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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수수께끼 -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18인의 특별 추리 단편선 ㅣ 밀리언셀러 클럽 91
도바 료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청색의 수수께끼>에 비하면 공공기관 요소가 좀 더 큰 것 같습니다.
'검찰 수사 특별편' 과 '920을 기다리며'가 수록된 작품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적색의 수수께끼>가 수록된 작품들 모두 개인 vs 개인 간의 여러 갈등과 숨겨진 사연에 촛점을 맞춘 글들이고 <청색의 수수께끼>가 개인 vs 기업(혹은 이윤 추구 조직?)간의 대립 구도를 많이 보여줬다면 이 백색의 수수께끼는 확실히 단체 vs 개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립구도를 다룬 게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검찰 수사 특별편도 씁쓸했고 920을 기다리며도 엔딩이 긍정적인 것 빼면, 단체에 속한 개인이란 언젠가 희생되는 존재일 뿐이라는 메시지도 만만찮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청색의 수수께끼와는 또다른 차가운 시점을 느꼈고-보다 사회비판적인 시선을 짙게 느꼈답니다. "Blue Steel"이 말이 생각나더군요- 적색의 수수께끼보다 덜 끈적거리더군요.
이 두 개 에피소드 외에 첫번째 에피소드 '사령의 손'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술술 읽히는 치정 살인(?)추리물입니다. 범인도 살해 동기도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지만 옛스러운 맛과 무난한 전개 솜씨가 괜찮아서 백색의 수수께끼 도입부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920을 기다리며'같은 작품이 있었다면 저같은 독자는 좀 부담스럽게 느끼고 나중에야 이 책을 읽었을 겁니다. ^^;
마지막 작품인 "방탕아의 귀감"은 반전도 신선하고 인간 내면의 어두운 부분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솜씨가 일품이었습니다. 보다 보니 아마 사람 누구나가 가지고 있을 비틀린 부분을, 그럴 수도 있다고 수긍할 수 있게 잘 묘사해서 왠지 마음이 찝찝하기도 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사람 vs 사람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글 자체가 시사하는 바는 앞의 두 작품 못지 않게 은근히 무겁습니다. 보고난 뒤 가장 씁쓸하더군요.
결론은 여름에 보기에 괜찮은 소설이라고 추천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