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금강>은 중종부터 선조까지 사화와 임진왜란으로 혼란스러웠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특히나 세 여주인공 연향, 미금, 부용을 내세워 그 당시 민중들의 힘겹고도 아픈 삶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소설 초반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당파, 그리고 현재와 과거의 상황을 파악하느라 그리고 중간 중간 뜻 모를 단어들을 검색하느라 길을 잃기도 했지만 이내 깊이 빠질 수 있던 소설이었다.



 1부 연향의 이야기이다. 서출로 태어난 그녀는 아버지이며 동시에 스승인 충암 김정으로부터 학문을 배운다. 그녀의 시대는 연산군을 폐위하고 중종을 왕으로 추대했던 공신세력, 훈구와 사림간 당파싸움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시대였다. 뿐만 아니라 그 두 세력 모두를 자신의 발아래 놓고자 했던 중종으로 인해 조정은 피로 물든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충암 김정마저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고 죽게 된다. 유배지에서 충암을 보필하던 그녀는 충암의 죽음 이후 동계를 위해 상단을 이끌어 나가며 남원을 도와 뜻을 펼쳐나간다. 그의 후학들은 금강 주변에서 후일을 도모하며 상단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간다. 대동 사회를 꿈꾸며 세상을 바꾸려 했던 그들은 송사련에 의해 발각되고 결국 남원을 구하며 연향은 목숨을 잃는다. 



 이러한 연향의 죽음을 파헤쳐 나가며 복수를 다짐하는 모습이 2부에서 펼쳐진다. 충암의 제자인 정희중의 손녀였던 미금은 양반의 신분을 숨기고 연향의 아래에서 상단 일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빈자리를 채워 미금은 상단의 대행수가 된다. 수완이 좋았던 그녀 역시 다양한 곳과 거래를 하며 금수하방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중 연향의 죽음이 송사련의 계략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고 연향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종사관, 이일제 일당을 제거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일제를 사랑했던 채선의 부탁으로 그를 살려두고 이 일이 화근이 되어 또 한 번의 피바람이 불게 된다. 금수하방 대행수의 얄궂은 운명이었을까? 미금 또한 세력다툼의 희생양이 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마지막 3부는 연향의 딸인 부용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연향은 대행수로서도 탁월했지만 타고난 소리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딸만은 소리의 길을 가지 않았으면 하고 절에 맡길 때도 제발 소리만큼은 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피는 속일 수 없었던 것일까? 소리를 이어받고 대동사회의 큰 뜻을 이어나가기로 한다. 연향을 거쳐 부용에 이르기까지 세월은 많이도 흘렀으나 당파싸움만은 여전했다. 인종이 죽고 명종이 새로이 왕위에 오르자 문정왕후의 섭정이 시작되었고 양재역 벽서 사건은 사림을 죽음으로 몰았다. 끊임없는 내란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임란마저 발생한다. 이로 인해 혼란에 빠진 조선 조정과 스스로 자신들을 구하고자 했던 백성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정신없는 세력다툼과 외세와의 전쟁 등 역사 속 이야기뿐만 아니라 금강을 둘러싼 그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들을 수 있었던 귀한 작품이었다. 개혁을 꿈꿨던 사람들, 비록 낮은 신분이나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겠다고 일어선 백성들. 그들의 이야기가 애달프게 다가왔던 이유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있던 탓이 아닐까. 또한 이때의 여성하면 고려시대와는 다르게 상당히 제한적이고 억압을 받는 생활을 해야 했으나 다른 면모를 보여준 소설 속 세 주인공도 꽤나 인상 깊었다. 비록 여자의 신분이나 그녀들은 여자로써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갔다. 뜻을 이루기 위해 목숨마저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는 여느 남자들보다도 강단 있고 대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쉽게 읽을 수 있던 소설은 아니었으나 3권을 연달아 읽어나가며 작가가 이 책을 위해 바친 10년이란 세월이 느낄 수 있었다. 상당한 흡입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이 그 노력을 고스란히 비추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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