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학 필독서 50 - 플라톤부터 마이클 샌델까지 2500년 철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이시은 옮김 / 센시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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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철학 책에 빠졌던 적이 있었더랬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세상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학문이란 생각에 감명을 받으며 읽었지만 철학에도 다양한 학파가 나누어지고 다양한 인물들의 책들을 읽다 보니 누군가의 이야기는 나와는 맞지 않기에 책을 읽으며 왠지 모를 반발심이 들어 독서가 힘들어졌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래서 꽤 한동안 철학서를 가까이하지 않았더랬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일 년에 몇 권 되지 않는 정도로 심하다 싶을 정도의 편식을 해가며 독서를 하고 있는지라 다양한 사람들의 철학이 담긴 이 책이 궁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마치 중학생이 읽어야 할 문학 필독서와도 같은 느낌이라 반가우면서도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 같다.

플라톤부터 마이클 샌델까지 2500년 철학 명저 50권을 <세계 철학 필독서50>에 담았다고 하는데 철학이란 학문이 원래 심오하면서도 어쩔 땐 궤변이 아닌가 싶게 느껴질 때도 있어 어떻게 보면 재미있고도 흥미로운 분야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완전한 것 같으면서도 불완전해 보이는 학문이라 그런 양면성이 매력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건 어렵게 다가오는 학문이고 실제로 철학자들이 풀어놓은 책을 읽고 있으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뭔가 마음의 평온함도 함께 느껴지고 지금까지 나의 불완한 심리상태를 벗어나 편안한 상태가 되는 상황을 맞닥뜨린 적이 있었기에 굳이 이런 경험까지는 아니더라도 개개인마다 철학에서 느끼는 매력 포인트 또한 다양할 듯하다.

하지만 너무 깊게 들어가면 어렵다는 느낌에 독서마저 회피하고 싶어지는 경향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으니 철학 명저 50권을 맛보기 식으로 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뷔페에 가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과도 비슷한데 읽다 보면 나의 생각이 어디에 치우쳐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게 새로운 발견이라면 발견일까? 그리고 이들이 펼친 주장이 철학자들이 살아왔던 환경과도 어떤 연관 선상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이어지면 그래서 이런 주장이 나올 수도 있었겠다는 유추는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단어만 보면 알듯 말듯 하지만 정작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나 자신조차 미심쩍은 용어 설명을 친절하게 실어 놨으며 뒷면에 또 다른 철학명서50을 통해 간단한 소개가 실려 있어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골라 철학의 확장을 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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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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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할머니 중에 귀여움을 남발하시는 분은 무레 요코 작가님이 유일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귀여움 발사 넘버 투로 등극하신 '이나가키 에미코' 작가님의 에세이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는 제목부터 통통 튄다.

결혼 생활하며 아이를 키우고 사회생활도 하며 앞으로 달려가기만 했던 지난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세월이 야속할 만큼 빠르다는 말을 그 나이가 되어 체감하고 보니 세월이 왜 야속하게 느껴지는지 알만하다. 그런 날들을 지나 이제 겨우 개인적인 여유 시간이 주어지나 싶어질 찰나 이제는 자식이 낳은 손주들을 돌보느라 분주한 할머니들이 많다. 이쁘고 소중하지만 젊은 엄마들도 체력적으로 힘든 일을 할머니가 되어 또다시 육아에 돌입하게 되다니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육아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정년보다 길어진 수명은 노쇠한 몸으로 일을 더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오래 산다는 것이 마냥 축복만은 아니게 다가오는 현실에서 이런 걱정보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치열하게 고군분투했던 저자, 지금처럼 인권이나 노동법 등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 치열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그 시절에 오로지 일에만 매달리다 문득 거울을 보니 50세가 넘은 할머니가 된 자신을 발견했을 때 더 즐겁게 살지 못했던 것들이 마구 떠올라 울컥 울분이 차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어떤 이유로든 간에 저자인 '아나가키 에미코'는 어느새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되어버렸고 모 아니면 도라는 마음가짐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다 보니 잘하고 싶고 누군가가 연주한 피아노 연주곡처럼 가슴 떨리는 연주를 하고 싶은 로망에 피아노 연주에 매진하게 된다. 어린 시절 언니와 번갈아가며 쳤던 피아노, 엄마의 삼엄한 눈치가 없었다면 피아노를 좀 더 즐길 수 있었을까?

워낙에 악기에 대한 관심도 애정도 없는지라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다들 쳐봤던 피아노를 이 나이가 되어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제목에 보자마자 오랫동안 함께 해온 친구가 늘 해오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인데 친구는 어린 시절 피아노 치는 것이 너무 즐거웠지만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혼자 힘들게 아이를 키우게 되자 피아노를 더 이상 배울 수 없게 되어 그게 참 한이 됐더라는 이야기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제목을 보자마자 친구 생각이 났더랬다. 이 할머니는 왜 피아노가 치고 싶었던 것일까, 왜 50세가 넘은 나이가 되어서?

하지만 무엇을 배우든 간에 젊은 시절 배우는 속도를 이길 수 없겠고 젊은 시절엔 내년이나 내후년이나란 기간에 큰 타격이 없겠지만 50세가 넘은 나이에 하게 되는 배움이란 아무래도 심리적인 작용이 드는 게 당연하리라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한 말이 가슴에 크게 와닿았다. 어쨌든 50세가 넘고 보면 내일보다는 오늘이 내 생에 더 젊은 날이기에 더 나이 먹기 전에 하고 싶었던 것을 시작한다는 용기는 무엇을 시작하기에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나이는 없다는 교훈을 톡톡히 전해준다. 물론 피아노 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고 오랜만에 보는 악보가 눈에 익지 않는 것을 떠나 노안으로 음표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니 난감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연습에 임하는 저자, 그 자체만으로 이미 내 생에 빛나는 업적을 이루었다고 보여서 가슴 벅참도 느껴졌다. 나이 먹어서도 이렇게 귀엽고 긍정적인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바람과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을 좀 더 고민해 보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내 인생에서 무엇을 즐겨야 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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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사의 사랑
이순원 지음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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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박제사의 사랑>은 읽기 전에도 궁금증이 들게 하지만 읽은 후에도 여운이 남아 곱씹어 보게 되는 소설이다.

단순히 제목만 보면 박제사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듯하지만 아내의 자살을 파헤쳐 가는 추리 형식도 담고 있어 도대체 아내인 수인은 왜 죽었을까란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겨볼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군대에서 만난 인연으로 박제사란 직업으로 밥벌이를 하는 박인수와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아내 채수인, 갑작스러운 아내의 임신으로 제대로 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아들과 딸을 키우며 살기를 십수 년째, 박제사란 일이 일정한 보수가 정해진 일이 아니기에 인수는 장례지도사 일도 겸하며 일을 하고 아내인 수인도 요일을 달리하며 가사도우미 일을 하여 살림을 꾸려나간다. 서로 애틋해 죽고 못 사는 부부 사이는 아니지만 큰 불화 없이 여느 부부들처럼 살아왔기에 갑작스러운 아내의 자살은 더욱 인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아내는 왜 죽어야 했는가....

인수는 아내를 자살로 몰고 간 게 자신이 아니었을까 자책하기에 이른다. 자신이 그날 새벽 일을 마치고 내내 참았던 요의를 해소하기 위해 아내에게 미처 인사할 틈도 없이 화장실로 직행하지만 않았다면 아내는 자살하지 않았을까.... 화장실에서 발견한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 반응을 보고 그 남자가 누구냐고 닦달하지 않았다면 아내는 자살하지 않았을까.... 결국 아내는 자신을 임신시킨 장본인이 누구냐는 남편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자살을 선택했고 인수는 누구를 감싸주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던 것인지 미치도록 궁금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아내는 죽기 전 핸드폰으로 주고받은 문자며 연락처를 다 지운 상태로 자살했기에 인수는 그 어떠한 단서도 잡을 수가 없기에 아내의 죽음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박제사의 사랑>은 상대방이 누군지 추궁하는 인수의 대답을 회피하며 자살을 선택한 아내를 보낸 인수의 심경과 아내가 죽은 후 현금으로 입금된 천만 원과 두 개의 연락처를 향해 인수가 아내의 죽음을 파헤쳐 가는 과정과 박제사인 인수가 동물 박제를 하는 과정들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박제사란 직업과 실제로 동물 박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돼 도대체 수인은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동물들이 박제되어가는 과정도 꽤 흥미롭게 읽힌다.

그렇게 아내의 자살과 박제사 일이 교차되어 전개되는데 아내가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에서는 역시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름 반전도 반전이지만 수인의 인생이 너무 애달프기에 수인의 삶이 박제의 그것과 닮은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어 더 씁쓸한 마음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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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의 꽃 2 - 위대한 고구려의 전쟁
윤선미 지음 / 목선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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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인들의 기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인들에게 남다른 떨림을 안겨준다. 그런 고구려를 협공하여 망하게 한 나라라는 인식 때문에 초등학생 때 신라를 퍽이나 오랫동안 미워했던 기억도 있었더랬다. 어린 시절이라 정치적인 해석 따위를 알리 없었으니 아주 오랫동안 신라를 미워했고 이후 바라보는 견해나 해석이 바뀌면서 신라를 다시 보기도 했지만 고구려에 대한 한국인들의 자긍심은 꽤나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대한 고구려라는 나라에 한국인들의 가슴을 울렸던 장수가 있었으니 바로 '을지문덕', 하지만 그동안 교과서에서 배운 업적 외에 그의 출생과 어떻게 장수가 되었고 살수대첩 이후 그의 노년의 생활이 어떠하였는지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같다. 픽션으로라도 그가 살았던 그 시대를 알고 싶었기에...

상단에서 고래의 기름인 신루지를 찾는 일에 을비류는 태어날 아이와 아내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 상두에게 차용증을 써가며 고래잡이 선단을 수배하기 위해 동쪽 바다로 향하지만 돌아오기로 한 날이 지나도록 을비류는 돌아오지 않고 뱃속 아이와 함께 애타게 기다린 보람도 없이 남편의 허망한 죽음을 목도한 을문덕의 어머니는 빚쟁이들에게 벗어나 산속 폐가에 숨어들어 을문덕을 낳는다. 태어날 날이 더 남았기에 폐가에서 죽기를 바랐지만 어미의 자궁을 열고 산달보다 빨리 나온 을문덕을 보며 어머니는 폐가 뒤에 돌밭을 헤치며 억척스럽게 살고자 했고 그런 어머니 밑에서 을문덕은 온달장군을 마음에 새기며 큰 뜻을 품은 개마무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동네 아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을문덕은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없었고 그렇게 홀로 산을 벗 삼아 유년 시절을 보내지만 어머니는 을문덕이 큰 뜻을 품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쳐 주기를 바라 돌산을 벗어나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곳에 국밥집을 열고 을문덕이 글과 무예를 배울 수 있게 뒷바라지를 한다. 그러던 중 수도를 천도하는 행차에서 을문덕은 왕과 온달장군을 막아서 죽음에 직면하지만 찰나의 순발력으로 자신을 살려주면 나중에 고구려의 군병이 되어 십만 대군을 물리치겠노라는 장담에 목숨을 구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을문덕은 더욱 학업과 무예에 정진하게 된다.

그렇게 온달장군 같은 기개 있는 장군이 되겠노라 정진하지만 온달이 신라의 쇠뇌에 맞아 장렬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비보에 한달음에 평강공주의 집으로 달려간 을문덕은 추운 겨울 문밖에서 곡소리를 하다 혼절하게 되고 평강공주는 어린 시절 행차에서 마주했던 을문덕을 예사롭게 넘기지 않고 세연당의 우경 선인에게 을문덕이 기량을 더 갈고닦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준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후 을문덕은 제천 행사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치며 결승전까지 오르는데 복면을 한 상대방이 왕을 향해 화살을 쏘는 바람에 경기는 중단되고 역적을 색출하던 도중 그가 어릴 적 유일하게 말을 섞으며 마음을 쓰게 했던 가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을문덕의 바람에도 가리는 결국 색출되어 잡혀가 모진 고문을 받게 되는데 을문덕은 가리를 구하며 신라의 쇠뇌 기술을 빼오기 위한 첩자 활동을 위해 가리와 함께 쇠뇌 기술을 빼오기 위해 신라로 가겠노라 고구려 왕실에게 딜을 한다.

그렇게 가리와 함께 신라로 향한 을문덕, 신라의 우수한 쇠뇌 기술을 빼오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기유에게 다가가는 그들, 그런 일련의 다양한 일들 후 을문덕은 더 성장하여 전장을 누비는 장수가 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 죽음과 관련이 깊은 상두를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문덕은 상두의 뒤 배경이 거대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치명상을 입어 기억을 잃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살수의 꽃>은 제대로 된 기록이 없어 그의 행적을 다 따라가볼 수 없는 을지문덕의 생애를 재탄생시켜 소설에 녹여냈다. 그조차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기에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또한 을지문덕이라는 위인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역사적 사료와 자료들을 찾아보고 공부했을까 싶게 소설은 굉장히 생동감 있게 읽힌다. 보통 유명한 작가의 역사소설은 어느 정도의 믿음이 있는 편이지만 처음 접하는 작가의 소설은 비교를 할 수 없어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큰데 윤선미 작가님의 <살수의 꽃>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게 읽히기 때문에 저자의 이름을 보고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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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의 꽃 1 - 을지문덕의 약조
윤선미 지음 / 목선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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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인들의 기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인들에게 남다른 떨림을 안겨준다. 그런 고구려를 협공하여 망하게 한 나라라는 인식 때문에 초등학생 때 신라를 퍽이나 오랫동안 미워했던 기억도 있었더랬다. 어린 시절이라 정치적인 해석 따위를 알리 없었으니 아주 오랫동안 신라를 미워했고 이후 바라보는 견해나 해석이 바뀌면서 신라를 다시 보기도 했지만 고구려에 대한 한국인들의 자긍심은 꽤나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대한 고구려라는 나라에 한국인들의 가슴을 울렸던 장수가 있었으니 바로 '을지문덕', 하지만 그동안 교과서에서 배운 업적 외에 그의 출생과 어떻게 장수가 되었고 살수대첩 이후 그의 노년의 생활이 어떠하였는지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같다. 픽션으로라도 그가 살았던 그 시대를 알고 싶었기에...

상단에서 고래의 기름인 신루지를 찾는 일에 을비류는 태어날 아이와 아내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 상두에게 차용증을 써가며 고래잡이 선단을 수배하기 위해 동쪽 바다로 향하지만 돌아오기로 한 날이 지나도록 을비류는 돌아오지 않고 뱃속 아이와 함께 애타게 기다린 보람도 없이 남편의 허망한 죽음을 목도한 을문덕의 어머니는 빚쟁이들에게 벗어나 산속 폐가에 숨어들어 을문덕을 낳는다. 태어날 날이 더 남았기에 폐가에서 죽기를 바랐지만 어미의 자궁을 열고 산달보다 빨리 나온 을문덕을 보며 어머니는 폐가 뒤에 돌밭을 헤치며 억척스럽게 살고자 했고 그런 어머니 밑에서 을문덕은 온달장군을 마음에 새기며 큰 뜻을 품은 개마무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동네 아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을문덕은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없었고 그렇게 홀로 산을 벗 삼아 유년 시절을 보내지만 어머니는 을문덕이 큰 뜻을 품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쳐 주기를 바라 돌산을 벗어나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곳에 국밥집을 열고 을문덕이 글과 무예를 배울 수 있게 뒷바라지를 한다. 그러던 중 수도를 천도하는 행차에서 을문덕은 왕과 온달장군을 막아서 죽음에 직면하지만 찰나의 순발력으로 자신을 살려주면 나중에 고구려의 군병이 되어 십만 대군을 물리치겠노라는 장담에 목숨을 구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을문덕은 더욱 학업과 무예에 정진하게 된다.

그렇게 온달장군 같은 기개 있는 장군이 되겠노라 정진하지만 온달이 신라의 쇠뇌에 맞아 장렬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비보에 한달음에 평강공주의 집으로 달려간 을문덕은 추운 겨울 문밖에서 곡소리를 하다 혼절하게 되고 평강공주는 어린 시절 행차에서 마주했던 을문덕을 예사롭게 넘기지 않고 세연당의 우경 선인에게 을문덕이 기량을 더 갈고닦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준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후 을문덕은 제천 행사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치며 결승전까지 오르는데 복면을 한 상대방이 왕을 향해 화살을 쏘는 바람에 경기는 중단되고 역적을 색출하던 도중 그가 어릴 적 유일하게 말을 섞으며 마음을 쓰게 했던 가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을문덕의 바람에도 가리는 결국 색출되어 잡혀가 모진 고문을 받게 되는데 을문덕은 가리를 구하며 신라의 쇠뇌 기술을 빼오기 위한 첩자 활동을 위해 가리와 함께 쇠뇌 기술을 빼오기 위해 신라로 가겠노라 고구려 왕실에게 딜을 한다.

그렇게 가리와 함께 신라로 향한 을문덕, 신라의 우수한 쇠뇌 기술을 빼오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기유에게 다가가는 그들, 그런 일련의 다양한 일들 후 을문덕은 더 성장하여 전장을 누비는 장수가 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 죽음과 관련이 깊은 상두를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문덕은 상두의 뒤 배경이 거대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치명상을 입어 기억을 잃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살수의 꽃>은 제대로 된 기록이 없어 그의 행적을 다 따라가볼 수 없는 을지문덕의 생애를 재탄생시켜 소설에 녹여냈다. 그조차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기에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또한 을지문덕이라는 위인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역사적 사료와 자료들을 찾아보고 공부했을까 싶게 소설은 굉장히 생동감 있게 읽힌다. 보통 유명한 작가의 역사소설은 어느 정도의 믿음이 있는 편이지만 처음 접하는 작가의 소설은 비교를 할 수 없어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큰데 윤선미 작가님의 <살수의 꽃>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게 읽히기 때문에 저자의 이름을 보고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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