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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 안경, 망원경, 자명종으로 살펴보는 조선의 서양 문물 수용사
강명관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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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관 교수님의 책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번 책도 저자의 전공과는 꽤 거리가 있는 과학 기술 분야까지 꼼꼼히 살피려 한 노력이 많이 보인다. 가끔 어려운 한자어가 튀어나와 사전을 찾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전체 책의 완성도에 비하면 그 정도의 불친절은 넘어갈 만하다. 실망되는 것은 조선이 서양의 문물을 접하고도 이것이 사회적 발전에 별로 기여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조선은 몇몇 서양의 물건만으로 의미있는 사회적 변혁을 만들어내기에는 기존의 사회질서와 사고방식이 너무나 강고했나 보.

조선의 경우만 보더라도, 고립된 지역의 부족이나 국가가 다른 지역과교류 없이 과학과 기술을 현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다 해도 불가능해 보인다. 아마존의 원시부족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독자적으로 양자역학과 비슷한 수준의 과학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조선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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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츠만의 원자 - 물리학에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논쟁
데이비드 린들리 지음, 이덕환 옮김 / 승산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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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금방 주제로 빠져들게 한다. 서문은, 영화에 비하면 잘 만든 예고편 같아, 본문을 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제목에 사용된 원자는 양자역학을 열어젖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인상을 주나, 사실은 열역학에 대한 내용이다. 열역학이 독립된 물리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는 역사적 과정을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 후반부는 볼츠만 개인의 삶처럼 전반부에 비해 조금 맥빠진 것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읽어, 오랫동안 감동이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저자는 열역학이라는 새로운 물리학 분야가 맥스웰과 볼츠만 등에 의해 출현하는 과정 뿐아니라, 과학자들 사이의 입장 차이도 비교적 자세히 드러내 자연스럽게 과학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볼츠만과 대척점에 섰던 마흐는 물론, 볼츠만 자신도 말년에는 철학 강의를 했다는 사실에서 과학을 한다는 것은 철학을 한다는 것일 수 있음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어쩌면 재미없는 딱딱한 내용을 잘 요리한 저자의 글솜씨에 다시 찬사를 보낸다. 잊어버릴 뻔했다. 한글로 옮긴 번역자의 내공도 보통이 아니다. 이런 분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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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디랙 - 양자물리학의 천재 폴 디랙의 삶과 과학
그레이엄 파멜로 지음, 노태복 옮김 / 승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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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물의 생애를 이렇게 자세히 쫓아가고자 했던 저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감사에 글에 나타난 수많은 인물들과 기관들을 보면 저자는 정말 폴 디랙의 모든 것을 알고자 했던 것 같다. 각주와 참고문헌을 보더라도 쉬이 쓰인 책은 아닌 것이 분명하고, 덕분에 잘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양자역학을 잘 알지 못하는 덕분에 디랙이 아니었다면 양자역학 분야의 발전이 얼마나 더뎌졌을지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제1차대전과 제2차대전 사이 전 유럽(공산화된 소련을 포함하여)의 똑똑한 젊은이들이 서로 협조하거나 경쟁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장면은 과학사에서 다시 일어나기 힘든 일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최근 노벨 수상자들의 연령과 디랙과 그의 동료들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을 때의 나이를 비교해 보라!

2차대전 말에 개발 성공한 핵무기는 흔히 말하는 인종과 국적에 관계없이 연구 결과를 과학자들끼리 공유하는 낭만적인 시기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상징적 사건으로 보인다. 아인슈타인뿐 아니라 디랙과 하이젤베르크도 머나먼 일본까지 가서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강연을 했고(강연의 내용은 재빨리 일본어로 번역되었다.), 당시 청중 중에 있던 영특한 일본인이 양자역학 분야에 대한 공로로 나중에 노벨상도 받게 되지만 그 일본에 원자폭탄이 두 차례나 투하되었으니 말이다.

본문은 1장부터 31장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29장에서 디랙과 그의 아내 맨시도 죽는 것으로 끝난다. 마지막 30, 31장은 저자 파멜로의 의견이다.

1장을 제외하면 책의 전반부는 디랙의 학문적 전성기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채 1년이 되지 않는 기간을 하나의 장에 묶어 놓기도 했다. 가장 짧은 기간을 하나로 묶은 부분은 18장으로 디랙이 슈뢰딩거와 함께 노벨상을 받은 193312월 동안만을 다루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한 장에서 다루고 있는 기간이 점점 늘어나 10여 년의 기간을 넘기도 하는데 인생의 후반부는 느리고 별 변화가 없는 것은 누구든 마찬가지인가 보다.

 

디랙은 약간 자폐증이 의심되고, 오랜 결혼 생활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얼마 앞두고는 불행한 결혼이었다고 주변에 얘기했다고 한다. 저자가 자폐증 전문가의 말을 빌어 자폐증을 지닌 남자가 그나마 외국인 아내와는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한다고 하는데, 영화 네이든과도 들어맞는다. 결혼 생활에서 힘든 점도 많았겠지만, 디랙은 맨시(유진 위그너의 여동생, 유대계 헝가리인)와 결혼하지 않고 혼자였다면 아마 훨씬 더 힘든 삶을 살았을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배경에 힘입었겠지만, 과묵하고 혼자 있길 좋아했다는 디랙은 놀랍게도 여행을 자주 다녔다. 2차대전 중에도 임신한 아내를 두고 휴가 여행을 간 것은 못마땅하지만, 당시 유럽의 지성인들이 가능한 한 자주 여행을 떠나서 각지의 지식인들과 교류하는 문화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그의 절친 카피차가 있는 소련으로 가능하면 자주 가려고 했고, 인도와 일본은 물론 미국은 여러 번 방문하였으며, 말년에는 당시의 많은 유럽 지성인들처럼 미국에 정착하게 된다.

그가 젊은 시절에는 좌파 진영을 옹호하고 초창기 스탈린 정권에도 기대 찬 우호를 가졌다는 점은 흥미롭다. 당시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학생과 교직원들 중에서 공산주의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인물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스탈린이 다 깎아 먹었지만,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이나 미국에서 매카시즘이 왜 그렇게 쉽게 먹혀들었는지 조금 설명해 준다.

소련에서 주로 활약한 카피차나 란다우 같은 과학자의 삶이 전기로 나온다면 그 또한 아주 재미있을 것이다.

놀라운 사실 중의 또 하나는 1948년이 되어서야 케임브리지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첫 여성 입학생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1952년에 왕위에 올랐다. 1948년에는 여왕이 아니라 공주 신분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을 보면 신생 대한민국이 꽤 진보적이었다.

 

디랙뿐 아니라 동시대 여러 물리학자들의 소소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2차세계대전을 전후해서 영국인들의 생활 모습도 많이 알 수 있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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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의 비밀 - 남자 일과 여자 일은 따로 있는가? 다윈의 대답 시리즈 4
킹즐리 브라운 지음, 강호정 옮김 / 이음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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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목차의 소제목만 일부 읽어보더라도 일부 여성들은 분노를 일으킬 것이다. 저자의 요지는 남녀성차에 따른 사회적 지위와 임금 격차 등은 진화생물학으로 설명 가능한 생물학적 결과이지 사회화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며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또 재미있는 부분도 많다. 그러나 옮긴이가 마지막에 언급한 대로 모든 성차를 진화생물학으로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상위 지위를 차지하고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 남성의 경우에도 같은 남성끼리의 경쟁에서 공정하게자신의 능력만으로 승리한 경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아마 페미니스트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이 지점이 아닐까? 이제 마음먹고 게임 앞에 섰는데 그 게임의 규칙이 알고 보니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생각 말이다.

 

페미니스트와 진화생물학자들이 더 치열하게 싸워 승패를 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겠거니와 지금으로서는 어느 누구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므로 별 의미도 없어 보인다. 중요한 점은 어느 누구든 경쟁에 이미 자의든 타의든 뛰어들었다면 게임의 규칙이 공정하기를 바란다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경쟁에 뒤쳐진 자들(남성이든 여성이든)에 대해 사회가 어느 정도 배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별 갈등 없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다면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언론에 자주 소개되고 있는 북유럽의 사회를 더 깊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어떻게 그들은 남녀격차와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계속 움직인다는 말인가? 궁금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책이 남성 학자가 아니라 여성 학자에 의해 씌여질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옮긴이도 혹 여자인가 하고 기대했는데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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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 20주년 기념판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 옮김, 김상욱 감수 / 동아시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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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명성에 비해 재미가 덜하다.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처럼 큰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이야기의 흐름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또 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도 어렵다. 이런 예측과 전망의 어려움 또한 카오스(내게 더 친숙한 용어는 비선형계)의 특성 때문인가? 돌아보면 사람과 사람의 행동이 쌓인 역사도 모두 카오스적 아닐까? 인간의 뇌가 아주 비선형적이고, 이 책의 1장에서 다룬 대표적 카오스, 날씨가 비선형적이라면 역사도 카오스가 아닐 리 없다. 초기 조건에 아주 민감한.... (,,쇠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 역시 각 대륙의 초기 조건이 오늘날 각 대륙의 원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선형성이 오히려 아주 특수한 경우일 텐데, 잘 통제된 실험실 환경과 깔끔한 수학적 처리에 모두 너무 익숙한 나머지 비선형성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넘어갔던 것은 아닐는지....

 

어려운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각 장의 이야기들이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기보다는 별개의 이야기들을 엮어놓은 것 같아 책 읽는 긴장감은 떨어졌다. 다만 여러 천재적 인물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역시 서양 학문의 저력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특히 ‘9장 동역학계 집단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연구 활동들은 이제 미국에서도 다시 나타나지 못할 것 같은 낭만적인 멋진 풍경이다.


원서가 나온 지 35년이 다 되어 간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로 1970년대에 활동했던 인물들인데 최근의 카오스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심장의 움직임을 카오스적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의학의 지평으로 떠 오르는 것으로 나오는데 여전히 심장마비로 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면, 카오스의 해석은 물론이고 응용은 거의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양자역학이 출현하고 불과 얼마 안되어 원자폭탄과 핵발전소가 실용화된 것을 생각해 보라.

갑자기 카오스라는 분야는 신과 악이 어떻게 같이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문제에도 그럴싸한 이론을 제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은 너무나 훌륭한 무언가(그렇지만 필연적으로 아주 비선형적인)를 창조할 수는 있지만, 너무나 훌륭한 피조물은 카오스적 자유의지를 가짐으로써 악이 출현하는 것을 막지는 못하였다고....

설마 이렇게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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