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이론 - 일반상대성이론 100년사
페드루 G. 페레이라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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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 자체!

 

누구나알고 있을 것 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지난 100여 년 동안 수 많은 천재들이 끊임없이 이 이론에 도전하여 새로운 성과들을 계속해서 쌓아왔다는 점을 알고 놀랐다. 상대성이론이 언급되는 것을 수도 없이 봐 왔고, GPS 등에도 응용되는 하나의 완결된 법칙으로 이해해 온 나로서는 전혀 기대하지 못한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 상대성이론이 나오는 과정이나 배경지식 및 아인슈타인의 개인적 면도 상당히 언급되리라 예상했는데 전혀 뜻밖으로 상대성이론은 이미 나왔고 그 후의 얘기들로만 주로 채워져 있다.


또 다른 놀라운 점은, 단 한 줄의 수식이나 그림 또는 도표 없이 현대 물리학의 역사를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서술했다는 점이다. 지은이의 전문지식뿐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에 감탄했다. 다만, 책을 읽으며 어려웠던 점 중의 하나는 과학자들의 이름이 너무 많이 등장하여 일일이 좇아가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도 이를 염려했는지 책의 제일 뒷부분에는 인명 색인을 따로 두었다. 그만큼 서구에는 천재들이 풍성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연의 이치를 파헤치기 위해 인간의 이성적 사고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서구인들(특히 영국과 미국)의 문화와 역사와 능력이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최근의 교양서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초끈이론이나 다중우주라는 말도 책의 뒷부분에 등장한다. 결국, 물리학은 검증 불가능한 영역으로 옮겨 가는 것은 아닌지, 미래에 어떤 성과들이 나올지 궁금하다. 중력파가 마침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몇 년 전에 들렸는데 저자가 중력파가 검출된 이후에 이 책을 지었다면 뒷부분의 내용이 어떻게 더 풍성해졌을지도 궁금한 점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마치 전공자들을 위한 것처럼 참고 문헌과 논문들을 성실히 실어 놓았는데, 일반인들이 들여다보기는 힘들 것이고, 다만 소련에서 이룬 과학적 업적들이 좀 더 자세히 소개되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러시아어로 쓰인 과학서들이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 특히 냉전시기 그들이 서구와 경쟁하면서 또는 독자적으로 이룬 업적을 그들의 시각으로 읽으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정말 재있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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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신비한 메시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더난출판사) 1
에모토 마사루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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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런 책을 과학분야에 올려 놓지 말았으면 좋겠다.
과학이란 이름을 빌어 비과학적 주장을 하는 참으로 뻔뻔스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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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 한국 실업의 역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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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교수는 정말 부지런하다. 보통 사람들이 책 읽는 양보다 더 많이 책을 펴내는 것 같다. 평소 자료 정리를 꼼꼼히 잘 해 놓지 않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양이다. 존경스럽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른 사람의 글과 말을 너무 많이 따옴표로 옮겨놓았다. 출처를 다 밝혔다지만 저자가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것을 독자에게 내미는 것 같아 생각만큼 빨리 읽어지지 않았다.


이 책의 부제는 한국 실업의 역사이다. 해방무렵부터 2010년까지 취업이 쉬웠던 기간은 별로 없었다. 특히 IMF 경제위기는 장래에도 두고두고 역사학자와 사회학자들이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하고 해석하며 책을 내 놓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당시 한국 땅을 떠나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날 중요한 사회적 이슈인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 양극화, 귀족노조 등이 거의 20년 이전부터 중요한 이슈였으며 정치권에서도 논쟁과 논의가 계속 되어왔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오랜 기간 사회적 이슈로 남아있었지만 더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갓 출범한 문재인정부에 기대가 크지만 짧은 기간 내에 확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최근 연일 새 대통령의 행보가 즐거운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데, 참여정부때처럼 점점 사방에서 공격받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견디고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기적처럼 대단하다고 생각되지만, 정치적 상황에 별 관계없이 여전히 취업에 목을 매단 제자들을 보면 뭐라 해줄 말이 딱히 없어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지금으로써는 문재인정부의 개혁동력이 임기 내내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내가 밑줄 그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부분이 2009년 신승철 당시 민주노총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한 부분인데, 실업문제를 보도하는 신문기사들을 보면 곧 사회가 뒤집어질 것 같지만 겉보기엔 평온했던 이유를 제시한 부분이다. 신승철씨는 첫째 군대가 실업군을 일정부분 흡수하는 완충역할을 하고, 둘째 한국의 독특한 가족문화로 부모가 자식을 오랜 기간 양육하는 누에고치 문화가 있으며, 셋째는 노동자들의 가부장적 의식을 꼽았다. 즉 나라 경제가 어렵고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 노동자들이 정부나 경영진을 탓하기 전에 자기 잘못이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맺음말에서 강준만교수는 이 중에서 가족의 영향이 압도적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가족의 영향은 각개약진 문화로 나타나고 각개약진 문화는 늘어난 실업률이 진보세력의 확장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정부분 보수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각개약진이 승자독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며, 사교육과 같은 교육문제를 풀기 어려운 것도 승자독식 체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치 영역에서 정치 창출에 기여한 공신들에 대한 보상으로 나타나는 낙하산 인사등이 정권 사유화이며 승자독신문화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정권 사유화부터 근절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맺음말을 읽으며 두 가지 호기심이 발동했는데 첫째는, 이 책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에 집필되었으므로 이명박정부에서 이어지는 박근혜정부를 모두 겪었다면 강준만교수가 이 부문을 얼마나 더 강하게 강조했을까 이고 둘째는 최근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공적인 부문에서만 사용함으로써 축소하기로 하여 정권 사유화근절을 향한 멋진 수를 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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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309동1201호(김민섭)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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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본명을 밝히지 않고 ‘3091201라는 필명으로 펴 낸 것이다. 저자가 마침내 대학교와 인연을 끊고 대리운전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리사회라는 책도 펴냈는데(조만간 읽고 싶은 책이다.), 아마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본명을 사용했을 것이다.

책은 대학사회라는 것이 사회적 위치나 지리적 위치에 관계없이 얼마나 기괴하게 뒤틀려 있는지 다시 상기하도록 한다. 대학교(지방 사립대)에서 밥벌이하고 있는 입장에서 저자가 이런 글을 남긴 이유가 이해가 된다. 이런 글이라도 남기지 않았다면 훨씬 빨리 무너지지 않았을까? 가끔은 나도 내가 겪은 일들을 적나라하게 글로 적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데, 글로 쓰면 위로가 될 것 같아서다. 정규직 교수로 일하고 있는 나도 때로 느끼는 충동을 대학원생으로, 시간강사로 지낸 저자는 훨씬 더 강렬히 지속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오늘날의 대학 모습을 전체적으로 잘 보여주는 책은 오찬호씨의 진격의 대학교가 있다. 하지만 내부자의 시선은 좁을지언정 더 날카롭고 생생할 수 있는데 내부자로 계속 남아 있으면서 이런 비판적인 글을 남기기는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시간강사라면 교수가 될, 또는 시간강사라도 계속 유지할 희망을 아예 버리기 전에는 말이다. (이희진의 흡혈귀가 지배하는 세상, 대학 도 저자가 대학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완전히 접은 후에 나온 책이다. 너무나 목소리가 크고 거칠어 교수보다 더 뒤틀린 거악, 사학재단의 모습을 잘 보지 못했다. 교수를 욕하다 자신의 목이 다 쉬어버렸다.) 내부자로써 대학의 으그러진 모습을 간간이나마 세상 밖으로 내놓는 이가 부산대의 강명관교수인데, 지방사립대에서 밥벌이하는 사람들에게는 국립대교수가 재단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는 부러운 존재가 된다. 그만큼 교수직에도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교수는 대학원생들의 아이디어를 뺏고, 노동력을 갈취하는 존재로 뉴스에 자주 등장하지만 이 같은 일은 아마 수도권의 상위권 대학이나 지방 국립대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 외의 대학들, 숫자로는 훨씬 많은 지방 사립대에서는 대학원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뽑은 학생들에게 교수가 다 쓴 논문에다 학생의 이름만 걸쳐주고 발표 자료까지 만들어주면서 지방 학술대회에서 발표시키는 일들이 훨씬 더 자주 일어난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앞부분은 저자가 대학원생 시절의 일을, 뒷부분은 시간강사 시절의 일을 적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내 대학원 시절도 다시 떠오르게 하고 현재 내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부분 제자였던 비정규직 조교들도 떠오르게 한다. 비정규직의 어려움(내가 있던 학교에서는 이들이 2년을 초과해서 근무할 수는 없다. 졸업생들을 채용하면서 취업률을 핑계로 정한 규칙이다.)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고, 과거 내가 대학원생일 때의 억울했던 기억도 떠오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조교직에도 교수직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속한 학교의 조교들도 박봉에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분명 필자가 겪은 정도는 아니다. 사실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빡세게 조교를 돌리고도, 조교들이 떠나지 않고 학과가 운영되는 지 놀랐다.(지방 사립대의 공학계열 학과는 종종 시간강사도 구하기 힘들다. 어느 정도 자질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분은 강의수당이 적은 지방으로 잘 오지 않는다.)

후반부는 필자가 선생으로써 학생들과 마주하면서 겪은 일들이 주를 이룬다. 만약 내가 재단의 이사장이라면 이런 분을 학교로 모셔 와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는 좀 멋진 이사장이 있으면 무슨 큰일이 나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이렇게 열심이었던 분이 결국은 대학을 떠났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대학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이 더는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착잡하다. 그나마 새로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짧은 기간이지만 여러 분야에서 포기했던 희망들이 다시 자라는 분위기인데 교육, 개인적으론 특히 대학의 모습도 빨리 바뀌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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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할 거야 - 십대, 지금이 아니면 하지 못할 것들
강신주 외 지음 / 우리학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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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명이 한 가지 주제로 짧게 쓴 글들을 모은 책은 기획자나 대표 저자가 책의 기획 의도와 책이 나오기 까지 과정 등을 서문에 실기 마련인데 이 책은 아예 서문이 없다. 마음에 두고 있는 주 독자인 청소년들에게 서문은 항상 꼰대들의 말처럼 들리기 때문일까? 지금 이런 이런 이유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마, 그러니 잘 듣고 이런 말을 하는 나의 수고스러움도 알아주기 바란다....

그러니 서문은 없는 것이 낫다. 글쓴이들은 아마 3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일까? 다른 사람들은 십대들에게 무슨 얘기를 할까? 궁금했다. 최소한 위안은 나이와 성별, 살아온 모습도 모두 다르지만 어른 된 지금은 이렇게 후회할거야라면서 겁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 나중에 아이들이 이 책을 읽게 되면, 길은 도처에 있고 제각각 다른 길을 걸어도 나중에는 이렇게 건강한 꼰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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