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실 - 제주에서 낭만을 즐길 시간 마실 시리즈 2
김주미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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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낭만을 즐길 시간 <제주 마실>

하루하루를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 누구보다 떠나기를 갈망할 것이다. 지쳐있는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다시금 으쌰으쌰 힘을 북돋워주는 것이 바로 여행일텐데 우리나라 많은 곳 중에 단연 으뜸으로 떠오르는 곳이 제주도가 아닐까 싶다. 태어난 곳은 대륙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섬에서 자랐던 나에게 섬이란 조용하고 고독하며 외로운 곳이었다. 저녁 8시만 되면 어둑해지는 시골길의 풍경은 한참 호기심이 많을 나이에는 터무니 없이 심심하게 여겨지던 곳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한 것이 나이가 먹고 아이를 낳으니 어린 시절 그렇게도 몸서리치게 외롭게 만들었던 섬이 그리워지더란 것이었다. 그런 섬에 대한 아련한 향수와 그리움은 제주도를 보는 시선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는데 젊은 시절 가방 하나 매고 훌쩍 떠난 제주도행과 결혼 후 시댁어른들과의 가족 여행, 올 봄 친정엄마와의 가족 여행이 다였는데 항상 다녀오고나서 더 심한 열병에 걸리듯 제주앓이에 빠지게 되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나와 같은 증상 때문에 사람들이 제주도에 가서 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신비한 마력이 숨어 있어 가슴 속에 잠든 그리움을 마구 토해내게 만드는 곳 제주도.

 

 

 

제주도에 대한 설렘과 그리움을 항상 담고 있기에 그런 그리움들을 떠올려보기에 더 없이 좋은 책이 이 책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빠른 시일내 당장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에게는 여행 기간동안 둘러볼 곳의 빡빡한 일정을 짜기에는 알맞지 않은 책이다. 각 거리마다의 소요 시간이나 제주도 지도나 여행 일정에 도움이 되는 팁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는 그곳의 느낌이 실려 있는 글들이 크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녀왔거나, 가보려고했으나 가지 못했거나, 언젠가는 가보고 싶었던 곳의 풍경이 실린 사진을 통해 내가 느꼈던, 혹은 저자를 통해 전해져오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음이 깃들어 있어 이 책을 읽는 내내 읽는 것만으로 제주도를 향한 애달픔이 어느정도 진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7가지 지역으로 나눠 함덕리, 평대리, 종달리, 세화리와 하도리, 위미리, 고산리와 모슬포, 애월읍으로 나뉘며 곳곳의 풍경과 관광지,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 또는 펍이나 카페, 동네 서점이 소개되어 있어 소소한 제주도의 일상을 눈으로 쫓기에 좋은 책이다. 이번 봄 제주도 여행은 방학시즌이긴 하였지만 사람이 많지 않았고 사드 문제로 중국관광객이 별로 없어 사실 나에게는 너무나 좋았던 여행이었는데 조용함을 떠올렸던 제주도 여행을 고스란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4년 전 가족 여행에서는 아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워대고 길바닥에 침을 뱉으며 어지간이도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제주도에 대한 환상이 깨져버렸던 탓에 많은 실망을 하게됐었는데 이번 여행은 제주도의 조용함과 변화무쌍한 날씨와 따뜻한 햇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책을 보고 있으니 여행하려고했으나 날씨 때문에 보지 못했던 해변과 다리가 불편해 일정에서 뺐던 오름 등이 인상깊게 다가왔는데 직접 걷고 보며 느낀 점이 소탈하게 적힌 글도 제주도 풍경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책이어서 다음번 제주 여행에서는 바쁜 일정 대신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여행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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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D 2017-09-1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타인의 글을 평가할 자격은 없지만 필력이 정말 좋으신 것 같아요. 리뷰라기보다는 그냥 에세이 한 권을 읽은 듯한 느낌입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푸른고양이 2018-01-19 14:42   좋아요 0 | URL
어머..리제님! 진심어린 글 감사합니다... 제가 책을 읽고 서평만 주로 올리느라 댓글을 잘 못보는데 정말 한참 전에 올리신 글을 이제서야 보게 됐습니다 ㅠㅠ 저도 다른 분들이 올리신 글을 가끔 볼때가 있긴하지만 댓글은 잘 안남겨놓는데 리제님을 보니 굉장히 부끄러워지네요..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