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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병아리 날다 - 서툴지만 날갯짓만으로도 충분해
살찐 병아리 지음 / 렛츠북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의 필명, 살찐 병아리. 표지 속 날고 싶은 살찐 병아리가 모든 "우리"를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훨훨 날고 싶으나 가끔 벽에 부딪쳐 추락하기도 하는 그런 병아리 말이다. 삶의 굴곡을 겪으며 정점을 찍을 때도 있지만 나락에 떨어져 힘든 시기를 보낼때도 있기 마련이다. "C'est la vie" 라는 유명 문구처럼 삶은 그런 것이다. 저자도 순탄한 삶을 살아오지만은 않았다. 배신도 당해보고, 사기도 당했지만 꿋꿋하게 오로지 꿈 하나로 버텨온 그녀가 참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 인생, 가족, 꿈이란 주제로 저자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 저자, 생각보다 나와 공통점이 많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삶을 살고 있어 그런걸까? 그 중에서도 무늬만 어른이란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와 마음은 스무 살에 머물러 있는데 시간만 흘러 어느덧 우리 보고 어른이라고 하니 적응을 못 하는 거지." 공감했다. 그리고 어른이라고 완벽하란 법은 없다는 그녀의 말이 혼란스럽기만 하던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어른이라해도 똑같이 아프고, 똑같이 흔들리고, 똑같이 두렵다는 것. 단지 어른이란 타이틀이 주어지는 그 순간 드러내지 않고 견디고 감추며 그렇게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내 감정을 드러내고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던 그 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지금은 그러기엔 이것저것 눈치볼 것도 신경쓸 사람도 많다.
가족에 대한 얘기도 좋았다. 가족만큼 위로가 되고 나를 무한대 지지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은 없다. 알면서도 자꾸 엇나가고, 삐걱대는 아이러니한 관계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 모든 걸 참아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이해하고 용서한다. 정말 한 가족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과는 보통의 인연은 아닐 것이다. 운명 그 이상의 존재들. 책을 읽으며 다시금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했다. 그리고 어릴 적 오빠를 잃은 그녀의 기억이 나에게도 아프게 다가왔다. 오빠를 향한 <하늘로 보내는 편지>는 할머니를 떠올리며 내가 일기장에 적곤 했던 글들과 비슷했다. 생각만으로도 금세 눈물이 차오르고 잘못한 일만 떠오른다. 미안하단 말과 용서해달라는 말이 주를 이루고, 사랑한다고, 다음 생에서도 꼭 다시 만나자는 말로 끝맺음을 하는데 저자의 편지도 그랬다. 그녀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지는 대목이었다.
오랜만에 듣는 신화 얘기도 반가웠다. 중학교 시절 신화에 빠져 그녀처럼 팬클럽에 가입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룹이지만 멤버간 우정이 보기좋아 팬심은 현재까지도 여전하다. 힘들었던 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로 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던 저자는 얼마나 설레고 좋았을까. 나도 모르게 저자의 삶에 몰입해 마음으로 읽은 책이더. 이외에도 그녀의 꿈과 소소한 버킷리스트 등 비슷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리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었다. 이렇게 좋은 내용임에도 유독 편집과 글씨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고생을 하기도 한 책이다. 좀 더 편집에 신경썼더라면 좋았을 걸 아쉬운 책이다. 서툴지만 날갯짓만으로도 날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는 위로를 던져주는 따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