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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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의 요시모토바나나의 신간 시로키타자와.
왕국을 보면서 글의 좋은 내용들을 발췌하며 선인장을 그렸던 기억이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는데.. 이번 책은 이렇게 몇개의 삽화가 담겨 있다. 

음악을 하던 자유로운 영혼의 요시에 아버지는 동반자살이라는 타이틀의 신문기사를 낸다.
실제로는 자살이 아니고 같이 죽은 여자에 의한 타살이었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엄마와 둘이 남게 된 요시에와 엄마가 시로키타자와라는 도시로 이사해 와 살면서 아버지죽음의 진실을 알아내고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요시모토바나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새로운 어떤일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다 탁하다. 하지만 마침내는 깨끗한 흐름을 이루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속에서 조용히 영위된다. 일상이란 그런때에도 유지되어야 하고 또 어떻게든 유지된다. 속으로는 이렇게 엉망진창인데 쇼윈도에 비친 내 겉모습은 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 시로키타자와에 이사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면서..

어른이 되어 반듯하게 제대로 살다보면 어떻게든 된다라는 가르침으로 나를 세뇌한 이 세상 모든것에 지금은 그저 반항하고 싶은 기분이야 - 엄마의 말.

세상에 별거아닌 일을 얘기 할수 있는 상대는 별로 많지 않거든.  - 공연에서 돌아와 늘 엄마와 세상이야기를 한후 아빠의 말.

하루시간의 흐름이 저녁때가 되기전에 갑자기 길어졌다가 해가 저물면 또 갑자기 빨라지잖니 그감각을 요즘 겨우 되찾았어. - 엄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아니고, 긴장하는 것도 아니고, 마침 적당한 온도의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듯한 느낌. 또는 해질 무렵, 뜨뜻미지근한 바닷물에 잠겨 서서히 기우는 해를 바라볼때 같은 느낌예쁜 바닷물 속에 피로와 뭉친 어깨가 풀리고 파도의 리듬에 맞춰 어떤 온천에 들어간 것보다 몸이 녹아들때 같은 느낌 어떤 사람에 대한 느낌은 이렇게도 온다.

상실의 아픔속에 있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과 함께..

살아있으면 왜 제멋대로 몸이 먼저 재기할까?
아니지, 그렇기에 멋진것이다 몸이 거들어 주니까.

아빠를 잊으려고 미래만 생각하려고 오직 앞만 보며 살아왔는데 그런 노력과는 상관없이 영악하게도 몸은 벌써 지금 속에 녹아있다. 우리가 이세상에서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빠와 함께 지냈던 수많은 장면과 아빠의 유전자만큼은 확실하게 내 안에 남아있는 것이다. 

머리 안에 몸을 이루는 세포들에 눈동자속에 남아있는 갖가지 풍경만큼은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걱정없다. 

몇년전 나 역시 국민학교시절(?)에 살았던 동네를 다녀왔다.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고 기억나는 큰 건물을 찾고 다리를 찾고..
그러다가 집터만 덩그라니 남은 그곳을 발견했었다.
그리곤 이렇게 작은 동네였던가? 했는데.. 난 그 동네에 대한 즐거운 기억들이 참 많다.
바위틈의 노랑병아리, 햇살을 내리 받던 큰 바위들, 그리고 그 바위에서 몸을 말리며 누워있던 반나체의 친구들..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이 되었던 학교운동장. 눈이 유달리 많았던 곳.
그리고 그 아이들..

지금의 내 생활은 또 몇년이 흐른후 내 기억에 남을 또하나의 페이지가 될것이다.
그리고 지나고 난후 그저 기억만으로 남게될 아름다운 노력일뿐이다.  


2011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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