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의 꽃 1 - 을지문덕의 약조
윤선미 지음 / 목선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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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인들의 기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인들에게 남다른 떨림을 안겨준다. 그런 고구려를 협공하여 망하게 한 나라라는 인식 때문에 초등학생 때 신라를 퍽이나 오랫동안 미워했던 기억도 있었더랬다. 어린 시절이라 정치적인 해석 따위를 알리 없었으니 아주 오랫동안 신라를 미워했고 이후 바라보는 견해나 해석이 바뀌면서 신라를 다시 보기도 했지만 고구려에 대한 한국인들의 자긍심은 꽤나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대한 고구려라는 나라에 한국인들의 가슴을 울렸던 장수가 있었으니 바로 '을지문덕', 하지만 그동안 교과서에서 배운 업적 외에 그의 출생과 어떻게 장수가 되었고 살수대첩 이후 그의 노년의 생활이 어떠하였는지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같다. 픽션으로라도 그가 살았던 그 시대를 알고 싶었기에...

상단에서 고래의 기름인 신루지를 찾는 일에 을비류는 태어날 아이와 아내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 상두에게 차용증을 써가며 고래잡이 선단을 수배하기 위해 동쪽 바다로 향하지만 돌아오기로 한 날이 지나도록 을비류는 돌아오지 않고 뱃속 아이와 함께 애타게 기다린 보람도 없이 남편의 허망한 죽음을 목도한 을문덕의 어머니는 빚쟁이들에게 벗어나 산속 폐가에 숨어들어 을문덕을 낳는다. 태어날 날이 더 남았기에 폐가에서 죽기를 바랐지만 어미의 자궁을 열고 산달보다 빨리 나온 을문덕을 보며 어머니는 폐가 뒤에 돌밭을 헤치며 억척스럽게 살고자 했고 그런 어머니 밑에서 을문덕은 온달장군을 마음에 새기며 큰 뜻을 품은 개마무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동네 아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을문덕은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없었고 그렇게 홀로 산을 벗 삼아 유년 시절을 보내지만 어머니는 을문덕이 큰 뜻을 품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쳐 주기를 바라 돌산을 벗어나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곳에 국밥집을 열고 을문덕이 글과 무예를 배울 수 있게 뒷바라지를 한다. 그러던 중 수도를 천도하는 행차에서 을문덕은 왕과 온달장군을 막아서 죽음에 직면하지만 찰나의 순발력으로 자신을 살려주면 나중에 고구려의 군병이 되어 십만 대군을 물리치겠노라는 장담에 목숨을 구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을문덕은 더욱 학업과 무예에 정진하게 된다.

그렇게 온달장군 같은 기개 있는 장군이 되겠노라 정진하지만 온달이 신라의 쇠뇌에 맞아 장렬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비보에 한달음에 평강공주의 집으로 달려간 을문덕은 추운 겨울 문밖에서 곡소리를 하다 혼절하게 되고 평강공주는 어린 시절 행차에서 마주했던 을문덕을 예사롭게 넘기지 않고 세연당의 우경 선인에게 을문덕이 기량을 더 갈고닦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준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후 을문덕은 제천 행사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치며 결승전까지 오르는데 복면을 한 상대방이 왕을 향해 화살을 쏘는 바람에 경기는 중단되고 역적을 색출하던 도중 그가 어릴 적 유일하게 말을 섞으며 마음을 쓰게 했던 가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을문덕의 바람에도 가리는 결국 색출되어 잡혀가 모진 고문을 받게 되는데 을문덕은 가리를 구하며 신라의 쇠뇌 기술을 빼오기 위한 첩자 활동을 위해 가리와 함께 쇠뇌 기술을 빼오기 위해 신라로 가겠노라 고구려 왕실에게 딜을 한다.

그렇게 가리와 함께 신라로 향한 을문덕, 신라의 우수한 쇠뇌 기술을 빼오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기유에게 다가가는 그들, 그런 일련의 다양한 일들 후 을문덕은 더 성장하여 전장을 누비는 장수가 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 죽음과 관련이 깊은 상두를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문덕은 상두의 뒤 배경이 거대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치명상을 입어 기억을 잃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살수의 꽃>은 제대로 된 기록이 없어 그의 행적을 다 따라가볼 수 없는 을지문덕의 생애를 재탄생시켜 소설에 녹여냈다. 그조차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기에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또한 을지문덕이라는 위인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역사적 사료와 자료들을 찾아보고 공부했을까 싶게 소설은 굉장히 생동감 있게 읽힌다. 보통 유명한 작가의 역사소설은 어느 정도의 믿음이 있는 편이지만 처음 접하는 작가의 소설은 비교를 할 수 없어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큰데 윤선미 작가님의 <살수의 꽃>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게 읽히기 때문에 저자의 이름을 보고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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