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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동물원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김경수 그림 / 물병자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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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동물원 관리직으로 10년을 일한 동물행동학자이다. 울타리에 갇힌 영장류와 도시에 갇힌 현대인을 비교하면서 우리 인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탁월한 책이다. 특히 1장과 2장은 거시적으로 오늘날 인류의 삶을 해석해 주고 있어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4. 내집단과 외집단>은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 성향을 이해하게 해주고 따라서 둘의 균형을 잡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6장과 제7장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가 되는 세대 갈등의 근원을 파헤친다.

생물학적으로 적응할 시간적 여유없이 급격히 문명화한 덕분에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끊임없이 부딪혔지만, 여전히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 인류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유연성과 독창적인 적응력을 가졌다는 증거이다.

원서가 출간된 것이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69년이다. 시대 상황을 감안해야겠지만, 몇 가지 눈에 거슬리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저자의 글에는 남성 우선주의 즉 인류=남성이라는 시선이 배어 있는 것 같다. 초부족, 초지위, 초섹스 등이 여성의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인지 거의 다루지 않았다.

또한 인구증가와 핵무기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강조되어 있다. 인구폭발은 좁은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와 비유되므로 증가된 경쟁과 긴장이 핵전쟁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냉전은 사라지고 1960년대 염려했듯이 식량과 자원의 부족이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게다가 최근 동북아 지역은 모두 출생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저자가 계속 살아있다면 어떤 생각이었을지 궁금하다.

(저자는1928년생으로 20264199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검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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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아이디어들 - 과학 강국 러시아는 왜 혁신하지 못했나?
로런 그레이엄 지음, 김동혁.허승철 옮김 / GIST PRESS(광주과학기술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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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말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하면 러시아인은 좋은 발명가이지만, 형편없는 혁신가라는 것이다. 음악, 문학, 수학 및 기초과학 분야에서 수없이 많은 뛰어난 인재를 배출한 러시아는 왜 현재까지 손에 꼽을만한 세계적인 기업은 없느냐가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이다.

책의 제목만을 보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냉전으로 인해 고립된 소련의 산업계 생태계였지만, 이 책은 혁신가를 배출하기 힘든 배경이 차르 시절의 제정 러시아 시기부터 있었다고 말한다. 초기 군수 산업, 철도, 전기 등 러시아가 서구 유럽보다 앞설 수 있었던 분야가 제정 러시아 시기부터 있었지만, 러시아는 이를 산업계로 확산시키지 못했다. 소련의 스탈린 시절에는 아예 학문이 정치에 종속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스탈린이 소련의 항공 산업을 어떻게 망쳤는지도 이 책에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공학이나 과학 분야뿐 아니라 수학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대공황 시절 미국 농무부에서 일하던 블리스가 실직되자 <레닌그라드 공장 연구소>에 취업한 이후의 얘기가 천재들의 주사위 (원제:The Lady Tasting Tea)’ 에 실려있다. 당시 통계학의 혁명을 일으켰던 영국과 달리 통계학을 이해하지 못했던 스탈린은 블리스의 상관들을 차례로 처형했고, 블리스는 간신히 소련을 탈출하게 된다.

수학 분야에서 생각나는 또 한 사람은 러시아 수학자 페렐만이다. 페렐만은 푸앵카레의 추측을 증명하였으며, 그 공로로 받게 될 100만 달러의 상금은 물론 필즈상 수여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증명이 인정받은 것으로 만족하고 다른 물질적 보상을 거부한 것은 이 책에서 소개한 여러 러시아/소련 인물과 닮았다.

동시에 내가 사회 초년생 시절인 19932, 모스크바를 거쳐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로 약 열흘 정도 출장을 다녀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조명이 어두웠던 모스크바 기차역과 쓰러진 레닌 동상이 그대로 방치된 민스크의 거리 풍경이 아직 생생하다. 또한, 내가 방문했던 민스크의 한 회사는 당시 겨우 4년 차 엔지니어의 눈에도 온갖 비효율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쌓여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공산당 출신의 고위직 한 명이 차지하는 너무나 넓은 사무 공간과 고급 간부만 이용하는 넓은 사내 식당 등 공간 배치에서부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반면에 가죽 앞치마를 두른 중년의 여성들이 넓은 강당 같은 곳에 빽빽이 모여 천공 테이프에 자료를 입력하는 모습도 충격적이었다. 극히 소수의 엔지니어만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를 갖춘 PC를 사용하고 있었고, 계측기는 손수 제작한 것이 많았다.

그럼에도, 같이 일한 벨라루스 엔지니어 각각의 역량은 매우 뛰어났고 우호적이었으며, 일부는 얼마 전부터 허용된 BBC라디오 청취로 독학했다면서도 영어 구사가 꽤 능숙했었다. 그런데 결론은 내가 퇴사할 때까지 그들과의 협업이 신제품 개발과 상품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돌아보면, 이 책이 소개하는 여러 기술분야에서 러시아/소련에서 일어났던 일의 작은 복사판이라 할 만하다.

또 한편으론 주말을 이용해 구경한 고양이 전시회도 생각난다. 우승자에게는 아무런 물질적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를 정성껏 꾸며 참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거의 무료였던 발레 공연과 함께 경제적 이득이 사회적 활동을 일으키는 주요 동인인 자본주의의 시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들이 많았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러시아를 사랑하는 방식은 그들에게 서구가 만들어놓은 게임의 규칙을 가르치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다. 옮긴이는 후기에서 중국의 사례를 저자가 연구한다면 러시아를 게임에 참여시키기가 더 쉽지 않을까 하고 밝히고 있다.

나의 러시아에 관한 관심은 조금 낭만적이다. 러시아/소련이 발명을 혁신으로 이어가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것에는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가난한 페렐만이 좀 멋지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어쩔 수 없다. 저자만큼 러시아를 잘 알지도 못하고, 또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가 자본주의 규칙을 종교의 경전처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소한 러시아/소련은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했고, 또 실패했고, 우리는 그런 실패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이 책은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펴냈다. 상업출판사가 아닌 대학출판부에서 좋은 책을 펴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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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
조너선 밸컴 지음, 노태복 옮김 / 도솔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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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0년 전에는 여자가 또는 흑인이 투표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세상이었을 것이다. 100년 후에는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왜 동물을 동물취급했을까? 하고 의아해 하는 세상이 될지 모르겠다.

이 책은 동물도 우리 인간과 같이 즐거움을 느끼고 심지어 즐거움을 즐길 줄 안다는 여러 사례를 담고 있다. 기존에 많이 논의되던 동물 복지 수준에서 바라보던 것을 넘어, 동물들을 우리 인간과 같이 진화의 과정을 함께 겪은 지구의 동료로 바라보게 한다. 저자는 많은 서양 학자들에게서 일관적으로 나타난 태도, 즉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끈질기게 드러내서 독자들을 설득하는 전략을 쓴다. 조금씩 설득이 되다 보면, 문득 진화의 오랜 시간을 견디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동물 중에서 다른 종을 가장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종은 어쩌면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때때로 필요 이상으로 잔인해지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나를 이해하는 지름길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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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 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
다니엘 튜더 지음, 송정화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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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전에 출간된 책이다. 시의성이 떨어질 것이라 짐작해 손에 잡기 망설여진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새누리당'을 '국민의 힘'으로, '새정치연합'을 '민주당'으로 바꿔 읽으면 최근 출간된 책처럼 읽힌다.   

제목의 '좌파'와 저자 스스로를 좌파라고 언급한 것 때문에 별이 하나 빠졌다. 이런 책은 양쪽이 다 읽어야 하는데 좌파라고 언급하는 순간 한국의 우파는 눈길도 주지 않을 것이다. 괜히 독자층만 절반으로 줄이고 좌파는 좌파대로 자기 믿음만 더 강화할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정치와 사회 갈등이 더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변한 상황을 설명하기 힘들다. 괜히 '좌파'라는 단어에 트집잡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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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계 살림지식총서 85
강유원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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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얇은 책인데, 이제까지 읽은 책 권하는 책중에서는 최고인 것 같다. 다른 책 권하는 책’(어떤 책인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에서 알게 된 책인데, 이 책을 읽고 강유원 저자의 책을 몇 권 더 샀다. (이제 책은 되도록 사 모으지 않으려 했는데 잘 안된다.)

이 책은 개별 책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이 역사의 물결에서 어떤 역할과 의미가 있는지를 함께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역사의 큰 줄거리를 이렇게 작은 분량으로 독자에게 착 감기도록 던져 놓아, 책을 놓고 나서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 깊은 것은 서구 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두 제국(로마제국과 대영제국)이 어떻게 그런 제국을 건설하고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짧지만 강렬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의 정치체제와 경제체제, 그리고 과학기술이 대부분 서구문명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두 제국, 특히 현대와 가까운 대영제국이 있게 한 영국 사상가들의 책들은 그야말로 꼭 읽고 싶은 고전이 되었다. 게다가 로마의 역사와 영국의 역사, 그리고 영국의 카운터 파트너로서의 유럽 역사에도 관심이 더 가게 되었으니, ‘책 권하는 책으로써의 임무를 이토록 훌륭히 해낸 책은 처음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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