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사의 사랑
이순원 지음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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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박제사의 사랑>은 읽기 전에도 궁금증이 들게 하지만 읽은 후에도 여운이 남아 곱씹어 보게 되는 소설이다.

단순히 제목만 보면 박제사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듯하지만 아내의 자살을 파헤쳐 가는 추리 형식도 담고 있어 도대체 아내인 수인은 왜 죽었을까란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겨볼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군대에서 만난 인연으로 박제사란 직업으로 밥벌이를 하는 박인수와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아내 채수인, 갑작스러운 아내의 임신으로 제대로 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아들과 딸을 키우며 살기를 십수 년째, 박제사란 일이 일정한 보수가 정해진 일이 아니기에 인수는 장례지도사 일도 겸하며 일을 하고 아내인 수인도 요일을 달리하며 가사도우미 일을 하여 살림을 꾸려나간다. 서로 애틋해 죽고 못 사는 부부 사이는 아니지만 큰 불화 없이 여느 부부들처럼 살아왔기에 갑작스러운 아내의 자살은 더욱 인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아내는 왜 죽어야 했는가....

인수는 아내를 자살로 몰고 간 게 자신이 아니었을까 자책하기에 이른다. 자신이 그날 새벽 일을 마치고 내내 참았던 요의를 해소하기 위해 아내에게 미처 인사할 틈도 없이 화장실로 직행하지만 않았다면 아내는 자살하지 않았을까.... 화장실에서 발견한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 반응을 보고 그 남자가 누구냐고 닦달하지 않았다면 아내는 자살하지 않았을까.... 결국 아내는 자신을 임신시킨 장본인이 누구냐는 남편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자살을 선택했고 인수는 누구를 감싸주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던 것인지 미치도록 궁금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아내는 죽기 전 핸드폰으로 주고받은 문자며 연락처를 다 지운 상태로 자살했기에 인수는 그 어떠한 단서도 잡을 수가 없기에 아내의 죽음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박제사의 사랑>은 상대방이 누군지 추궁하는 인수의 대답을 회피하며 자살을 선택한 아내를 보낸 인수의 심경과 아내가 죽은 후 현금으로 입금된 천만 원과 두 개의 연락처를 향해 인수가 아내의 죽음을 파헤쳐 가는 과정과 박제사인 인수가 동물 박제를 하는 과정들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박제사란 직업과 실제로 동물 박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돼 도대체 수인은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동물들이 박제되어가는 과정도 꽤 흥미롭게 읽힌다.

그렇게 아내의 자살과 박제사 일이 교차되어 전개되는데 아내가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에서는 역시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름 반전도 반전이지만 수인의 인생이 너무 애달프기에 수인의 삶이 박제의 그것과 닮은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어 더 씁쓸한 마음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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