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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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진정한 악당이라고." 

 "거리의 이름 없는 악당을 우습게 보지 말란 말이다!" 

 

작은 죄를 저지른 악당은 엄벌을 받지만, 정말 큰 죄를 저지른 범인은 오히려 법을 좌지우지 하는 씁쓸한 현실에 일침을 날리는 멋진 소설이었다. 

전부 작가의 창작이라고 하지만 글쎄? 왜 이렇게 현실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지 모르겠다. 현대 정치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해낸 생생한 음모와 비리 그리고 부패의 모습이 소설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준다.  

 거기에 여기 나오는 거의 모든 범죄에는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이 크고 작든 간에 거기 숨겨있는 작가의 은근하면서도 노골적인 메시지를 읽다 보면, 분노와 감동을 번갈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뒤로 갈수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레이브 디거가 과연 죄인인가? 어떤 이유에서든 살인은 범죄라는 다른 일본 추리소설을 얼마 전에 읽었지만, 이 소설을 읽게 되면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는 생각이 살며시 들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소설 처음에 등장인물들에 대해 생각했던 감정이 많이 바뀌는 것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이 모든 변화는 소설 시간으로 하룻밤새 일어난 일이다.  

 소설 뒷편의 해설자의 말마따나 이 작가의 작품은 모두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최상의 엔터테인먼트가 맞다. 덕분에 더운 여름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덧붙여 주인공 야가미는 정말 악당맞다. 

진짜 악당은 죄에 대한 미움조차 훔쳐가는 귀엽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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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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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긴다이치 시리즈보다 범인이라든가 사건 전개가 약간 맥빠지는 기분이 들긴 하지만, 

배경과 인물 만큼은 매우 호화로운 시리즈다.  

여자 주인공의 미모가 계속 찬양되는 것도 그렇고 남자 출연진(?) 중에서도 그리스 로마 조각같은 미남이라고 비견되는 남자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고귀한 신분이나 신흥부자들의 화려한 생활이 언뜻언뜻이 비춰지는 것도 그렇다.  

보다 보니 당시 일본사람들의 유럽 문물에 대한 동경-특히 부유층일수록-이 많이 나타나서 왠지 씁쓸한 미소도 나오긴 했다. 이런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아마 영상화가 많이 된 작품이 아닌가 하다.  나 역시 한번쯤 영화나 드라마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어떤 점에서는 이누가미 일족가 비교 대조되는 부분이 많다.   

둘 다 미모와 재기를 겸비하고, 거기에 거대한 부를 상속받는 미녀가 나와 그녀를 둘러싼 구혼자들 사이에 살인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는 것도 그렇고, 여주인공에게 숨겨진 사연이 계속 나오는 것도 유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이누가미 쪽 여자 주인공이 순정을 간직하고 있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더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점이라고 할까?  

두 작품을 비교해 가며 읽는 것도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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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의 수수께끼 밀리언셀러 클럽 82
아베 요이치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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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된 작품들 모두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끈적이는 애증과 질투, 분노, 탐욕 같은 감정과는 약간 거리를 둔 소재들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다른 리뷰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이 소설은 대체적으로 단체(국가는 아니다) vs 개인 의 구도로 전개해 가는 특징 때문에 아마 청색이라는 분류로 묶은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푸른 침묵'과 '터닝 포인트' 그리고 '온천 잠입'을 흥미진진하게 봤다. 

'푸른 침묵'은 현실적으로 보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평범한 사람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 얼마나 정의로운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위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면 과연 용기를 낼 것인지 아니면 도피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줬다. 옛날 이야기 중에 아버지가 자신의 우정을 보여주기 위해 죽은 멧돼지를 갖고 친구집에 방문해서 사람을 죽였으니 숨겨달라고 말하자, 기꺼이 숨겨주던 친구를 보고 아들이 감동받았다는 게 떠올랐다. 아마 이 에피소드의 여자 주인공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작가의 이야기 중 하나가 이게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만약 억울하게 죽게 된다면,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끝까지 사실을 밝혀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것? 그리고 엔딩도 마음에 들었다. 현실성이 좀 떨어진다고 해도, 이미 현실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으로써 희망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이 소설까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터닝 포인트'는 현대적인 범죄-신용카드 관련-와 직업-백화점 보안사-을 소재로 다루면서, 적절히 비현실적인 로맨스 요소도 버무리는 성공한 작품이다. 사실 잘 보면 이 에피소드는 일반 로맨스 소설과 거의 비슷한 주인공들에 배경들 그리고 이야기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가 솜씨있게 스릴감있게 잘 쓰고 소재들도 기발하고 흥미진진한 것들이라, 로맨스는 양념이고 범죄수사가 주가 된 멋진 작품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소설 도입부분부터 엔딩부분까지 서서히 장밋빛으로 물들어 가는 화선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온천 잠입.' 일단 좀 웃고 시작하자. 으하하하!  

이것은 스토리만 보면 절대 웃을 수 없는 우발적 살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작가가 정말 사람 심리와 상황 설정을 교묘하게 잘 써가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일품이라, 마지막에 가면 어느 순간 웃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이 소설은 설명해봤자 소용없다. 직접 읽고 작가의 술술 풀어가는 글솜씨를 봐야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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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수수께끼 -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18인의 특별 추리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91
도바 료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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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색의 수수께끼>에 비하면 공공기관 요소가 좀 더 큰 것 같습니다. 

'검찰 수사 특별편' 과 '920을 기다리며'가 수록된 작품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적색의 수수께끼>가 수록된 작품들 모두 개인 vs 개인 간의 여러 갈등과 숨겨진 사연에 촛점을 맞춘 글들이고 <청색의 수수께끼>가 개인 vs 기업(혹은 이윤 추구 조직?)간의 대립 구도를 많이 보여줬다면 이 백색의 수수께끼는 확실히 단체 vs 개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립구도를 다룬 게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검찰 수사 특별편도 씁쓸했고 920을 기다리며도 엔딩이 긍정적인 것 빼면, 단체에 속한 개인이란 언젠가 희생되는 존재일 뿐이라는 메시지도 만만찮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청색의 수수께끼와는 또다른 차가운 시점을 느꼈고-보다 사회비판적인 시선을 짙게 느꼈답니다. "Blue Steel"이 말이 생각나더군요- 적색의 수수께끼보다 덜 끈적거리더군요.  

 이 두 개 에피소드 외에 첫번째 에피소드 '사령의 손'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술술 읽히는 치정 살인(?)추리물입니다. 범인도 살해 동기도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지만 옛스러운 맛과 무난한 전개 솜씨가 괜찮아서 백색의 수수께끼 도입부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920을 기다리며'같은 작품이 있었다면 저같은 독자는 좀 부담스럽게 느끼고 나중에야 이 책을 읽었을 겁니다. ^^;  

마지막 작품인 "방탕아의 귀감"은 반전도 신선하고 인간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솜씨가 일품이었습니다. 보다 보니 아마 사람 누구나가 가지고 있을 비틀린 부분을, 그럴 수도 있다고 수긍할 수 있게 잘 묘사해서 왠지 마음이 찝찝하기도 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사람 vs 사람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글 자체가 시사하는 바는 앞의 두 작품 못지 않게 은근히 무겁습니다. 보고난 뒤 가장 씁쓸하더군요.  

결론은 여름에 보기에 괜찮은 소설이라고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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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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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 한 명은 계획된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 살인을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범인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감추고 협박하기 급급했기 때문이다.  

2. 또다른 주인공은 자신이 법의 이름으로 두 번의 살인을 저질렀고 둘 자기가 죽일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닌데 죽였다고 괴로워한다. 죄인 한 명은 끝까지 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의 모은 과오를 받아들이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죽었다. 

그리고 이 주인공은 어떤 이유에서도 살인은 평생 가석방이 없는 마음의 형벌이 된다고 말한다.  

3. 죄를 지은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는 이유는 뭘까? 죄를 지은 만큼 고통을 당해야 한다는 응보의 감정? 아니면 사회와 동떨어진 곳에서 다시 죄를 짓지 않기 위해 교육받고 감화받기 위해서? 전자의 목적이면 사형제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후자의 목적이면 사형제도는 과연 있어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죄인들이 과연 고통을 겪거나 교육을 받으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다시는 범죄를 안 저지르게 될까?  

4. 만약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무참히 살해당했다면, 과연 그 살인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 살해당한 사람이 그럴 만한 죄를 지었다고 해도? 또 살인자가 뉘우치고 있다 해도?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가지고 있고, 그 답이 변치 않는다면  13계단을 안 봐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 질문들 중 하나라도 쉽게 답할 수 없다면, 이 책을 꼭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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