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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 - 12가지 실험으로 파헤친 소비 속 감춰진 욕망
강한나.김보름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사람의 심리를 다룬 책만큼 재미있는 분야도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나름 이성적인고 합리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알고보면 우리 심리가 그렇게 작용하라고 부추긴 결과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손을 뗄 수 없는 매력적인 소설 한 권을 읽는 듯한 느낌의 이 책은 Micro + Trend 라는 독특한 조합을 담고있다. 소수의 취향이 어떻게 대중적으로 변해 트렌드를 이끌어 내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 속에서 열 두가지 심리 실험을 통해 현재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속에 어떤 소비심리가 숨어있는지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 중 하나가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 이다. 가격이 오르는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말하는데 다만 그 과시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과시하고 남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지녔다. 예전에는 경제적인 부를 통해 자신을 알렸으나 요즘은 두뇌를 과시한다. 요즘 흔히 쓰이는 말인 뇌섹남, 뇌섹녀라는 표현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뇌가 섹시한 남자 혹은 여자'를 일컫는 말로 지적인 사람을 대표하는 용어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두뇌 플레이를 다룬 TV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이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 또한 이런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자신의 지성미를 어필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포스팅한다. 심지어 사피오섹슈얼리티라는 지적이상형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지식 또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또한 덕후와 연관지어 스놉효과(snob effect)를 설명한 파트도 인상적이었다. 이는 무언가를 구매할 때 남들과 다른 개성을 추구하면서 어떤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 오히려 그 제품의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연예인이 착용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의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돈만 있으면 너도 나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어 밖에만 나가도 눈에 띄는 옷이다. 그렇기에 남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고 싶은 사람들은 오히려 구매를 멈춘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정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몇 개 생산되지 않은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단 몇 명만이 소유할 수 있다면 그 제품으로 나를 차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기업에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제품의 진짜 팬을 가려내는 이벤트를 열었다. 자신들의 제품이 단순히 돈만으로 구매되는 것이 아닌 제품속에 그 이상의 가치를 담고 싶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스페인에서 벌어진 '감정경매'이다. 이 경매는 참가자의 심박수를 측정해 가장 높은 심박수를 보이는 사람에게 최종적으로 낙찰되는 방식을 선택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진정성을 공유할 수 있는 참신한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경매품을 보고난 후의 심박수는 속일 수 없음으로 그 사람이 얼마나 이 제품에 대한 애착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진행자의 입장에서도 진심으로 물품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보낼 수 있어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예측 불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을 겨냥한 트렌드를 소개하고 싶다. 예전 처럼 일정한 발달 과업단계를 따르기에는 현대인의 삶이 굉장히 복잡하고 다변적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무수한 가능성을 여는 동시에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생을 함께 공유하고 대비하자는 취지의 기관들이 많이 설립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유명작가인 알랭드 보통이 세운 인생학교다. 일, 사랑, 자아, 문화라는 네 가지 범주안에서 마주칠 수 있는 소소한 고민과 일상들을 돌아보며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학교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손미나가 인생학교를 설립해 개교한 바 있다. 이렇듯 삶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여러 트렌드를 소개하며 유쾌하게 소비심리를 파헤친다. 사실 심리학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이 책은 어렵지 않게 심리용어를 설명하고 적용한다는 점에서 백점 만점의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의 심리학 용어를 현대의 트렌드, 그리고 소비시장과 잘 연결시켜 요즘 사람들의 관심 분야는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용이했다. 요즘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이슈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 혹은 나날이 까다로워져가만 가는 소비자로 힘들어하는 기업 관계자들이 봐도 유용하지 않을까. 저자의 바람대로 심각하고 어려운 내용속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던 책이다. 책을 통해 지적 유희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