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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내일이 올거야
이시다 이라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 오늘날의 청춘들을 위한 책이다. 강하게 말해 흔히 저주받은 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이십대다. 나도 이 아름다운 시기를 치열하게 살아나가고 있는 이십대 중 한명으로서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던 책이다. 우리의 현실과도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책 속 주인공들은 꿈은 포기한지 오래고 자신들을 인생 종 친 놈들이라고까지 말한다. 대체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 잘 될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라는 이한철의 <슈퍼스타>를 떠오르게 만드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게 된 책이다.
암울한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게시판 앞에 나란히 서 있는 청년 네 명, 그들이 보고 있는 건 계약 해지 공고다. 정식으로 한명 한명에게 보내는 해고 통지서가 아닌 A4용지 한장을 덩그러니 붙여놓았다. 심지어 이 공장에선 파견직원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지 두 자리 숫자로 이름을 대신했다. 그렇게 종이 한장엔 26개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한 순간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 멍하니 게시판을 쳐다보며 화를 내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우리의 주인공 슈고, 신야, 린호센, 요스케도 다르지 않았다.
그때 도쿄까지 걷겠다고 한 슈고의 말이 그들의 운명을 바꾼다. 처음엔 미친짓이라 생각했다. 못해도 600에서 700킬로는 될 거리를 두 발에만 의지해 걸어간다니 무슨 생각인가 싶은 세 사람이다. 그러나 도쿄로 빨리 돌아간다 해도 마찬가지,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머지도 슈고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한다. 역시 아무것도 없이 무작정 걷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걷기만으로도 벅찬데 씻기도 불편하고 잘 곳 찾기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날씨라도 도와주지 않는 날에는 더 힘든 걸음을 내딛어야만 했다. 그렇게 함께 하면서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친하지 않았던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붕없는 곳이 편해 야영을 시작했다는 슈고는 계속 여행만 하며 살 수 없지 않냐는 질문에 씁쓸한 대답을 이어나간다. "나는 정규직이 될 일도 없을거고 결혼도 안해." 가슴아픈 대답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진 청년의 입에서 나온 말치곤 어둡기 그지 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대답은 현실을 비춘 것이었다. 슈고의 얘기를 시작으로 각자의 꿈을 말해보는데... 미용전문학교에 들어가고 싶은 호센과 딱히 꿈이없는 파워블로거 신야. 요스케도 신야와 비슷하게 큰 계획은 없지만 정규직이 되어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소박한 바람이 전부이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게 전부이거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박한 바람마저 그들에겐 사치였다. 먹먹한 느낌마저 들었다. N포세대라는 이름하에 수많은 것들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화가난다.
그러나 파워 블로거 신야가 자신들의 이야기, <내일의 행진>을 블로그에 올리며 그들은 이 시대 청년들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주간지에 실리는가 하면, 1호팬을 비롯해 그들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힘을 얻는다. <내일의 행진>은 단지 네 명의 청년들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근근히 버티며 살아가는 모든 우리들의 삶이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하나 둘 행진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넷이서 시작한 행진은 결국 수 백명의사람들과 함께 끝마치게 된다. 물론 중간 중간 몇 번의 위기가 찾아오긴 했지만 그들의 약속을 지키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도쿄에 입성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그들의 일원이라도 된 양 뿌듯하고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그렇게 아쉽게 끝난 여행이었지만, 그 끝엔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각자의 꿈을 향해 계속해서 달려나가는 주인공들. 시련이라고 생각했던 일에서 시작해, 주저앉지 않고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동안 내 눈앞의 현실에 불평만 늘어놓진 않았나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대한민국 청년들에겐 말도 못하게 잔인한 현실이지만, 그들처럼 멈추지 않고 한 발짝 나아간다면 또 다른 길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대한민국 청춘들이 이 책을 읽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버텨가는 그 날이 모이고 모여 분명 단단한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현재 서있는 그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는건 어떨까. 나를 비롯한 모든 청춘들을 응원하며 읽어나간 책. 모두에게 곧 괜찮은 내일이 찾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