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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관 미아키스
후루우치 가즈에 지음, 전경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8월
평점 :
일본엔 유독 고양이와 관련된 소설이 많다. 아무래도 일본 소설 비중이 높은 까닭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고양이와 관련된 에세이는 물론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까지 장르도 다양한 글들을 접하며 일본인들의 고양이 사랑을 여러 번 느끼게 됐던 것 같다. 그리고 기존 일본 소설에서 느꼈던 따스했던 이미지가 강했던지라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라는 책도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는데 책 표지의 서늘한 표정의 집사 그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 이 책은 따스한 온기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한낮의 땡볕 아래 차에 남겨진 어린 소녀, 고압적인 젊은 아빠와 뜨거운 열기 속에 딸아이를 두고 가야 하는 엄마의 눈길이 불안하다. 그렇게 어린 딸을 차 안에 방치한 채 게임센터로 향한 부모님 대신 축 늘어진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인 검은 고양이, 하지만 도움을 알리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귀찮게 여기는 사람들, 결국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소녀는 그렇게 유명을 달리한다.
<고양이 여관 미아키스>는 아이를 낳았지만 제대로 된 부모 의식 없이 아이를 방치하고 학대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잔혹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총 5편의 이야기가 미아키스 여관과 연관되어 이어지며 이야기 속에서 항상 소녀가 등장한다.
각자 다양한 이유로 여관 미아키스에 발길을 들인 주인공들, 연예인 꿈을 키웠지만 자신의 몸을 상품화시키는 것에 반감을 가지며 꿈을 접었지만 이후 다시 연예인 매니저 일을 시작하게 된 미사는 자신이 소녀 시절 겪었던 연예계의 민낯들을 소속사 아이돌에게 거리낌 없이 종용하는 자신이 혼란스럽다.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여자친구에게 빌붙어 사는 기요토는 어느 날 여자친구에게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도시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시골로 도망치듯 왔지만 여자친구의 권유에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한량처럼 지냈던 기요토는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뿌리치고 도망치게 된다. 도쿄지만 변두리라 거의 시골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자란 유카코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성적은 물론 외모 가꾸기에도 열심이었고 그것을 내세워 회사에서도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지만 자신의 실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자부심을 회사에서 젊은 나이 탓으로 치부해버리는 바람에 결혼을 앞세워 그만두지만 몇 년이 지나 이혼하며 보기 좋게 자립하리란 계획은 점점 틀어지기만 한다. 미식축구 동아리 활동을 누구보다 즐겼던 겐토는 동아리 담당 선생님과의 마찰로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간다. 그런 분위기는 자신뿐만이 아닌 모두에게 전염되기에 이르렀고 합숙활동을 하기 위해 떠난 숙소에서 이탈하며 겐토는 선생님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어릴 때부터 엄마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언어 학대를 당했던 소노코, 학창 시절엔 학비를 벌어 엄마에게 갖다주며 효녀 노릇을 했지만 엄마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소노코를 대놓고 무시한다. 그런 생활은 고향으로부터 도망치게 한 계기가 되었지만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소노코는 호스티스 바를 출입하며 알게 된 남자친구에게 번 돈을 바치며 호구 노릇을 하게 된다. 그리고 원하지 않았던 임신을 하게 되면서 회사에서 부당 해고는 물론 남자친구에게도 버림받기에 이르는데...
그렇게 각기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어떤 자력에 이끌리듯 미아키스 여관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재의 고민들을 다양한 이유로 해결하며 미처 보지 못했던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게 된다. 두렵고 힘들어서 피했던 일들, 어떻게 해야 할지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답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고민들을 미아키스 여관 흑발의 오너와 오드아이인 이탈리아 요리사 팡구르, 통통한 안내 아가씨와 다소 어려 보이는 보이가 등장하며 도움을 준다. 그것이 비록 선의에 의한 것만은 아닐지라도 어쨌든 미아키스 여관을 찾은 이들은 또 다른 삶을 찾아 한 발짝 내딛게 되고 그 속에 죽은 소녀가 등장하며 생명에 대한 존귀함과 부모로서의 역할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준다.
최근 불거져 나오는 아동학대 이야기와 관련되어 깊이 있는 이야기였는데 오너가 들려주는 세계 전설 속 고양이 이야기까지 흥미로움을 더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