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노트 에버그린북스 17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성장소설 테마에서 처음 알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된 책이다
197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티보가 사람들> 8부작 중 1부작에 해당되는 글인데, 1부작의 소제목 회색노트가 그대로 하나의 소설이 되었다
8분의 1 분량이라 아무래도 마무리가 개운치 않을까봐 좀 망설였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회색노트만으로 하나의 완전한 소설이 된다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라 뒤이어 다음부작도 꼭 읽어볼 생각이다
회색노트는 자크 티보와 다니엘 퐁타냉의 격동적인 14살 청춘의 이야기다
(프랑스 나이니까 우리 나이로는 16살 가량 되는 것 같다)
전형적인 프랑스 부르주아 집안에서 부유하게 자라났지만 엄격하고 냉정한 집안 분위기에 억눌려 반항적이고 다혈질 기질이 다분한 자크와
자유로운 분위기의 프로테스탄트 집안에서 어머니의 애정을 받으며 자라났지만 항상 집을 비우는  아버지의 빈자리로 인해 뭔지모를  부족함을 느끼는  다니엘
집안 분위기며 종교, 성격, 생김새, 학교, 성적 등..   
하나에서 열까지 너무 다른 두 소년은 서로 다른 점을 동경하고 그에 끌리면서 둘도 없는 친구사이가 되고 회색노트에  비밀편지를 써서 교환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노트가 자크 학교의 비노신부에게 발각되면서 일이 걷잡을 수 없어지고..
두 소년은 결국 자유롭게 숨쉬기 위해 자크의 주도하에 가출을 감행하게 된다
지금보다 미성년에게 훨씬 경직되어 있는 사회에 뛰어듦으로서 두 소년이 느끼게 되는 불안감, 후회, 그 외 생소한 감정들. 그렇지만 왠지모를 묘한 자부심..
그렇게 감정을 공유하며 두 소년은 짧지 않은 성장의 여정을 함께 한다
하지만 불완전한 그들의 짧은 여행은 곧 끝이 나고, 자크앞엔 예측하기 힘든 회색빛 미래가 다가오는 듯하다 
급히 다니엘에게 쓴 작별편지로 끝맺음을 하고 있는데.. 
과연 두 소년의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정열적이고 아름다운 편지와 섬세한 심리묘사가 정말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 좋았던 본문 구절들 *
 
성실할 것!  모든 일에 성실하고 항상 성실할 것!
 아아
이런 생각은 얼마나 가혹하게 나를 쫓아다니는 것일까
나 자신의 안에서 가짜를 발견하는 듯 하면
나는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곤 했었다

  **

고민하고 사랑하고 희망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나는 희망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고민한다
나의 일생은 이 두 줄에 들어있다

나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은 사랑
그리고 내가 가진 사랑은 하나
그것은 너.

**

어릴 때부터 나는 나의 마음 속에 끓고 있는 것을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의 마음에 쏟아넣을 수 있기를 바랬었어
나는 가공의 인물에게 수많은 편지를 썼었지
그런데 갑자기 하느님은
이 상상의 존재에게 육신을 주었어

그게 바로 너였어

어떻게 사랑이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어
매듭을 하나씩 더듬어 보아도 빠져나갈 수 없는 미궁에서 헤메일 뿐
그 시초를 찾을 수가 없어.

이 사랑처럼 숭고한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
사랑은 우리 두 존재를 따뜻하게 빛나게 하는 태양이야
이런 것은 도저히 글로는 표현할 수 없어
그만 쓸테야.

**

아듀!  벗이여, 아듀!
죽음 문앞에서 내가 마지막을 생각할 사람은 나의 벗, 너일 것이다
아듀!

                                
                                                         - 자크가 다니엘에게 쓴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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