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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의 연습장 - 그림이 힘이 되는 순간
재수 글.그림 / 예담 / 2016년 4월
평점 :
읽는 순간 손에서 뗄 수 없는 책이었다.
만화가인 작가는 구상중인 만화가 잘 되지 않자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카페로 출근해 2년동안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의 레이더에 포착된
연인들, 일상적인 일들을 하는 많은 사람들, 엄마와 아기, 고양이 등의 모습은
그가 붙인 재치있는 제목과 함께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 하게 된다.
이 책의 특이점이라고 하면 연습장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프롤로그도 목차도 심지어 페이지를 나타내는 숫자도 없다.
그렇게 누군가가 그려놓은 연습장의 그림들을 구경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어나갔다.
게다가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일들을 스케치로 표현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인상적인 몇 작품을 소개하자면
그의 연습장엔 유독 연인들의 그림이 많았다.

위의 사진들처럼 보고만 있어도 설레는 연인들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연인사이에 있을 법한 재미있는 모습들도 볼 수 있다.
여자 친구에게 조수간만의 차가 있다는 그림의 제목은 <이제 썰물>이고,
오늘이 어떤 날인지를 묻고 있는 그림의 제목은 <망함>이다.
남자의 표정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느껴진다.
어쩜 이리 재미있게 제목을 붙였는지
웃다가 사진으로 저장한 그림들만 수두룩하다.

다음은 일상생활에서 공감할 수 있던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
때론 걷다 양말이 벗겨져 불편했던 적도 있고,
특히나 긴 머리일 때 가방끈에 머리를 뜯긴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남자인 저자가 어떻게 저런 소소한 포인트까지 놓치지 않았는지 보는 내내 감탄하기도 했다.

이 그림들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시험기간에 흔히 벌어지는 악순환이지만 어쩜 그리 매번 반복되는지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
배가 고프면 고픈대로 부르면 부른대로 기분이 안 좋은 스케치 또한
밥에 예민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발음을 속여 말하는 것과 야식에 관한 그림.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는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었다.
어쩌면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는 그림을 보면서
여기에는 어떤 제목이 붙여졌을까 스스로에게 문제를 내가며 읽기도 했는데,
이 그림은 제목을 보고 나서도 한참 만에 이해를 했다.
심지어 가족들도 의문을 품었던 스케치!
제목은 쉼표<,>이다.
여자의 한쪽으로 넘긴 머리가 문장의 부호와 닮아 그렇게 붙인 것 같다.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남다른 시점이 이 책의 백미이지 않을까.
슬럼프에서 시작된 그림들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난다.
페이스북 독자들이 왜 그렇게 열렬히 공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정신없이 웃기도 했다.
또한 힘든 시기를 꿋꿋히 이겨낸 작가로부터 용기를 얻기도 했다.
단조롭고 지루한 일생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 책과 함께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