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 - 이천 년을 내려온 나를 돌보는 철학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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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철학자인 세네카는 스토아학파로 유명하며 그가 남긴 명언은 세네카 명언집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될 정도로 현대인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 시대는 달랐어도 각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삶을 바라보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기에 몇천년 전에 쓰여졌어도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고난 앞에 선 사람들에게 삶을 뒤돌아보고 다시금 삶을 다질 수 있게 용기를 주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죽을듯이 힘들어도, 즐거워도 인생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사는 것이 즐겁고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나마 사는 것이 괜찮지만 인생의 고난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많으므로 그렇게 인생이 흘러갈 때 힘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글귀들을 볼 수 있다. 스토아학파하면 금욕주의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만큼 세네카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시간을 물쓰듯 낭비하는 일을 얼마나 경계해야할지에 대한 글들이 많다. 그와 함께 쾌락에 젖어 사는 삶을 고집는 글들이 유독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한참 젊음을 발산하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시대에 안맞아 와닿지 않아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보지만 역시 나이가 들면 이 말들이 무슨 말인지 깨닫게 되리란 생각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던 것 같다.

읽다보면 아리송한 글귀들도 있어 정확한 선을 그어 생각하기에 애매하게 다가오는 글들도 있지만 어쨌든 낭비 없는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타인의 삶에 눈길이 향하기보다는 자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알아야하며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조금의 쓸데없는 낭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세네카 명언의 주요 골자로 내가 지금 삶을 방탕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은데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할지 모르겠다면 조용히 내 자신에게 반문해가며 읽어보기 좋은 글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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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0분의 남자 스토리콜렉터 10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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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인 데커 시리즈로 친숙한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의 신간 <6시 20분의 남자> 또한 데커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인 줄 알았더랬다. 하지만 데커 시리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인 디바인이 등장한다.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군대에 입대해 내로라하는 특수부대에 소속되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 죽을 위험을 무릅써가며 군인으로서의 삶을 살던 디바인은 동료가 또 다른 동료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후 동료를 자살로 꾸며 죽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를 죽도록 폭행한 후 내버려 두어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런 일이 계기가 되어 디바인은 군대를 전역하게 되고 전직 군인에게 주어지는 특혜로 MBA 과정을 밟고 부모님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았던 세계 정상급 투자 회사에 인턴사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JP 모건 급 정상 투자 금융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카울앤드컴리의 인턴사원이 된 디바인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운동을 한 후 6시 20분행 기차에 몸을 싣고 출근한다. 자신의 실적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카울앤드컴리에서 끝까지 버텨 인턴사원에서 점프 업할 수 있을 것인가의 기로에 있는 디바인에게 정상적이지 않은 메일이 한통 도착한다. 세라 유즈가 죽었다는 메일이....

정상적이지 않은 메일 한 통, 카울앤드컴리에서 6년을 버텨 낸, 앞날이 창창할 세라는 디바인이 입사했을 때 멘토 역할을 해주었고 회사 밖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사이였으나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 못한 사이였기에, 심지어 똑똑하고 자살 징후가 전혀 없었던 세라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디바인은 의혹에 휩싸이고 그런 그에게 형사가 찾아와 세라와의 관계에 대해서 캐묻는다. 뒤이어 디바인이 몸담았던 특수부대에 있었고 정치계에도 있었던 캠벨이란 자가 디바인이 일전에 동료에게 했던 행동을 잡아 카울앤드컴리와 세라의 죽음을 캘 것을 제안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디바인은 인턴사원의 신분으로 세라의 죽음을 캐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그녀와 라이벌 선상에 있었던 스타모스도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등 의도치 않게 디바인이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이 된다. 뭔가 중요한 것을 빼뜨린 듯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이 자꾸만 석연치 않아 개운치 않았던 디바인은 맞물리는 사건들의 정황이 자신을 향해 조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위험에 빠지게 된다.

디바인과 같은 집에 사는 세 명의 친구들의 활약이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은 그대로 연결되어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는데 두께감이 꽤 있음에도 역시 발다치 소설답게 푹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어 다음에 이어질 후속작에서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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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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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양과 어렵게 느껴질 부분이 많으리라는 예상에도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문학의 역사를 되짚어가는 여행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 같다.

제목이 <문학의 역사>이니만큼 책장을 펼치면 연대표로 보는 문학의 역사가 한눈에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원전 20세기경 '길가메시'의 서사시부터 20세기 중반 이후의 '보이지 않는 인간'이나 '백년의 고독' 등의 작품이 실리는데 초반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를 시작으로 그리스나 로마, 인도의 작품에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유럽으로 점차 확대해나가는 작품 설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하다 마지막 20세기 중반 이후에 드디어 중국과 일본 작품이 등장하는데 소개된 작품이 모옌의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이다.

전반적으로 영국을 소재로 한 문학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며 유럽과 미국 문학이 소개되어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드디어 아시아 문학이 등장하는구나 싶은 것도 찰나 중국과 일본 문학 두 편만을 소개하고 있어 아시아 독자들에게는 아쉬운 마음도 크게 작용할 듯싶다. 어쨌든 아쉬운 마음을 조금 뺀다면 문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흥미로운 요소를 주는 이야기가 많아 조금 어렵게 다가오긴 했어도 지루하거나 읽는 것이 힘들다는 느낌은 덜했던 것 같다.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나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들을 당시 역사적인 상황과 함께 풀어쓰고 있어 작품에 깃든 작가의 야망이나 또는 그와 무관한 전지적 작가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위대한 문학이라 칭송받는 작품의 뒷이야기까지 모두 훑어볼 수 있는 대목이라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고 중간중간 고어의 단어가 어디에 기원했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있어 앎의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책을 좋아는 하지만 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의 작품이나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도 하였고 심지어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까지 등장하는 통에 평소 독서 습관이 편협하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잘 모르는 작가들과 이야기에는 잘 몰랐기에 신선하게 다가와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반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읽었다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들었다.

어쨌든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에 역사적인 사실이 함께 녹아들어 더 생동감 있고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었고 책장 한편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되짚어 읽어보면 좋을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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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도시
배명은 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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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뭐에 씐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인간의 심리적인 요인에 기인한 감정 기복일 테지만 누군가는 그 상황을 바라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요괴가 들어갔다 나간 것은 아닐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런 상상력이 <요괴도시>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요괴도시>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눈치를 받으며 자라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괴물로 커버린 아이들, 방임과 학대, 부모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해 영혼조차 외로운 아이들, 직장 후배를 성희롱하는 늙다리 상사, 나이 먹었음에도 여자들만 보면 추파를 던지는 늙은이, 어린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원조교제하려는 어른들, 과 후배들에게 접근해 자신의 쾌락만을 충족하고 가차 없이 버린 선배, 제대로 화를 다스리지 못해 여자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남자, 더럽고 위험한 오물을 사슬에 묶인 요괴들에게 던져주었던 인간의 더러운 탐욕...

단편들 속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야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현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오히려 현실보다 소설의 사건들이 오히려 약한 감이 있어 더 씁쓸하게 다가와지는 이야기, 울그락불그락하거나 빨간 핏줄이 터질듯한 선명한 눈을 가졌거나, 머리에 뿔이 있거나, 기괴하게 생긴 온갖 외모를 가진 요괴보다 어쨌든 더 무섭고 소름 끼치는 것은 인간이란 사실에는 어떤 반기도 들 수 없을 듯하다.

공포 소설의 밑바닥엔 인간의 잠재된 욕망과 시기 등이 합쳐져 발현되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분출되기도 하고 현실의 그런 이야기들은 오싹한 공포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7편의 이야기 중 폐기물을 먹는 요괴 이야기나 이시우 작가님의 '광원 공포증'은 기억에 남는데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문체가 매력인 이시우 작가님의 단편은 역시나 묘한 여운이 남는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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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도시
배명은 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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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일상에서의 탈출, 지금 어딘가에 요괴가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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