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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교수의 헬수업 - 뿔난 청춘이여, 멈출지라도 끌려다니지 마라!
박성태 지음 / 가디언 / 2016년 5월
평점 :
나의 대학 시절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힘들고 빡빡한 수업일정으로 소문난 강의들을 일부러 찾아들었다. 심지어는 그런 과목들로만 꽉 채워진 한 학기도 있었는데 정말 몸이 두개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였다. 그렇게 호기롭게 신청한 과목들은 끊임없는 과제들로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연달아 며칠 밤샘은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그 당시 이런 저런 사고도 많이 쳤지만 그 중 잘한 일을 꼽으라면 그래도 내 소신껏 선택한 수업들에 열심히 참여했다는 것이다. 확실히 내가 한 만큼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고, 모든 수업들을 마쳤을 땐 해냈다는 뿌뜻함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또한 박성태 교수의 악명 높은 한 학기의 수업을 담았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으로 각 장의 타이틀은 오리엔테이션, 워밍업, 지옥 수업 전반전과 후반전, 그리고 천국의 문이다. 신문사의 기자로 일했던 저자는 현재 학생들에게 매주 사설 읽고 쓰기란 과제를 내며 교직에 몸 담고 있다. 저자는 내 수업은 HELL이니 나갈 사람은 나가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일종의 학생들을 가려내는 심사같은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가진 그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그들만의 특별함을 발견하고 그들만의 길을 찾아나서는 것을 돕는다. 이것이 지옥같이 힘들기만 한 그의 강의임에도 학생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편지를 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말할 수 있는 앞 부분에 살짝 실린 제자들의 편지만 봐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대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나 그가 전한 목표세우기 파트와 워밍업 부분은 나에게 있어서도 상당한 자극제가 되었다. 마치 다시 학생이 되어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해보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꿈틀거림을 느꼈다. 이렇게 워밍업을 마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3장과 4장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 국제 사회 등 다양한 이슈의 사설리스트를 담은 한 주의 과제들이 펼쳐진다. 이 중 한가지 이슈를 정해 꼼꼼하게 분석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과제물을 제출하고 발표하고 또한 첨삭지도까지 받아야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했던 시사이슈들이 고스란히 시험문제로 출제된다. 왜 중간고사가 끝나고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지를 느낄 수 있던 부분이었다. 반면 이 수업 하나로 사회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그 정도의 고난이야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평소 시간이 없어 신문 사설을 꼼꼼하게 읽지 못 할 때가 많은데 읽으면서 이런 수업이 대학이 아닌 일반과정으로도 개설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내 생각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의견 교환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또한 저자에게도 버거운 시사 이슈 수업임에도 진심으로 제자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수업을 진행해나가는 교수님이 있다는 사실에 다행스럽기도 했다. 모든 학생들에게 특별함을 전하며 같이 헤쳐나가고자 하는 그의 진심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해졌을 것이다. 책을 통해 내가 잘 몰랐던 여러 분야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동시에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에 기운이 나기도 했다. 나아갈 방향을 잃고 헤매는 모든 청춘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