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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재킷 창비청소년문학 127
이현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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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부산 앞바다를 요트에 타고 표류하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구조가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사람과 사람, 생명과 생명의 관계 위에서 위태롭게 표류하는 관계들에 나도 모르게 불안해지는 상황들이 펼쳐진다. 또, 청소년 소설에 등장하는 청소년 등장인물들인 것 만큼, 공감과 몰입 면에서는 훨씬 쉬웠던 것 같다.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과 문제들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 청소년기의 특징 아닐까.

안타깝게도 라이프 재킷에선 청소년들이 체감하는 것만큼 문제가 과장되지 않는다. 정말 실제로도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대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들이 가정과 친구 관계 속에서 깊어지고 아이들의 마음도 점점 숨게 된다.

현재와 과거 속에 주인공들은 마치 바닷속으로 잠수하듯 빠져 들어간다. 정말 "라이프 재킷" 구명조끼를 입혀주고 싶었다.

가족과의, 친구간의 갈등과 고민이 많아지는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이 그리워하는 것들을 이해해주는 것만 같은 내용에 분명 스릴 가득한 줄거리에도 괜시리 마음 언저리가 따끔, 뜨끔해지는 것 같다.

결국에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를 바랬던 걸까.. 구명조끼를 입고 몸을 던진 천우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진짜 천우의 모습을 사람들은 알지 못하여 마음대로 떠들었지만, 신조와 고은 만큼은 천우가 원했던대로, 바랐던 대로 천우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사실 모든 등장인물의 배경스토리가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특히나 장진과 태호의 사연이 마음 쓰인다. 사연 뿐만일까, 현재의 모습이 더 안타깝다.

스포일러성 내용은 지양해야 하는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에 스토리를 되도록 공개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아시다시피, 한번 줄거리를 꺼내면 정말 멈추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렇지만 작은 조연으로 비춰지는 인생이 아닌 스토리를 이루어가는 등장인물로써의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어 더욱 생생했던 것 같다. 그 점이 매우 좋았다.

또, 한 사람의 시선으로만 사건이 비추어진 것이 아닌,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사람의 시선으로 상황을 되짚어 보게 되어 신선했다. 거미줄처럼 촘촘한 관계에 알고보면 다 연관있는 사람들이라 놀랍기도. 새로운 시각이 포인트인 것 같다.

창비 청소년 소설 다운 이현 작가님의 신작 '라이프 재킷' 서평이었다.

주로 어린이 소설 쪽에서 이름이 있으신 작가님인데, 반가운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늦여름 시원한 스릴과 청소년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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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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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그동안의 소설 Y 작품들과 비슷한 점을 많이 느꼈던 책이다. 처음 서평단 신청했을때에는 블라인드 서평단 - 어떤 작가님이 쓴 건지 알아맞춰야 하는 방식이어서 예전에 소설Y를 하셨던 작가님의 차기작일까?라고 생각했는데,

17일에 작가님이 공개되고 진짜 황당했던 것이, '버블'이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기 때문이다. 즉, 예전에 썼던 작품이 없으시다..

도대체 왜 블라인드 서평단으로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읽으면서 즐거웠던 책이었다.

노 휴먼스 랜드, 네가 있는 요일, 터널103, 스노볼 등등이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딱 소설Y에 어울리는 멋진 소설인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소설의 여러 설정들이었다. 중앙에서의 삶의 방식과, 외곽에서의 삶의 방식에 대한 설정들이 특히 그랬다. 또,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리는 소설 같다.

마지막 큰 반전도 재미있었다. 독자들은 미리 반전을 아는데 주인공만 몰라서 답답한 방식이 아니라, 독자들이 주인공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미리 비밀을 공개해주지 않는 작가님도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살짝 재미있는 생각도 들었는데, 중앙에서 살던 사람들은 모두 대문자 I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 같고, 외곽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대문자 E처럼 행동한다.

사실 이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공감, 믿음을 아주 예민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삶의 방식이 폐쇄적인 중앙 사람들은 내향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을 감고 사는 것이 규칙이기 때문이다.

김초엽 작가님의 '행성어 서점' 단편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편인 '시몬을 떠나며'에서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사는 행성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책에서도 중앙에 사는 사람들의 규칙은 눈을 뜨면 안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로맨스 소설 같기도, 성장 소설 같기도 한 이 책의 주인공 07이 마음속 버블을 열게 되는 과정이 담긴 책이었다.

주인공의 진짜 이름이 예뻐서 살짝 좋기도..

진짜 이름이 있는 부분이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설정에 알맞는 점도 들어맞아 좋았다.

눈을 뜨고 싶었던,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안아주고 싶었던 주인공이 중앙을 떠날 결심을 하며 생기는 내용에 대한 책 '버블' 서평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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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eun Lee 2024-05-2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품으로 데뷔하시는 작가님 작품인데 왜 블라인드처리하고 또 어떤 작가님 글인지 맞춰보라고 했는지 진짜 의아했어요 맞춰보라는 미션 때문에 익히 많이 알려진 작가님 작품일 줄 알았거든요 아니면 내용이 약간 오버랩되는 터널103, 스노볼, 노휴먼스랜드...의 작가님 중 한분이거나... 저랑 넘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셔서 제가 쓰고 잊은 글인가 싶어서 작성자명을 한번 더 확인하고 왔습니다 ㅋㅋㅋ 신기해요 ㅋㅋ
 
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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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속편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책인데, 진짜 그럴지는 잘 모르겠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인 검은과부거미섬. (영어로 한다면 블랙 위도우 스파이더 아일랜드네?!)

이곳은 '무피귀', 그러니까 정말 '피부가 없는' 괴물들로 가득한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섬의 끝 쪽에 있는 해저 터널에 들어가 입구를 봉쇄하고 40년째 사는 중이다.

터널 안의 삶은 역시 끔찍하다. 구더기를 튀겨 먹고, 청설모로 육포를 만들어 먹어야 한다.

놀라운 것은 나름의 시스템을 만들어 잘 돌아가고 있기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량은 개들을 훈련시켜서 설치류들을 잡아오게 하는 등 어떻게든 만들어내고,

식수는 우물이 있다.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러나, 이제 터널에서 나가야 할 시간이다.

터널에 바닷물이 새기 시작한 것이다.

우물에서 짠맛이 나자 그제서야 사람들은 위기를 느낀다.

그러나 터널 바깥은 무피귀들로 가득하다.

무책임한 촌장은 주인공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교묘하게 머리를 쓴다. 결국 주인공은 터널 바깥에 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한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암울하지만, 죽음이 닥쳐오는 상황에서 간신히 살아남는 주인공들 때문에 정말 흥미진진하다.

반전 스토리도 재미있었다. 또, 여러가지 독특한 설정들이 신선했다.

특히 작가님의 상상력은 스릴러 분야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등장하는 괴물들이 어찌나 섬뜩한지 진짜 무서웠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메세지는 '어디까지 누구의 책임인가'이다.

사람들을 죽이는 괴물은 사람을 죽였으니 괴물이지만, 존재 자체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사실은 억울한 희생양이고, 자아를 빼앗겼기

때문이니 괴물의 잘못이 아닌 걸까? 괴물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가는 책임도 크지만, 어쨌든 사람들을 죽였으니 괴물도 책임이 있는 걸까?

괴물들을 피해 가족들을 구한 사람들은 어떨까?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괴물에게 잡히게 내버려둔 사람은 가족을 지켰으니 괜찮은 걸까? 아니면 가족 때문에 남을 희생했으니 책임이 있을까? 설령 남을 희생했다고 인정해도, 어쨌든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니 책임이 없을까?

자기 가족을 지키려고 내 가족을 버린 사람이,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다면 무시해도 괜찮을까? 내 가족을 버렸으니 나의 행동은 이해받을 수 있을까?

쉽게 결정지을 수 없는 메세지들이 끝없이 던져지니 정말 머리가 아팠다.

선과 악을 명백하게 구분 짓지 않는 점은 훌륭하게 생각한다. 또, 이런 메세지를 여러 형태로 보여주는 것도 그렇다.

괴물을 물리치는 방법들이 꼭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을 연상시켜서 재미있었다.

사람을 사냥하러 다니는 괴물들이 나온다면 빠질 수 없는 요소인 추격전도 여러번 등장하는데,

정말 몰입해서 읽다 보면 소름이 올라오는 것 같다.

또, 프로젝트라든지, 괴물 이름 등을 성경에서 나왔던 괴물들에서 따온 점도 재미있었다.

(거인 괴물은 네피림으로 나온다.)

영화 '터널'을 기대하고 읽었다는 사람들의 글을 종종 보았는데,

미안하지만 이 책은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크리쳐 스릴러물에 가깝다.

독특한 매력의 '터널 103' 서평이었다.

*이 서평은 창비 소설Y클럽 서평단에 참여해 제공받은 가제본으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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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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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한 커리어 우먼이 무너지는 모습을 다룬 책이다.

이 여성의 인생은 곧 커리어이고, 커리어가 무너지는 순간, 인생 역시 함께 무너진다.

그녀는 페미니스트이고, 정치인이다. 딱 이슈화되어 무너지기 쉬운 조건에 최적화되어있었다.

또, 남편과 이혼하고, 사춘기 딸이 학교폭력 문제에 깊숙이 관련돼있다.

한마디로 무너지기 쉬운 최고의 환경에 있었다.

그녀가 저지르는 실수들, 오해, 미숙한 발언 등으로 인해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가고

등장인물들 사이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어간다.

1권에서는 이 인물의 인생에 관해서 다루고 있고, 또 중요한 사건들로 인해 무엇이 무너지고 있는지 다룬다.

아마 2권에서는 무너진 것들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 다루지 않을까, 추측해 보고 있다.

먼저, 주인공 엠마 웹스터는 하원 의원이고, 주로 여성이 당한 폭력에 대한 발언을 한다. 이로 인해 다른 남성 의원들의 저격에 시달린다. 또, 유명한 잡지에 실린 인터뷰로 인해 SNS에서도 온갖 욕을 먹고 저격당한다. 그럼에도 그녀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 하며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활동하는 이유는, 그녀 역시 같은 폭력을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다른 형태의 폭력을 계속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두 번째, 위의 이유로 인해 기자에게 시달리게 된다. 자신을 유난히 따라다니며 취재를 하려는 기자와 정치적 발언 등을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하며 해명과 답변을 요구하는 메일이 온다. 여기서 그녀의 실수는, 기자 한 명과 사적으로 친해져버린 것이었다. 이제 매우 불리한 조건에 있게 된 것이었다. 사생활이 캐내질 수도 있었다.

세 번째, 사실 이혼한 남편에게 미련이 있지만, 막장 스토리인 것은 딸의 피아노 선생님이자 그녀의 절친이었던 사람이 바로 전 남편의 새로운 아내가 된 것이었다. 덕분에 이들 부부와는 사이가 몹시 별로이다. 게다가, 딸은 중학교에 들어가며 사춘기가 온 줄 알았더니,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고, 자신처럼 SNS라는 감옥에서 장난감처럼 다뤄지고 있었다. 딸은 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 이 아닌 (나는 이 부분이 매우 놀라웠는데, 흔한 '클리셰'를 깨버린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 한 명에게 보복한 것이었다. 엠마는 여성이 당하는 여러 가지 모습의 폭력에 대한 이슈를 가지고 발언하는 정치인인데, 반대로 그녀의 딸은 바로 그 폭력을 저지른 범죄자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비행소년이 되어버린...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것이었다. 이것도 참 꼬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사적으로 친한 기자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받고, 딸과 더 멀어지고, 전 남편과는 물론이고 전부 망가져버린다.

네 번째, 그녀는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 문자로, 편지로 '니같은 X에게 염산을 부어버리겠다'라는 등 무시무시한 협박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그녀의 사생활을 찍은 사진을 보내기도 하며 자신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암시한다. 한번은 이 사람으로 추측되는 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그녀를 추격하기도 한다. 사실은 그녀와 사적인 친분이 있는 기자가 바로 이 스토커가 아닐까, 싶기도 한다.

권력, 가정, 평판, 관계, 비밀이 차례대로 하나하나 너무나도 쉽게 망가지고 무너지고 사라져버렸다.

이 책에서는 SNS가 주는 영향력과, 특권층이 가진 삶, 그리고 사람들이 주는 혐오가 한 사람에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생생하게 풀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인터넷에 떠도는 봇과 가짜 뉴스가 어떻게 사람들을 선동하고 믿게 만드는지,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는 다른 사람인 척 연기할 수도 있고, 없는 사람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우리가 보는 세상의 범위를 좁혀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서 선택할 권리를 별로 가지고 있지 않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인공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이 '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서 생생하게 묘사해 주어 오히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주인공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지금 이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이유가 쉽게 이해되는 것 같아 마음이 시원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이라는 이슈는 사실 굉장히 논점과 바라보는 시점이 다양하다. 게다가 개개인마다 다르고, 형태도 정말 많이 나뉘어 있다. 그만큼 중요하고 복잡하다는 뜻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여성이기 때문에'에 관한 문제가 여러 개 등장한다. 여성이 여성에게 저지르는 폭력부터, 여성이기 때문에 문제화되는 일, 여성이 당하는 폭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에 관한 문제, 등 여러 가지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제기하는 의문은, '과연 여성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까? 여성이 아니었다면, 같았을까? 여성이기 때문에 무엇이 다를까? 왜 남성의 정의한 여성상만을 추구하는가?'에 대해서 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주인공에게 닥치는 시련들을 주인공이 뚫고 헤쳐나가 승리하는 소설이 아닌, 반대로 '주인공을 무너트리는' 반전 매력의 소설이 신선했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결국 누군가의 죽음으로 책이 마무리되는데, 스포일러로 인해 밝히지는 않겠지만, 결국 이 죽음에 대한 책임을 주인공이 지게 될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오랜만에 내용에 휩쓸리듯 같이 감정 속으로 떠내려가듯 읽어 내린 범죄 소설이었다.

넷플릭스에서 영상화된다는 소식으로 홍보되고 있어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이런 책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빠르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본 서평은 서평단에 참여해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솔직한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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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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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바쁠 예정이라 서둘러 쓴다. 약간의 TMI이지만 이번 [소설 Y 클럽]에서는 가상 캐스팅이 사라져서 한결 수월해진 것 같다. 그렇다면, 서평 미션 2 시작하도록 하죠. -!

'네가 있는 요일'은 매우 흥미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로맨스 SF 소설이다.

전작 '스노볼' 시리즈로 유명한 박소영 작가님의 신작이다. 역시 엄청나게 신기하고 새로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드시는데, 정말 어떻게 하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세계관과 줄거리를 살짝 소개해 보겠다.

인간 7부제 사전 동의서

주요 내용: 일곱 명이 신체 하나를 하루씩 돌아가며 사용한다. 공유되는 신체 외의 나머지 신체는 (뇌를 제외하고) 폐기한다.

시행 목적: 인간 개체 수를 적정하게 유지해 환경 파괴와 식량난 등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인류의 공멸을 막는다.

동의사항:

(1) 신청자 본인은 17세부터 7부제에 종속된다.

(2) 신청자는 자신의 지정 요일에만 신체를 사용할 수 있다.

(3) 신청자의 신체는 평가 기준에 따라 폐기되거나 타인의 공유 신체로 양도된다.

본인은 위 내용을 모두 이해했으며 이에 동의합니다.

(본문 중)

위 동의서 내용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 주제이자 세계관 설정이다. 놀랍지 않은가?

즉, 7명이 한 몸을 쓰되, 월요일 인간, 화요일 인간, 이런 식으로 요일 하루를 지정해 놓고 1명 1요일로 몸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몸을 사용하지 못하는 나머지 6일 동안은 어떻게 사는 걸까?

누구나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 걸치고 토성 고리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가상 현실 낙원은 정신의 세계였다. 정신, 생각, 믿음, 상상력이 감각을 지배했다.

···

별도의 감각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낙원에서 라면 맛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사용자의 뇌가 라면이라는 시각 정보와 관련된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기억 정보를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라면을 자주 먹는 사람은 낙원에서 가상의 라면을 먹을 때도 후루룩 면발을 삼키는 소리와 따뜻한 라면 그릇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는 온기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반면 라면을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와 비슷한 다른 음식의 맛을 느끼거나 아예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한다.

41p

바로 가상 현실 세계 '낙원'에서 살게 된다. 위 내용들처럼 '모르는 느낌'은 느끼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가상 현실인 만큼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이기 때문에 이름처럼 '낙원'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인간 7부제에 종속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다.

"17세 미만의 미성년자, 임신부, 36개월 미만의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

그리고 '환경 부담금'을 내면서 살아갈 정도의 재력을 가진 자." (부자)

(↑ 19p)

이들은 '365'로 불리며 온전히 자신의 몸을 7부제에 구속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주인공 '현울림'은, 수요일에 몸을 사용하는 인간, 일명 '수인'이다.

그리고 울림과 엉킨 실타래처럼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완전히 꼬여있는 보디 메이트, 즉 한 몸을 공유하고 있는 사이이자 앙숙 ( 정도가 아니라 원수)인 '화인' 강지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술을 잔뜩 마신 채로 술집에 누워서 몸을 바꿔준다든지, 밤새 굽이 엄청나게 높은 부츠를 신고 춤을 춰서 온몸이 쑤시게 만든 다음 몸을 바꿔주는 강지나로 인해 울림은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울림은 복수로 강지나가 입은 채로 넘겨준 온갖 명품들을 죄다 버린다. 이처럼 그들의 관계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다.

어느 날, 생일선물을 주겠다는 강지나의 쪽지에 의아한 현울림은

생일날 평소보다 강지나가 훨씬 일찍 몸을 바꿨다는 사실에 놀라고,

몸이 바뀌자마자 물속으로 빠지게 된다.

사실 울림은 심각한 물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당연히 잘 알고 있던 강지나는 전날 필리핀 스쿠버 다이빙을 예약한 후 물에 입수하기 직전, 몸을 현울림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밀쳐지며 강제로 물에 입수하게 된 현울림의 몸은 그만 사망하게 되고, 현울림은 낙원에서 영혼으로 남아있길 거부하고 강지나를 고소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공유 신체를 사망시킨 혐의로 현울림이 '사형' 판결을 받게 된다. 그때, 울림은 강지나에게 복수할 방법을 알게 되는데...

'하루의 시간'을 중요한 장치로 사용하며 조연과 주인공, 악역이라는 역할의 틀에 매이지 않고 그들 인생의 중요한 사건이 엮이는 것이 신기했다. 또, 자신의 불행을 현울림 탓으로 돌리는 강지나의 입장과 동시에 강지나의 복수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현울림의 입장, 둘 다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신기했다. 과거로 엮인 그들의 현재, 그리고 조연인 줄만 알았던 인물들도 마치 주인공처럼 이야기의 일부로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반전이다.

반전이 너무 많아!! 통째로 반전이야 전부!!!

숲에 있는 캠핑카에서 총 들고 싸우다가 흑곰이 와서 캠핑카를 강에 던져버리질 않나, 자기가 알고 있던 사람의 몸을 사용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진짜 그 사람이었지를 않나,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초능력자(...)이고 마침내 죽을 고생을 하며 찾아낸 강지나는 강지나가 아니었던!!

정말 예상할 수 없는 반전의 연속에 한번 책장을 넘기면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게 된 현울림이 행복할 수 있어 기뻤다.

사실 로맨스 소설을 아직(?) 좋아하지 않아서

(아직 로맨스 소설보다 재미있는 소설이 너무 많다. 사실 로맨스는 약간 지루하다.)

'로맨스' SF 소설 서평을 쓸 기회가 생길 때에는 약간 고민이 된다.

그렇지만 '로맨스' 소설이 아닌 '사랑받게 된' 현울림의 이야기, 즉 로맨스도 하나의 장치 (특히 반전...)으로 사용하는 부분이 좋았다. 이런 로맨스라면 한번 읽어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몸을 빼앗기고 기억을 잃어도, 너와 나는 틀림없이 서로를 알아보고 어김없이 서로를 사랑하게 될 거야.

430p

이상 박소영 작가의 '네가 있는 요일' 책 서평이었다.

끝 ^^

이 책 리뷰는 창비 [소설 Y 클럽] 이벤트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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