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화

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제목 옆 한 켠에 쓰여진 '1940, 세 소녀 이야기.'

책을 펼치기 전 부터

일제강점기가 그녀들에게 가져다 줄 비극을 상상할 수 밖에 없었다.

감언이설에 속아 위안부로 팔려갔던 많은 할머니들이

현재도 잊을 수 없는 상처와 함께 살아가고 끊임없는 투쟁을 하고 있다.

전 세계를 돌며 우리의 입장을 전하고,

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건 한결같은 무시와 거짓말 뿐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는 너무도 아프게만 남아있는 당시의 기억을

담담한 문체로 전해준다.

주인공으로 은화, 영실, 정인 세 소녀가 등장한다.

먼저 일제의 부당한 대우에 순사를 패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영실의 아버지이다.

이런 아버지를 찾겠다고 나선 어머니는 영실을 동생에게 맡긴다.

이모네에 오면 중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잠시 꿈꿔보지만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에게도

하루 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것이 전부이다.

'화월각' 이라는 기생집에서 자란 은화는 

언젠가 자신도 기생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생각에 짓눌려 마음이 무거운 아이이다.

마지막 정인은 영실네와는 달리 일본의 앞잡이 역할을 하는 아버지 덕에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으나 달갑지 않다.

새 어머니에 부끄러운 아버지.

정인에겐 모든 게 화풀이 할 대상이다.

이런 각기 다른 상황에서 세 소녀는 누구보다도 걱정하며 아끼는 친구가 된다.

그러나 영원한 우정을 약속한 것도 잠시,

 악화된 상황은 그들을 각기 다른 삶으로 인도하고야 만다.

영실은 이모가 만나는 일본인, 나카무라의 도움으로 일본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고

정인은 아버지의 등쌀에 오빠 정태와 불란서로 유학을 가게 된다.

그리고 제일 안타까웠던 은화.

기생의 삶이 싫어 화월각을 뛰쳐나온 은화는 좋은 일자리를 구해준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일본으로 향했으나

일본인 군인을 상대하는 위안부가 되고야 만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고 암담한 시절이 지나고

책 끝에서야 드디어 일제강점기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광복이 찾아온 이후에도 그들의 삶은 여전히 불안했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다양한 인물을 내세우며 그 당시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나라를 위해서는 목숨도 아깝지 않은 독립군,

옳지 않은 길임을 알면서도 현실에 굴복하는 앞잡이, 

더 이상 버틸 힘 조차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사람들,

그리고 조용히 눈치보며 몸 사리는 대다수의 사람들까지

그들이 선택한 삶은 모두 달랐을지라도 겪었던 고통과 시련은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혹독했던 시기를 다시금 마주하면서

많은 생각 하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