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라니..

황당하기도 할 뿐더러 사실이라면 정말이지 끔찍할 일인데 다행이도 소설의 제목이다.

그러나 일단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끌기엔 충분했고 거기다 제 11회 세계문학상 대상작을 받은 작품이기에 궁금증은 더해갔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 말해주듯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가 있다는 한 할아버지의 말 하에 그 놈(오리)을 찾으러 다니면서 펼쳐지는 내용이다.



한 남자가 있다.

전 재산이 5천원도 안되는 30대의 빈털터리 삼류작가.

뜨거운 태양빛이 그런 남자를 약올리기라도 하듯 강렬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어느 여름 날, 불광천의 다리 밑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다는 전단을 보게된다.


일당 오만원에, 성공 보수도 있고 조건이라함은 젊고 건강한 사람을 우대한다는 것 뿐

일당 5만원이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남자의 전 재산의 무려 열배가 넘는 돈이었고 성공보수도 있다니- 잘하면 더 많은 돈을 벌수도 있다는 점이 남자의 마음에 들었다.

곧장 남자는 전화를 걸었고 어떤일을 해야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면접을 보러 불광천 근처의 한 아파트로 발을 들인다.



그곳에는 한 노인이 있었고 남자에게 몇가지 질문을 한뒤 카메라를 쥐어주며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한다.

"오리들을 찍으시오. 오리. 다른 건 필요없고 오로지 오리만. 되도록 선명하게, 얼굴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리고 남자의 질문에 노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기르던 고양이, 이 호순이를 잡아먹은 오리놈을 찾고 말거요."


처음에는 노인의 이야기가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기에 거절하려했으나 오리를 잡아오면 준다는 성공보수 1천만원.

눈 앞에서 5만원짜리 뭉치를 보았고 그돈을 준다기에 남자는 결국 오리를 찍으러 불광천으로 나선다.




불광천의 땡볕아래 자신말고도 오리사진을 찍고 있는 한 여자가 있다.

이것도 일이라면 일일까 자신보다 먼저 이 일을 시작한 한 여자와 뒤 늦게 합류하게 된 꼬마.

어느 순간부터 셋은 거리를 유지하며 불광천을 따라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시작된 세사람의 오리 찾기!

노인의 말이 사실인지 그냥 호순이를 잃은 슬픔에 헛소리를 하고 있는건지 알 순 없으나 매일같이 오리를 찾으러 나선다.

그 이유는 물론 돈이 궁한것때문이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노인에게 사기를 치는 것 같은 마음에 남자와 여자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그들의 오리 찾기는 계속되어가는데..









이 소설속에서는 고양이 호순이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등장인물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남자, 여자, 노인 그리고 꼬마라고 불릴 뿐.

게다가 이들의 관계는 참으로 이상하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인 동시에 꼬마는 할아버지의 하나뿐인 손자다.


할아버지가 3년째 키우던 고양이 호순이가 오리에게 잡아먹혔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이어지고

진짜가 정말 진짜인지, 가짜가 만들어낸것이 진짜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방향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참으로 모호한 세상의 이야기.

하지만 때로는 그 경계를 알 수 없을때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좋은 세상이 아닐까-



조금은 우습고 황당한 이야기로 시작했으나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