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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마르탱 파주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책상위에 올려놓은 책을 보고 아들이 묻는다. 어~ 나도 이책 읽는데.. 도서관에서 빌려왔어. 하길래 이거 신작인데~ 너네 학교 도서관 굉장히 빠르네~ 하고 보았더니 작가정신이란 출판사다. 옮긴이는 용경식으로 같았고. 내용을 보니 열림원의 내용과 똑같다. 찾아보니, 2005년에 작가정신에서 한번 출판했던 책이었다. 어째든 우연의 일치에서 오는 순간의 기쁨이 있었다. 아들과 나는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감탄사와 함께 하이파이브를 했다.
스물 다섯의 앙투안은 작가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르탱 파주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었으며 다양한 경험을 실천한 작가였다. 1975년 파리 출생자고 2001년에 집필되었으니 작가 자신의 이야기란 생각이 힘이 더 해진다. 작가이든, 책의 주인공 앙투안이든간에, 지나친 지식쌓기는 그를 불행하게 했다. 앙투안은 그의 정신속에 얽혀 있는 온갖 의문과 원칙들때문에 힘든 생활들을 한다. 앙투안은 아람어 석사학위, 생물학 학사학위, 영화학 석사학위 그외 잡다한 면허증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운전면허증은 없었다.
그의 생활을 보면 그는 자기가 사는 옷들의 원산지를 확인하며 구입여부를 결정하는데, 다국적기업들의 아시아공장에서 어린아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또 광고는 자유에 대한 침해요 소비자에 대한 쿠테타, 즉, 그의 상상과 무의식에 공격을 가하기때문에 이 심리전에 참가하는 모든 제품들과 비난받을 만한 - 오염물질을 배출하거나 비민주국가에 투자하는 기업, 이유없이 노동자를 해고하는 기업- 기업의 제품도 사지 않았다.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이나, 방부제, 색소, 산화방지제가 들어간 음식은 먹지 않는다. 그래서 맥도날드 같은곳은 가지도 않았다. 이러한 복잡한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앙투안이 선택한것은 알콜중독자가 되는것이었으나 술이 받지 않는 체질이라 실패했고, 자살을 선택하여 자살강의까지 들어보기도 하였다. 그러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바보가 되는 것이었다.
"바보가 되는것은 지성의 굴레 아래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기쁨을 가져다 주거든, 그렇게 사는 편이 더 행복한 건 확실해, 나는 어리석음의 의미를 지키려는게 아니야, 하지만 미량원소처럼 그 속에 녹아있는 유일한 원소들, 즉 행복을 간직하겠어. 일정한거리, 공감함으로써 받는 고통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삶과 정신의 가벼움을 간직할거야." - 117page
앙투안에게 있어 어리석음은 어떤 일자체 안에 있는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일을 생각하는 방식속에 있는 것이였으며, 편견을 갖는것이 새인생을 위한 좋은 출발로 생각하였다. 에로작이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것으로 바보가 되는 길을 선택한 앙투안의 생각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즉, 세상을 피상적으로 보고 더이상 파고들지 않는 무상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것이다. 맥도날드에 가서 감자칩 하나를 먹으면서 감자의 피로 얼룩진 역사, 아스텍문명의 희생자들, 분해되지 않는 포장재질들을 생각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간편하고, 칼로리가 높고 맛있는 생각만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증권중개인이 되어 소위 백만장자까지 되어 앙투안식 표현으로 털갈이를 하며 감각과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아 보기도 한다.
클레망스와의 만남, 클레망스는 앙투안과 비슷한 모험에 지친 여자였다. 그둘은 평등한척, 부자인척, 교육받은 척, 힘있는 척, 젊은 척, 아름다운 척, 용감한 척, 행복한 척, 큰 자동차를 갖은 척 .. 그렇게 행동하는 세상에 불평평하는 자신들의 에너지를 즐기는 일에 쓰기로 결정한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이들처럼 행동하는 유령놀이를 하며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작가는 현대인의 삶이 얼마나 획일화 되어있고, 지식에만 편중되어있는지를 앙투안을 통해 작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지적하고 있다. 어쩌면 그 현실에 적응되어 문제점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들은 절대 앙투안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늘 이성적이어야만 하는 삶 속에서 바보가 되는 방법으로 가끔씩은 자유로워 짐으로써 또다른 행복을 느껴보는 것도 삶의 한 방법임을 생각했다.
2011년 10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