이 다르고, 좋아하는 유형의 그림이 있다. 한 번은 굉장히 강렬한 색의 유화앞에 한 시간도 넘게 서 있던 적도 있다. 마치 그 그림 하나를 위해 이 미술관에 방문한 것 처럼. 유명한 작품도 아니었고, 몇몇 사람들은 그냥 슬쩍 보고 지나치기도 한 작품이다. 어떤 점 때문에 그렇게 끌렸냐고 묻는다면 아마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리라. 머릿속에서 마인드맵이 진행되는 것 처럼 그림 한 점을 보고 생각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다. 나에게도 굉장히 이례적인 경험이었다.
이 책이 궁금했던 이유도 그 그림을 보고 내가 느꼈던 독특한 감정 때문이다. 실제로 명화 속 주인공이 혹은 작가와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때때로 영감을 받기도 하며 혼자 그림의 배경이나 화가의 생각 등을 상상하면서 작품을 마주하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기자 생활을 하다 이따금씩 미술관으로 여행을 떠난 저자는 어떤 작품과 무슨 대화를 나누었을까 궁금해졌다. 실제로 한 작가의 그림이나 삶을 경험하기 위해 프랑스부터, 노르웨이까지 여러나라를 돌아다녔다. 미술관을 따라, 화가를 따라 여행한 지 어느덧 10년차, 50여개 이상의 미술관을 둘러 보았다니 이 정도면 베테랑이 되었을법도 하다. 그림을 대하는 저자의 생각이 나와도 비슷해 공감이 가기도 했다. 그림을 해석하는 방법이나 지식이 아닌 눈으로 감상하고 마음으로 느끼고, 함께 대화하며 소통하는 법, 그것이 명화를 보는 방법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대답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 빠지게 된 책이다.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은, 각각 나 자신, 일, 관계, 마음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특정을 그림과 함께 질문을 하며 자신이 느꼈던 감상과 나름의 에피소드를 전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나 자신에게 물을 법한 질문들이 와 닿았다. 예를 들자면, 나는 내 자신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내편이 아닌지, 진짜 나를 찾는 방법, 낭만적인 삶, 일상, 사랑 등과 같은 주제들이다. 이에 대한 답변 또한 다양한 그림들과 함께 풀어나가 지루할 틈이 없는 책이다. 책이 전하는 물음표에 자신만의 대답을 찾아나가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매력적인 그림들과 저자의 생각, 그리고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내 인생에 '나'라는 주인공이 빠져 삶이 흔들린다면 명화와 함께 한 번쯤 접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