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결국 그누구와 연애한다고 해도 단물과 쓴 물, 그 번잡함이 사랑과 연애의 본질, 그 모든 달콤하고 쓰라린 가능성을 다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엄중한 조건, 그렇다 하더라도 내 몸에서 심장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해주는 사랑과 연애는 역시 나는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드네. 이렇게 생긴 걸 나도 어쩌겠니. 그러니 새삼스럽게 나는 줄리언 반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노라고. - P244

사람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만짐touch‘이 필요하다고, 나중에 노인이 되면 그누구도 나를 만지지 않게 되는 일이 가장 서러운 일이라고, 각자도생의 시대에 스스로를 위무하는 데에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으며 우리는 어디까지나 타인의 체온을 필요로 한다고, 혼자 홀가분한 것도 좋지만 둘이 서로를 안을 때의 그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 P259

한국은 엄숙주의적인 데가 있어 번식이나 폭력이 아닌인간의 기쁨과 관련한 섹스 이야기에 대해서는 참 인색하잖아. 전반적으로 하찮은 욕망으로 취급받는달까. 하지만 식욕, 수면욕 등과 마찬가지로 성욕은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이라 언뜻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실은 아주 깊은 곳에서 한 사람의 인생에 절실한 문제라고 봐, 식욕과 수면욕이 충족이 안 될 때 균형이 무너지면서 병을 얻게 되는 것처럼, 조금씩 쌓여가는 성적 불만족은 다양한 왜곡으로 나타날지도 몰라. - P259

반대로 내가 잘나갈 때만 달라붙는 사람보다 어쩌면 더 음침하고 고약한 게 이런 ‘늪‘ 같은 유사 우정이 아닐까 싶어.
상대의 불행을 위로하는 것보다 상대의 행복을 함께 기뻐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고도 하잖아.
어떠한 특수 상황에 놓일 때만 ‘친구’가 겨우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 깊은 우정은, 공통의 적이 있든 없든, 일에서 잘나가는 못 나가든, 실연한 상태든 목하 열애중이든, 돈이 있든 없든, 그런 것들과는 관계없이, 그어떤 의무감 없이도 그저 보고 싶고, 그냥 ‘아무거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 별 내용도 없는 문자나 이메일이 와도 그저 즐겁고 신나고, 만나면 서로에게서 힘을 얻고, 못 만나더라도 불안해하거나 의심지 않는 그런 관계는 얼마나 소중한지. - P270

노력하는 사람이 왜 멋진 줄 아니? 다른 멋진 사람을 보고 ‘멋지다‘라고 순수하게 감탄하고 인정할 수 있어서 그래. ‘나도 저렇게 멋지고 싶다‘ 하고 기분좋게 동기부여를 받아 자신의 에너지를 무의식중에 끌어올리는 힘이 있어. 본인이노력하면서 살고 있으니까 이런 반응이 가능한 거야.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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