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원
김현 지음, 산제이 릴라 반살리 외 각본 / 북스퀘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사색하고 사유하고 궁구할수 있는 정신, 그것만이 유일한 재산인 전신불구자 이튼 마스카레나스의 이야기다. 후반부 내내는 그와 소피아의 아름다운 사랑과 사고에 감동하여 엉엉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참 오랫만에 울 수 있는 소설을 접했다. 참 오래전에 비슷한 이야기의 영화를 본적이 있었다. 씨인사이드, 기억은 가물하지만 어째든 주인공이 남자였었던 기억... 책을 읽으면서 그 영화가 생각났었다. 안락사에 관한 또하나의 이야기 밀리언달러 베이비~ 그리고 베티블루, 공통점을 찾자면 주인공들 모두 화려한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았으며, 결국 전신불수에 안락사를 원했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청원은 인도소설이다. 주인공 이튼은 소위 멀린이라고 불릴만큼 훌륭한 마술사였고, 공연도중 사고로 목뼈가 부러지면서 그때부터 긴 고통의 14년의 시간을 보낸다. 이튼이 무작정 죽기를 바라진 않았다. 목위만 움직일수 있는 신체를 가지고 글을 썼었고, 라디오 방송도했었다. 그만큼 그는 살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목위만의 삶마져도 영유할수 없을정도로 몸이 망가지면서 그는 안락사를 결심한다. 당연히 법원에서는 기각되었다. 항소도 기각된다. 그때 그로서 할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포기일까? 그는 14년간의 생활속에서 자신을 그렇게 만든 친구를 용서했고 그 친구의 아들을 제자로 받을만큼 성찰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소피아를 묵묵히 기다려준 사람이기도 하다. 그를 진정 사랑했던 간병인이었던 소피아는 자신의 상황에서 그를 사랑했고 또 다른 그였을것이다. 죽음을 결심한 이튼과 소피아가 마지막파티를 여는 모습, 그는 즐겁게 떠난다. 그리고 그는 남아있는 사람들 속에서 최선을 다했던 유쾌했던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무거운 주제임은 틀림이 없다. 안락사. 죽음이란 단어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것이다. 사랑했던 사람이 내 주위에서 사라지는 것, 그건 남아있는 사람에게도 고통이다. 그런 무거운 주제를 이튼의 특유한 유쾌함으로 완화시킨다. 이튼의 재치있는 말은 독자를 유쾌하게 한다. 그가 목만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버릴만큼.. 그가 생각했던 가장 최고의 마술은 엄마를 웃게 만들었던 마술이었다고 회상한다. 그의 마술은 그런것이었다. 화려한 기술이 아닌 사람을 감동시키는 마술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마술이었다. 그런 사유가 결국 그를 안락사를 선택하도록 하였을것이다. 안락사,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말이긴 하지만 실제 그렇게 실행할수 있는 사람은 그닥 없을것이다.
많은 생각을 했던 작품이다. 영화를 놓친것이 아쉬울 정도로, 아마 가까운 시일내에 영화를 찾아 보게 될 것이다.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냈을까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이튼과 소피아의 아름다운 선택을 또 다시 감동하고 싶다.
오마르, 그 천은 이제 막 마술사로서 첫발을 내디딘 네 미래다. 그 위에 무슨 색을 입힐지,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오롯이 네 몫이다. 권태가 삶을 누를때 지금 이순간을 기억해라. 네 처음이 어땠는지를, 그때의 네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page 203.
2011년 1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