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

처용
최항기 지음 / 세나북스 / 2016년 4월

처용하면 유명한 설화와 함께 처용가가 떠오른다.

또한 전염병을 막는 상징적인 인물로도 유명하다.

처용가를 한국 역사상 최고 유행가라고 느끼는 저자는 이런 여러 해석을 제쳐두고 

당대 최고 유행가를 만들어 낸 가수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처용은 한 겨울 지상사라는 절 앞에 버려진 채 발견된다.

갓난 아이였을 때 부터 울음소리마저 박자 감각이 탁월했던 처용은 가무에 능한 동자승으로 성장하나

이 때문에 자주 꾸지람을 듣는다.

어느날 수행중 처용의 노래에 눈이 뜨인 효병 스님은 절을 떠나 마음껏 노래하자고 했고

단순히 무작정 노래가 좋았던 처용은 스님을 따라 나선다.

그러나 곧 낯선 노인을 따라나선 처용은 인신매매 당해 노예로 팔려갈 위기에 처한다.

이 때 처용의 노래에 반해 그를 사겠다는 신라 귀족 소년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권력다툼에 신물이나 당나라로 피해 온 위홍이다.

그렇게 둘은 서로 신라의 노래, 당나라의 노래를 가르쳐 주며 친구가 되었다.

이후 당나라 황제의 먼 친척인 이원도 이에 합세하게 되었고

당시 신라의 엄격한 신분사회에 답답함을 느껴 당나라로 유학을 와 있던 치원도 만나게 된다.

이렇게 각자 사연이 있는 네 사람은 장안에서

노래와 춤, 그리고 술 말그대로 음주가무를 제대로 즐기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그도 잠시 황소의 난이 일어나 혼란에 휩싸인 장안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신라로 향한다.

그 길에 웬 괴물을 만나 죽임을 당한 이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서라벌에서 각각 또 다른 신분으로 만나게 되는데.......

음악이 가진 즐거움뿐만 아니라 치유의 힘을 보여준 소설이었다.

주인공들은 투가(노래자랑)에 참여하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삶을 노래하고, 느끼며 나누었다.

그와중에 얽히고 섥힌 인물들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기도 한다.

처용의 출생, 그리고 위홍과 만, 대구화상의 이야기까지.

위홍과 만은 그저 피튀기는 왕실의 숙부와 조카사이 그것이 다 인줄로만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또한 읽으며 소설 속 숨은 역사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예를 들어 육두품인 최치원을 내세워 보여준

당과 대비대는 당시 신라의 답답한 사회구조라든지

삼대목을 편찬하고 신라 후기 멸망의 원인이 된 진성여왕 이야기라든지.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어딘가 모르게 아쉬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