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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글쓰기 - 단순하지만 강력한 글쓰기 원칙
박종인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SNS 시대 우리는 생각외로 많은 글을 쓰며 산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생각을 전달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은 즐겁다. 그러나 컨테츠를 생산해 내는 일은 쉽지 않다. 특정 주제에 대해 쓰려고 책상에 앉으면 멍한 상태로 몇 십분을 보내기 일쑤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내려갈지 이런 저런 생각들로 복잡해진다. 머릿속 일련의 생각들이 단 번에 정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말도 하고 싶고, 저 말도 전하고 싶은데 한데 묶어 놓으니 이상하게 거슬린다. 수정하고 삭제하고. 이런 과정을 수 십번씩은 거쳐야 그나마 눈에 차는 글 하나가 만들어진다. 물론 이 또한 나의 기준이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좀 더 효율적인 글쓰기 방식을 배우고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왜 글쓰기가 막막한가 생각해보니 실제 정규 교육과정에서 글쓰는 법을 배운 기억이 없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작문이란 과목이 있었지만 작문법 수업이 아닌 문학작품에 대한 강의였다. 그러다보니 대학 입학 에세이나 취업 자기소개서는 물론 일상적인 글쓰기까지 불편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책은 24년 기자로 글만 쓰며 살아온 저자가 비법이 담겨있다. 그의 세 가지 철칙은 바로 쉬운 글, 짧은 글, 그리고 팩트를 담은 글이다.
글이 쉬워야 하는 이유는 글의 주인은 생산자가 아닌 독자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는 입사 당시 중학교 1학년 수준의 글을 쓰도록 요구받았다. 내 머리에 들어와야 글도 읽게 된다. 종종 생소한 전문분야에 끌려 관련분야의 기사나 책을 찾아 읽으려 시도한다. 그러나 읽고 또 읽어도 이해 되지 않는, 이해 할 수 없는 글들을 만날 때가 있다. 결국 지루함에 중간 쯤 읽다 덮어버리게 된다. "글은 독자를 위한 상품이다." 누군가가 선택해 읽지 않는다면 팔리지 않는 상품과 같다.
또한 짧은 문장은 복잡하지 않아 오류 발생의 확률이 적다. 게다가 속도감이 있어 리드미컬한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장의 호흡이 길어지면 의미가 모호해져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짧게 쓰는 것 마저도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글을 쓰고 싶은데 짧은 문장을 연달아 쓰면 어딘가 모르게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어 어색하다. 반대로 쭉 이어지는 글을 쓰면 문장이 길어지는 탓에 명확한 표현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이유로 마땅한 대체 문장이나 표현을 찾는데 오래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글의 주장은 팩트, 사실로 표현해야 독자가 몰입해 읽을 수 있다. 구체적인 글일수록 그럴듯하다! 예를들어, '베스트 셀러에 오른 화제의 책이다.' 보다는 '지난 10년 간 30,000명의 독자들의 읽은 책'이라는 표현이 신뢰를 주고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이 세가지 원칙이 저자의 주된 주장이다.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글을 구성하라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 또한 그런 그만의 노하우로 녹아있어 그런지 가독성이 좋다. 예시와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 원칙들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봤다. 처음 저자가 기사를 수정했을 때 처럼 많은 '의'와 '것'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이 단어들이 포함되면 리듬이 끊어지는 글이 된다.) 그 덕에 의식적으로 이 글에는 두 단어가 포함되지 않도록 애를 쓰며 써내려갔다. 좋은 글쓰기란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빠른 시간 내에 완성도 있는 글을 쓰고 싶어 읽게 된 책인데, 어쩐지 앞으로 더 오랜시간이 걸릴 것 같은 예감이다. 연습만이 시간을 줄여주지 않을까. 글쓰기가 막연히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 혹은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 고민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