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찾아서
박산호 지음 / 더라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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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스릴러 작품의 번역가로 활동 중인 작가의 이력도 화려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 흥미를 느꼈던 것은 평소 좋아하는 전건우, 조영주 작가님의 추천 문구가 있었기 때문인데 역서로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책들이 즐비하지만 박산호라는 이름으로는 아직 만나본 소설이 없었기에 큰 기대감이 없었다. 다소 선정적인 부분으로 시작하여 눈길을 잡아끄는 구도와 선우, 아난, 연우의 이야기가 차례로 이어지며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전개라 범인과 그에 얽힌 이야기조차도 알 것 같은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몰입감은 상당하다.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를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예상됐던 뻔함을 반전이랍시고 빵 터트리면 정말 실망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반이었고 이를 뒤집어줄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주리라는 기대감으로 끝까지 휘몰아치듯 읽어냈다. <너를 찾아서>라는 제목에서 좋아하는 작가인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가 연상되어 괜한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일단 가독성 하나는 끝내주는 소설이다.

잘생긴 외모로 수많은 여성들과의 문란한 사생활이 도마에 오르지만 작품에서만큼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날리는 작가를 아버지로 둔 선우, 그런 남편의 외도와 무관심으로 자살을 선택한 엄마, 선우는 감정적 안정감을 배제한 경제적 풍족감을 누리지만 자신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아버지로 인해 불안한 청소년기를 보낸다. 그런 나날 속에 선우의 집 맞은편으로 갓난 아기를 둔 새댁 아랑이 이사를 오게 되고 선우는 자신보다 열 살이나 많은 아랑을 첫눈에 보고 반하게 된다. 그리고 아랑의 아기 연우를 구해준 것을 계기로 아랑의 집에 편하게 드나들게 된 선우는 지금까지 불우한 삶을 아랑으로 채우며 버텨낸다.

십오 년이 지나 삼십 대 중반이 된 선우는 대학교 교수직을 맡기 위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텅 비어있던 예전 집으로 돌아와 맞은편 집에 살던 자신의 첫사랑 아랑을 떠올린다. 자신의 힘겨운 삶을 버티게 해주었던 아랑, 자신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후 실종된 채 행방이 묘연한 아랑, 예전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면 엄습하는 두통에 힘겨워하는 선우, 그에 더해 비가 오는 캠퍼스에서 마주친 연우가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아랑을 떠올리기에 더욱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이야기는 선우, 아난, 연우의 순서로 이어지며 마지막엔 모두의 이야기로 치닫는다. 불우한 청소년 시절 삶의 빛이 돼주었던 아랑, 그리고 그녀의 실종, 오랜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아랑을 닮은 연우를 마주치며 아랑의 실종에 이 모든 이들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아랑은 어디로 간 것이며 선우의 제자이자 아랑이 살던 집 맞은편으로 이사 온 연우와 아난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 모든 이들이 가슴 아픈 사연의 시작이었던 아랑의 실종이 더욱 궁금하게 다가온 <너를 찾아서>, 모든 실마리를 풀고 싶어 도중에 절대 덮을 수 없게 만드는 구성이 독보였던 소설로 기억될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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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아서
박산호 지음 / 더라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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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없는 몰입감 최고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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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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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3년에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성 평등 문제는 비단 1800년대에만 국한되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이란 이유로 억압되어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왔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한에 복받쳐 공포와 가슴 절절함을 안겨주었던 전래의 뿌리를 찾다 보면 여성들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귀신으로 남았던 밑바탕엔 여성들을 비천하고 쓸모없이 취급하는 사회적 배경과 성폭력이 있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왔기에 내가 나선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사회적 제도에 길들여져 살았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껏 조상들이 투쟁하며 이만큼 이루었던 성 평등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할 여성들의 과업일 것이고 그렇기에 마주하기 쉽지 않은 문제지만 고개 돌려 외면하지 않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 인종, 계급>은 미국의 정치활동가이자 학자인 앤절라 Y. 데이비스가 미국 여성들의 역사를 옮겨놓은 책이다. 현대사의 미국 여성 인권사를 담았다고 해도 무방할 텐데 그녀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만큼 여성 인권의 한 획을 그었고 당시에는 인정되지 못할 만큼 급진적이고도 활발할 여성 인권 운동으로 FBI 긴급 수배 명단에 올랐을 정도이며 공산당원이라는 이유로 UCLA 교수직에서 해임되었을 때 1,500여 명의 학생들이 파면당한 그녀의 강의에 수강 신청을 할 정도로 여성 인권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 책은 노예제가 횡횡하던 시절부터 노예의 수출이 가로막히고 산업의 발달이 가속화되는 역사 속에서 여성의 지위와 흑인 여성의 부당한 대우 등을 심도 있게 설명한다. 남성과 똑같이 힘든 농장 일을 해내야 함은 물론 신체적인 폭행과 성착취, 그에 더해 인간이 아닌 번식 가능한 동물 취급까지 받으며 견뎌야 했던 흑인 여성들의 비참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부당한 대우에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흑인 여성들을 학교로 불러들였다는 이유로 다양한 곳으로부터 집단 공격을 받았던 이야기와 백인 자식들을 흑인들과 같은 학교에 보낼 수 없다며 진행된 보이콧, 그럼에도 흑인 여성들의 인권에 동행한 백인 여성들의 이야기는 인간을 대하는 다양한 관점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상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흑인 여성의 삶을 보여줬던 문학이 파란을 일으켰지만 문장에 녹아있던 흑인 여성들의 이미지가 왜곡되어 사람들에게 각인되버린 것은 참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여성 인권이 여전히 요란하게 부각되는 시대이다. 성 평등에 맞춰진 관점이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이용당하고 왜곡되는 것을 보면서, 그 왜곡된 이야기에 휘둘려 본질은 떠나 편 가르식으로 대립하는 현 상황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데이비스가 투쟁하던 시대에 빗댈 순 없겠지만 그에 뒤져지지 않는 공포감과 불안감에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많다. 이 책이 편가르기식 싸움이 아닌 본질을 찾는 과정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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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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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엔 유독 고양이와 관련된 소설이 많다. 아무래도 일본 소설 비중이 높은 까닭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고양이와 관련된 에세이는 물론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까지 장르도 다양한 글들을 접하며 일본인들의 고양이 사랑을 여러 번 느끼게 됐던 것 같다. 그리고 기존 일본 소설에서 느꼈던 따스했던 이미지가 강했던지라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라는 책도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는데 책 표지의 서늘한 표정의 집사 그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 이 책은 따스한 온기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한낮의 땡볕 아래 차에 남겨진 어린 소녀, 고압적인 젊은 아빠와 뜨거운 열기 속에 딸아이를 두고 가야 하는 엄마의 눈길이 불안하다. 그렇게 어린 딸을 차 안에 방치한 채 게임센터로 향한 부모님 대신 축 늘어진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인 검은 고양이, 하지만 도움을 알리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귀찮게 여기는 사람들, 결국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소녀는 그렇게 유명을 달리한다.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는 아이를 낳았지만 제대로 된 부모 의식 없이 아이를 방치하고 학대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잔혹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총 5편의 이야기가 미아키스 여관과 연관되어 이어지며 이야기 속에서 항상 소녀가 등장한다.

각자 다양한 이유로 여관 미아키스에 발길을 들인 주인공들, 연예인 꿈을 키웠지만 자신의 몸을 상품화시키는 것에 반감을 가지며 꿈을 접었지만 이후 다시 연예인 매니저 일을 시작하게 된 미사는 자신이 소녀 시절 겪었던 연예계의 민낯들을 소속사 아이돌에게 거리낌 없이 종용하는 자신이 혼란스럽다.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여자친구에게 빌붙어 사는 기요토는 어느 날 여자친구에게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도시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시골로 도망치듯 왔지만 여자친구의 권유에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한량처럼 지냈던 기요토는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뿌리치고 도망치게 된다. 도쿄지만 변두리라 거의 시골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자란 유카코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성적은 물론 외모 가꾸기에도 열심이었고 그것을 내세워 회사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지만 자신의 실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자부심을 회사에서 젊은 나이 탓으로 치부해버리는 바람에 결혼을 앞세워 그만두지만 몇 년이 지나 이혼하며 보기 좋게 자립하리란 계획은 점점 틀어지기만 한다. 미식축구 동아리 활동을 누구보다 즐겼던 겐토는 동아리 담당 선생님과의 마찰로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간다. 그런 분위기는 자신뿐만이 아닌 모두에게 전염되기에 이르렀고 합숙활동을 하기 위해 떠난 숙소에서 이탈하며 겐토는 선생님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어릴 때부터 엄마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언어 학대를 당했던 소노코, 학창 시절엔 학비를 벌어 엄마에게 갖다주며 효녀 노릇을 했지만 엄마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소노코를 대놓고 무시한다. 그런 생활은 고향으로부터 도망치게 한 계기가 되었지만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소노코는 호스티스 바를 출입하며 알게 된 남자친구에게 번 돈을 바치며 호구 노릇을 하게 된다. 그리고 원하지 않았던 임신을 하게 되면서 회사에서 부당 해고는 물론 남자친구에게도 버림받기에 이르는데...

그렇게 각기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어떤 자력에 이끌리듯 미아키스 여관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재의 고민들을 다양한 이유로 해결하며 미처 보지 못했던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게 된다. 두렵고 힘들어서 피했던 일들, 어떻게 해야 할지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답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고민들을 미아키스 여관 흑발의 오너와 오드아이인 이탈리아 요리사 팡구르, 통통한 안내 아가씨와 다소 어려 보이는 보이가 등장하며 도움을 준다. 그것이 비록 선의에 의한 것만은 아닐지라도 어쨌든 미아키스 여관을 찾은 이들은 또 다른 삶을 찾아 한 발짝 내딛게 되고 그 속에 죽은 소녀가 등장하며 생명에 대한 존귀함과 부모로서의 역할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준다.

최근 불거져 나오는 아동학대 이야기와 관련되어 깊이 있는 이야기였는데 오너가 들려주는 세계 전설 속 고양이 이야기까지 흥미로움을 더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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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안전가옥 앤솔로지 9
최구실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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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빌런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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