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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버블
주닝 지음, 이은주 옮김, 박한진 감수 / 프롬북스 / 2016년 4월
평점 :
무서운 성장속도를 보이며 한 때 여러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2위의 타이틀을 거머쥔 적이 있는 중국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중국의 버블 확대에 따른 경착륙의 우려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특히나 중국의 기업, 가계, 은행의 '부채 트라이앵글'은 자주 도마위에 올랐다.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는 중국의 기업들은 중국 성장을 이끌었으나 동시에 위험 부담도 늘었다. 심지어 미국의 기업들보다도 많다. 정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은행 또한 예외는 아니다. 끝이 없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만 같던 기세에 은행도 많은 돈을 풀었고 정부의 보호 아래 특정 기업에게는 무조건적 대출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지금 고스란히 은행 책임의 부실채권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정부의 우호적인 부동산 정책은 가계 부채 비율마저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빚더미에 올라앉은 중국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이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고 반면 지나친 우려라며 연착륙을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중국정부는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때도 커다란 타격을 입었지만 실질적으로 중국 경제의 영향을 받는 우리의 입장에선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이 되었고, 조금만 나가도 요우커라 불리는 중국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재 상황과 중국의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책을 들었다.
책에서는 중국의 위기를 중국정부의 '암묵적 보증'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부동산 시장 넘어 금융기관과 금융상품에 대한 책임과 수익보장까지 중국정부에서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란 생각이 만연해 있던 탓에 전 영역에 걸친 위기를 초래했다. 특히나 수 십년 동안 안정한 투자처로 여겨지고 있는 부동산은 많은 중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은행 대출을 통한 투자를 했던지라 거품이 사라지면 한 순간에 다른 것들도 함께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을 유발할 것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위에서 살짝 언급한 중국 기업과 은행의 부채. 정부로 부터 저금리 외에 상당한 혜택을 받고있는 국유기업의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국유기업들은 사회 전반에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정부 또한 이들의 책임을 어느정도 분담한다. 이러한 정부의 암묵적 보장은 그들에게 자금 흐름에 대한 확신을 주기에 거리낌 없는 사업을 펼친다. 은행 또한 정부에 대한 신뢰로 이런 국유기업들에게 막무가내 대출을 서슴치 않았다. 현재 중국은행의 부실채권 비중은 높아져만 가는데 여기에 정부가 보증을 선 대출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양의 공개되지 않은 부실채권이 숨어있을지 발표되는 통계 수치도 믿을 수 없는 정도였다.
이외에도 각 지방의 관리자들이 GDP를 부풀리는 등의 결과지향주의는 만들어진 중국 경제성장의 어두운 면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부두 통계학 파트에서는 지역별 GDP의 합계가 중국 전체의 GDP를 넘는 등의 말도 안되는 통계를 지적한다. 이는 자신의 경력에 신경을 쓰는 지방 관리자들의 의도적인 행태임을 알 수 있다. 고의적으로 지역 경제의 규모와 경제 성장 속도를 부풀려 작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출 통계자료도 의심을 더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은 통계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숫자에 가려져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얼마나 더 있는지 중국의 행태에 눈을 뗄 수 없다.
중국은 곳곳의 이런 위험신호를 무시해선 안된다. 하루 빨리 중국 정부의 암묵적 보증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눈앞에 1~2%의 단기 성장에 열을 올리기 보다는 탄탄한 제도와 정책 바탕의 지속적인 성장을 염두에 두어야할 것이다. 경제성장은 불과 몇 개월, 몇 년만에 이룩할 수 있는 단거리 종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혁을 위해서 경제성장 중심에 정부를 두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와 법의 체계를 우선시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정부의 보증이 아닌 투명하게 시장에서의 거래를 촉진시키며 투기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법적인 관리하에 기업, 그리고 개인들은 그들의 책임과 위험을 좀 더 분명히 인식할 수 있고 계약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게다가 디폴트 선언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아 금기시 하는 태도도 지양되어야 한다. 디폴트와 그에 따른 위험을 통해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기대치를 조정할 것이다. 이런 적절한 가격이 결정이 있어야만 정부와 기업도 책임감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시민들에게 괜한 원성을 사고 싶지 않은 중국 정부의 선택일지는 몰라도 이런 무책임한 선택은 전 세계적인 불안과 불만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경제를 다룬 내용임에도 여러 사례와 저자의 통찰력있는 분석을 통해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분명한 것은 중국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연착륙으로 끝날지 경착륙으로 경제성장의 늪에 빠질지 그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지켜볼 일이다. 중국과 중국의 경제현황에 대해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