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나이, 삶의 행적,성격은 나와 확연히 다르지만 닮은 생각이 많아 나도 교환 일기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다.특히 연령 때가 더 가까운 경선씨는 마치 내 생각을 읽어 정리해 주는 것 같아 내 마음에 윤기를 흐르게 해 준 것 같다.‘이렇게 멋진 사람과 비슷한 생각을 하다니!’신 나고 유쾌하다.오늘은 요조씨의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요조씨의 삶을 대하는 진지하고 생생한 마음이 느껴진다.멋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글을 읽고 바뀐 습관 하나.이모티콘 대신 자세하고 생생한 마음 표현!
그래, 결국 그누구와 연애한다고 해도 단물과 쓴 물, 그 번잡함이 사랑과 연애의 본질, 그 모든 달콤하고 쓰라린 가능성을 다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엄중한 조건, 그렇다 하더라도 내 몸에서 심장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해주는 사랑과 연애는 역시 나는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드네. 이렇게 생긴 걸 나도 어쩌겠니. 그러니 새삼스럽게 나는 줄리언 반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노라고. - P244
사람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만짐touch‘이 필요하다고, 나중에 노인이 되면 그누구도 나를 만지지 않게 되는 일이 가장 서러운 일이라고, 각자도생의 시대에 스스로를 위무하는 데에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으며 우리는 어디까지나 타인의 체온을 필요로 한다고, 혼자 홀가분한 것도 좋지만 둘이 서로를 안을 때의 그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 P259
한국은 엄숙주의적인 데가 있어 번식이나 폭력이 아닌인간의 기쁨과 관련한 섹스 이야기에 대해서는 참 인색하잖아. 전반적으로 하찮은 욕망으로 취급받는달까. 하지만 식욕, 수면욕 등과 마찬가지로 성욕은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이라 언뜻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실은 아주 깊은 곳에서 한 사람의 인생에 절실한 문제라고 봐, 식욕과 수면욕이 충족이 안 될 때 균형이 무너지면서 병을 얻게 되는 것처럼, 조금씩 쌓여가는 성적 불만족은 다양한 왜곡으로 나타날지도 몰라. - P259
반대로 내가 잘나갈 때만 달라붙는 사람보다 어쩌면 더 음침하고 고약한 게 이런 ‘늪‘ 같은 유사 우정이 아닐까 싶어.상대의 불행을 위로하는 것보다 상대의 행복을 함께 기뻐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고도 하잖아.어떠한 특수 상황에 놓일 때만 ‘친구’가 겨우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 깊은 우정은, 공통의 적이 있든 없든, 일에서 잘나가는 못 나가든, 실연한 상태든 목하 열애중이든, 돈이 있든 없든, 그런 것들과는 관계없이, 그어떤 의무감 없이도 그저 보고 싶고, 그냥 ‘아무거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 별 내용도 없는 문자나 이메일이 와도 그저 즐겁고 신나고, 만나면 서로에게서 힘을 얻고, 못 만나더라도 불안해하거나 의심지 않는 그런 관계는 얼마나 소중한지. - P270
노력하는 사람이 왜 멋진 줄 아니? 다른 멋진 사람을 보고 ‘멋지다‘라고 순수하게 감탄하고 인정할 수 있어서 그래. ‘나도 저렇게 멋지고 싶다‘ 하고 기분좋게 동기부여를 받아 자신의 에너지를 무의식중에 끌어올리는 힘이 있어. 본인이노력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이런 반응이 가능한 거야. - P272
지금 이 시대가 자기이름을 내걸고 글쓰는 사람들에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 필연적으로 악플을 마주해야 하니깐. 악의와 악플에 대해서는 아무리 익숙해진다고 한들 완전히 초연해지긴 힘든 것 같아. 너와 나 포함, 쿨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잖아. 조금 더 참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 멘탈이 강하다기보다 그냥 ‘아는 고통‘이라 그나마 익숙한 것이고, 힘든 건 매번 마찬가지일 거야. 혼자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고독한 일이라 더 고통스럽기도하고, 가끔 글쓰는 후배들이 악플 때문에 힘들어서 내게 상담하면 나는 보통 이렇게 대답해. 우선, "어떤 사람이 너를(혹은 너의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이느냐는 너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문제야" - P195
우리들의 인생에서 기력, 체력, 능력, 이 세 가지가 가장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40대가 아닐까 싶어.감히 40대가 인생의 피크라고 말해본다. 하지만 그러기위해서는 몇 가지 지점들이 ‘정돈‘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 가령 이런 것들.우선 40대가 되면 대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져(아니 정확히는 가능해야만 해!!!!).극적인 변화나 기적은 사실상 일어나기 거의 불가능하거든. 속된 말로 자기 싹수를 자기도 아는 거야. 그러니 자기와 상황이 너무 다른 남들과 나를 비교하거나 질투하는 건 40대로선 해서는 안 되는 짓이야. 또한 이때는 여태까지 아무리 노력해도 치유하지 못한 내 안의 상처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기도 해, 즉 오랜 상처를 그냥 나의 일부로서 가지고 살자고 결기 있게, 밝게 체념할 줄 알아야 해. - P207
내 주변에 흔들리지 않은 사람 단 한 명도 없었어. 아무튼 마치 치열한 젊음을 은퇴한 것처럼 초연해지거나 고민이 다 해결되거나 그러지 않아. 그리고 몇살이 되어도 고민하는 것은 좋은 거야. 고민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뜻이니까. 고민을 하니까 우리는 스스로를찾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거야. 40대 되었다고 다 산 노인네처럼 굴지 말고 몸과 마음 둘 다 열심히움직여야지. 에너지는 사용한 만큼 고스란히 순환돼서내게 돌아오니까. - P210
하나의 통일된 시간의 흐름을 눈으로 돌아가며 우리는 타인과 약속을 하고 시간을 정하고, 일어날 시간을 정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정작 자기 인생에서는 제각각의 시계를 차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장강명작가님이나 박산호 번역가님처럼 자신에게 남아 있는전 생애를 추정해서 계산하는 시계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언니나 저처럼 1년 정도의 시간만 계산이 가능한 시계를 차고 사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중요한 것은내가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면서 사는 사람인지, 혹은 어떻게 운용하면서 살고 싶은지를 분명하게 파악하는 일일 텐데, 지난 언니 일기에 따르면 그것이 40대에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 P215
너와 나의 공통점이 1년 너머의 삶을 상상하지 않는것‘이라니 어쩐지 나도 외롭지 않고 좋네. 아이러니하지만 죽음을 의식할 때 사람은 현재를 보다 생생하게 살아가려 하고, 아낌없이 감정이나 감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 내게 어쩌면 내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끔 만드는 거라고생각해. - P219
페이는 그냥 ‘상대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다‘ 라고 못박고 시작해야 프리랜서로서 돈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가치를지킬 수 있는 것 같아. - P134
누가 뭐라 하든 내가 잘하고 못하고는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얄짤없이 알고 있는 것 같아. 그것도 그렇고 이제 내 나이에 유능과 무능을 논하는것 자체가 마치 30대가 성장통을 앓는다고 하는 것처럼 민망해. 40대쯤 되면 내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어느정도의 유용함‘ - 주변에 민폐보다는 도움이 되는 인간이어야겠지. - P136
하지만 구체적으로 눈에 보 이는 성과를 한번 내본다는 것은 페이스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불만이 끊임없이 소리 없이쌓이거나 조급해하지 않게 되는 거지.또하나는 프리랜서를 시작한 2005년부터 매해 꾸준히 연 수입이 늘어났고 3년 전쯤부터 내가 충분히 만족할 만한 안정적인 연 수입에 도달한 것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어. 흑자 대기업 - P137
직장에 다니는 것과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 둘 다 경험한 입장에선 어느 게 낫냐고? 나도 내 경험에서 밖에 말을 못하는데, 아무래도 직장생활은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일을 배울 수 있는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적게는7년, 많게는 10년 정도는 다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경험해봄직 해(나는 12년 했어).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일에서 조직관리와 사내 정치의 비중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독고다이‘ 기질, 예민하거나 완벽주의자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업무 경험을 살려 차라리 혼자서 스스로를 책임지는 프리랜서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 P138
‘쓴소리‘를 기꺼이 해주는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절감할수록 저 역시 그런 쓴소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하지 않겠냐고 스스로에게 엄히 묻게 돼요. 사실 저도 기본적으로 겁이 많아 직언을 잘하는 사람은 아닌데요. 그럼에도 제가 정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라면, 그리고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말이 그를 아프게 할 말이라면 눈 꾹 감고 그 사람을 아프게 해야만 한다고 지금은 믿어요. 그것이야말로 그 사람에게 갖고 있는 내 애정에 책임을 다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제가 그런 사람이 되는 데 성공한다면, 마찬가지로 저를 아끼는 누군가가 제가 부끄러워할, 속상해할, 화가 날 말을 한다고 해도 순간적인 욱한 감정에 멍청하게 속아넘어가지 않고 상대방이 내어준 용기와 책임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아픈 말이라도 말하겠다는 입, 아무리 아픈 말이라도 듣겠다는 귀, 어른의 우정을 위해 꼭 단련하지으면 안 되는 신체기관인 것 같아요. - P162
나는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직언해야 할 때, 바로 그 타이밍에 간결하게 말해버리는 편이야. 그리고 말하기에 앞서, 반드시 내 상태부터 점검해봐. 혹시 내 주관적인 생각 속에 상대를 맞추려는 게 아닐까, 내가 상대를 통제하려는 것 아닌가, 그리고 혹시 내가 지금 생리전이라서 이러는 건 아닐까.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그건 좀 아닌데"라고 직언할 때는 다음의 두 경우인것 같아.그 사람의 그런 생각 때문에 눈에 보이는 곤경에 처할 것 같은데, 당사자만 모르고 있을 때, 같이 일하는 사람의 경우, 그 사람의 그런 생각이 업무에 문제를 일으킬 것 같다는 판단이 설 때 - P165
네가 말했듯이 사람들은 직언하는 걸 어려워하니까, 확신이 안 선다 싶은 부분에 대해선 내가 먼저 직언을 구하려고 노력해. 내가 ‘신뢰‘하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해. 어떤 직언은 듣고 어떤 건 흘려넘기고 그러지않아,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이고 참고해.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적당히’ ‘헐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아니거든, 자신의 전부를 담아 부딪쳐가면서 살았고, 그렇게 해서 체득한 자신의 경험치와 관점이 있어. 자기 힘으로 이룬 성취’들이 있으면서도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결핍‘도 직시하기에, 오만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자기객관화가 가능할 정도의 겸손함이 있지. 또한 자아가 단단해서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시류에 편승하거나 남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고 하지 않아. 자기 분에 넘치는 탐욕도 없어야 해. - P166
기본적으로 자기 삶의 방식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계속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스스로를 정비할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직언도 함부로 남용하지 않기에 그들이 해주는 말에는 무게가 있어. 반면 자기 자신을 항상 남과 비교하면서 약자’ ‘피해자‘ ‘억울한 사람‘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직언에는 개인적인 문제가 투영되어 있거나 특정한 의도를 가진 직언 같아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가않지.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네들이 남들한테 직언을할지언정, 남들로부터 직언을 듣는 것은 못 견뎌한다는거야. 입만 열려 있고 귀는 닫혀 있으니 그건 좀 모순이지. 다시 말해, 남의 직언을 진지하게 들을 줄 아는 사람이 타인에게 말도 신중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 - P167
상대가 원하는대로 하기 위해 내가 무리해서는 안 돼.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되는 진리지. 내가 나를 억누르고 상대가 원하는바대로 하게 두면, 그리고 아무리 봐도 그 요구가 부당해보인다면, 내 안에 분노가 쌓이게 돼. 의무감에서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진심으로그 상대를 좋아할 수가 없어. 각자의 존엄을 가진 인간대 인간으로 좋아하고 싶으니까 그분들한테도 솔직해지고 싶었지. - P170
젊은 10대 20대보다 나이가 조금 들고 성숙해진 다음에 경험하는 사랑도 참 좋지 않나 싶어. 젊었을 때는 상대가 내 기준에 미달하면, 내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 하며 부들부들 떨지만 나이가 들어 다양한 경험을 거치면서 자기 자신의 불완전함을 깨닫게 되니, 상대에 대해서도 조금 관대하고 너그러워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나이들면 확실히 열정이 넘치거나 푹 빠지는 일은 줄어들지도 모르지만, 그 대신상대의 선하고 아름다운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나 상대의 결핍을 이해하는 능력은 깊어지니까. 아니 정확히는 깊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남자를 여자와 다른 종이라고 생각해서 완전한 이해를 구하지도 않고, 남자한테 큰 기대를 한다거나 의지한 적도 없었고, 남자가 내 인생이나 행복을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 P181
지옥이 별게 아냐. 혐오가 동력이 되는 사회, 이해와 타협, 합리적 논의 없이 힘겨루기로 상대 입을 막는 사회가 우리 가까이에 있는 지옥이라고 나는 생각해 - P110
앞으로도 시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도, ‘핵인싸‘가 아니라고 해도,‘한물갔다‘고 손가락질받는다 해도,좋아하는 일을 독립적으로 하며,남의 눈치보지 말고 너끈히 자유롭게 살아가자. - P113
저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참 좋아해요. 그리고 그 말이 정말 어려운 말이라는 것도 알아가는 와중이에요. 늘 깨어서 세상을 바로 보고 좋은 편에 서야 하지만, 옳은 편에 서 있으면서도 깨어 있어야 해요. 옳은 편에 섰다고 안심하면서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옳은 편이라는 명분에 취해서 옳지 않은 편에 선 사람들보다 더 깜깜한 혐오 속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 나자신을 의심하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