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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무소의뿔 / 2016년 4월
평점 :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등 읽지 않아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저자의 시집이다. 시에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특별히 시를 접할 일이 없었다. 얼마 전 <비밀 독서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이 시집을 소개하면서 덧붙였는데 우리가 시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고정된 해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감됐다. 그동안 내가 접한 시들은 온전히 느끼기 위한 시들이 아니었다. 이 맥락에서 이 단어는 왜 쓰였는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시험을 위해 암기해야했던 공부할 대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래서였는지 내가 류시화 시인을 만나게 된 책도 시집이 아닌 여행에세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었다. "No problem!"의 나라, 인도 여행기를 담은 책은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잔잔하고 평온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스꽝스럽기도 한 인도인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처럼 인도 여행을 꿈꾸기도 했다. 그 이후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안타깝게도 시집을 접하진 못했다.
그러던 찰나 개정판으로 나온 『외는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눈에 띄어 읽게 되었다. 과거에 쓴 시가 종종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는지 저자는 자꾸 손보게 되고 심지어 전부 새롭게 쓰고 싶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펼친 시집은 <소금>으로 부터 시작해 <길 가는 자의 노래>로 끝이난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시는 잔잔히 스며들었다. 그간 이런저런 삶의 경험이 조금은 더 쌓였는지 읽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이 꽤나 있었다. 특히나 인생은 원래 그렇게 아프고 허무한 것이라는 뉘앙스의 시구들에 끌렸다. 특히나 <물안개>,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읽고서는 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인 특유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참 좋았다. 내가 무심결에 지나쳤던 모든 것들은 저자의 시에서 새롭게 탄생을 맞이했다. 꽃, 고구마, 나무, 별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마치 생명력을 가진 다른 존재인양 혹은 생생한 느낌으로 표현되었다. 크리에이티브에 관해 많은 책들이 창조를 위해서는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봐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인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왜 그렇게 말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시인의 시에 내 상상력을 마구 보태어 보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이어나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나처럼 시의 매력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의미있게 다가오는 시집이 아닐까. 얇은 한 권의 영향력은 실로 상당했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가만히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편안해지고 빠져드는 느낌에 읽고 또 읽고를 반복했다. 일상적인 단어, 남다른 관점 그리고 공감을 자아내는 표현들까지 시인의 시집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그의 시를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