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어 슬로베니아 - 사랑의 나라에서 보낸 한때
김이듬 지음 / 로고폴리스 / 2016년 5월
평점 :
우리나라엔 드라마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여행지 같았다. 드라마를 잘 챙겨보지 않기에 잘 몰랐으나 그로 인해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듯 보였다. 유럽을 좋아하면서도 사실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이탈리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크리아티아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 내 주변에도 이 나라만을 위한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사이에 잠깐씩 머무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국가간의 이동을 통해 짧게 나마 특정 도시에 머무를 때가 있었다. 그 때마다 나중에 꼭 다시 이 곳만을 위한 여행을 와보겠다며 생각한 도시들이 있었다.
특히 슬로베니아는 얼마전 여행을 다녀온 친구를 통해 궁금증이 생긴 나라이다. 친구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유럽을 만나보고 싶다며 프랑스, 영국 등 관광지로 유명한 서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슬로베니아로 떠났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에 대한 애착이 크기에 그래도 파리가 더 예쁘고 화려할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가 틈틈이 보내준 사진과 여행기는 내 생각을 뒤집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마치 동화 속 세상을 구경하는 느낌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과 집 사이 골목마저 아기자기한게 마음에 꼭 들었다.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여유로운 태도가 가장 부러웠던 것 같다. 한참 얘기를 듣다보니 이 나라 또한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슬로베니아가 어떤 나라인지 더 알고싶었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에서의 92일간의 기록. 항상 느끼지만 여행정보를 담아놓은 여행책 보다는 여행 에세이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그 나라를 통해 본 저자만의 시각과 생각을 나눌 수 있고 그런 이야기와 정보들을 통합해 나만의 또다른 여행계획을 세울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수도인 류블라냐였다. 수도인 만큼 많은 여행자들이 오가는 곳이었다. 드물긴 했지만 저자가 만난 한국 여행객들도 인상적이었다. 자신만의 삶을 찾고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여행에 나선 사람들도 있었고, 슬로베니아의 사람과 인연이 닿아 슬로베니아를 찾은 사람도 있었다. 다 팽개치고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무모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오렌지 빛의 오밀조밀 모여있는 지붕들의 모습은 처음에는 체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으나, 책을 읽어가면 갈수록 슬로베니아만의 매력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저자가 추천해준 산책 코스부터, 슬로베니아의 눈동자로 불리는 호수 블레드까지. 특히나 깜깜한 밤 잔잔한 여러 빛들이 반사된 블레드 호수의 야경을 보니 마음마저 평화로워졌다. 또한 이 나라도 유럽에 속해있어서 그런지 삶과 일 사이의 균형을 상당히 중요시했다. 자신이 퇴근해야할 시간이 되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정각에 퇴근하는 사람들. 개인적인 사생활로 회사의 행사에 빠지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근무환경과 현실을 마주하다보니 절로 부러워지는 대목이었다.
시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저자답게 중간 중간 어울리는 시를 한 편씩 읽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류블라냐 대학에서 한 동안 시를 가르쳤다고 하는 저자. 머나먼 곳에서 우리나라의 정서가 담긴 시를 강의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영어로 그것을 다시 슬로베니아어로 번역을 하며 가르쳤다고 하는데 그 덕에 나 또한 처음보는 슬로베니아를 만나볼 수 있었다. 다시는 쫓기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저자의 생각이 깊이 박힌채 책을 덮었다. "자유롭고, 게으르게,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삶이라는 여행을 누려가겠다." 이 마지막 메시지는 내가 추구하는 삶과도 비슷했다. 덮고난 후에도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던 여행에세이다. 자유롭고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으나 현실의 여건은 정반대를 요구하니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언젠간 길이 보이겠지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나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