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Melody - 세상을 위로하는 곽윤찬의 해피 재즈 이야기
곽윤찬 지음 / 테리토스(Teritos)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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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나라에서는 재즈라고 말하는 것들이 재즈가 아닌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재즈피아노를 가르쳐 준다고 말하고는 반주법을 가르쳐 주는 피아노 학원이나 재즈곡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듣기 편한 발라드 음악인 경우도 있습니다. 재즈에 깊은 조예가 있냐고 묻는다면 냉큼 그렇다고 말할 자신은 없지만 한동안 재즈피아노를 공부했기에 관심만큼은 많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어려운 재즈곡을 들으며 깜빡 졸기도 하지만 말이죠.

 

우연한 기회에 곽윤찬 선생님의 특강을 들은 일이 있었는데 나즈막하지만 재즈에 대한 강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의 음악은 잔잔하고 부드럽지만 그 속에는 뜨거운 열정이 끓고 있다는게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나라 최초로 재즈 뮤지션들의 꿈인 재즈 레이블 블루 노트에서 음반을 발매한 실력파라는 것도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는데 그 분의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무척 기뻤습니다. 곽윤찬 선생님의 재즈에 대한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를 만날거란 기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책은 크게 1부 'Happy Jazz' 와 2부 'i am Melody'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부 'Happy Jazz' 의 이야기가 더 좋았는데 곽윤찬 선생님이 피아노를 처음 만났던 이야기나,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아들 서원이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고 잔잔하게 실려 있습니다. 선생님이 참 유머러스하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부 'i am Melody'는 음반 'i am Melody'의 이야기와 신앙 이야기가 주로 들어있습니다.

 

Jazz는 자유로운 음악이며 조금은 슬픈 음악입니다. 특정한 규칙 없이, 오히려 규칙대로 음을 지키면 이상한 Jazz가 됩니다. 그리고 Jazz의 태생은 약한 사람들의 음악으로 시작되었으니 슬프기도 합니다. 이 책을 접하면서 자유로우면서도 슬픈, 깊이 있는 Jazz 이야기를 만나고 싶었는데 신앙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신앙과 Jazz 이야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책이겠지만 말이죠. 오랜만에 델로니우스 몽크의 Jazz에 빠지고 싶어집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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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바 마을 이야기
베르나르도 아차가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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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처럼 볼거리가 넘쳐나지 않았던 어린 시절엔 TV에서 해주던 외화 시리즈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특히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현실과 환상이 뒤범벅되어 있는 이야기를 단편으로 방영해주던 <환상특급>이라는 외화 시리즈를 상당히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워낙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작품이라 1960년대, 1980년대, 2000년대 세 차례나 만들어졌고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니 대단한 작품이지요. 기묘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 슬픈 이야기 등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같아서 어린 내게도 몹시 흥미롭고 재미있었던게 또렷이 기억납니다.

 

<오바바 마을 이야기>의 책소개를 보고서도 그 <환상특급>을 떠올렸습니다. 상상의 마을 오바바를 배경으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기이하고 신비한 스물여섯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라니 그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소설일거란 반가움과 기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바스크 문화의 수호자'라 일컬어진다는 베르나르도 아차가는 바스크어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바스크어는 고립어로 수십만의 사람만이 사용하는 언어라고 합니다. 소수민족의 언어로 쓰인 작품이 스페인 국립문학상을 수상하고 세계 여러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되는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합니다.

 

<오바바 마을 이야기>는 스물 여섯 편의 이야기가 연작으로 실려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성을 지니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물 여섯 편의 이야기는 또 다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1부 '어린시절'은 오바바 마을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바바 주민을 멸시하는 아버지와 함께 살지만 오바바 마을에 섞이고 싶어했던 에스테반, 어린아이가 멧돼지로 변신해 오바바 마을에 복수하러 온다는 내용의 수사신부 리사르디의 편지, 예전에 살았던 도시만 바라보며 오바바에 실망한 여교사.... 2부 '비야메디아나 마을을 기리는 아홉 마디의 말'은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3부 '마지막 단어를 찾아서'에는 스무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환상특급>을 떠올리며 신이 나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그것만큼 수월하게 읽히진 않았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책에 대한 정보는 최소한으로 얻은 후에 읽기를 좋아하는데 <오바바 마을 이야기>는 초반에 조금 읽다가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글을 찬찬히 읽은 후에 다시 읽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다시 읽으니 조금 낫더라구요. 쉽게 쉽게 읽을만한 책은 아니었지만 독특한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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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시
미사키 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지니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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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사라지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고개를 들 수 없을만큼 부끄러울 때, 나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그냥 내 존재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 하지만 그냥 생각일 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실현 가능하다고 해도 진짜로 그러길 원하냐고 묻는다면 성큼 대답하긴 어렵습니다. 사라지는게 '내'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라고 가정한다면 결사코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게 됩니다. 남겨진 사람의 슬픔과 고통은 겪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웃 마을 전쟁>으로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 미사키 아키의 작품인 <사라진 도시>는 나오키상에 후보작으로 오르기도 했답니다. 어떤 상을 수상한 작품들 모두가 나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지는 않았지만 '**상 수상작'이라던가 '**상 노미네이트'와 같은 문구는 언제나 귀를 솔깃하게 합니다. 미사키 아키의 전작 <이웃 마을 전쟁>도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던대다가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는 얘기도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사라진 도시>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어느날 도시가 사라져버립니다. 그런 일이 <사라진 도시>에서 벌어집니다. 집과 건물, 도로 등 도시의 형태는 남아 있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소멸하게 됩니다. 대략 30년에 한번씩 벌어지는 '도시의 소멸'은 도시 그 자체가 의식을 갖고 벌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도시의 소멸이 일어난 후에 소멸된 도시의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슬퍼하면 여멸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일을 방지하고 또 다른 도시의 소멸을 막아보고자 관리국에서는 소멸된 도시에 들어가 집집에 남아 있는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을 수거하고 사라진 도시에 관련된 책을 폐기하고 사라진 사람들의 사진이나 편지 등도 모두 수거해 갑니다.

 

유카는 30년 전 도시 쓰키가세가 소멸됐을 때 소울메이트인 존을 잃고 지금은 관리국에서 도시의 소멸을 막기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쓰키가세에서 회수 작업을 하던 아카네는 쓰키가세가 소멸됐을 때 다른 지역에 있어서 소멸을 피하고 혼자 남은 가즈히로를 만나서 30년을 그의 곁에 머물며 그를 돌봅니다. 쓰키가세의 소멸로 아내와 딸 부부를 잃은 나카니시는 쓰키가세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바람을 기다리는 집’이라는 펜션을 운영하지만 슬픔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아카네는 회수 작업을 그만두고 '바람을 기다리는 집'에서 머물며 펜션 일을 돕습니다. 쓰키가세의 소멸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쓰키가세의 소멸을 바라보고 있지만 또 다른 도시의 소멸을 막기 위해 묵묵히 나아갑니다.

 

이야기는 가볍지 않고 묵직하게 진행됩니다. 각각 별개처럼 진행되던 이야기가 조금씩 유기성을 갖고 움직이고 후반부에 갈수록 이야기에 마음이 동화되어감을 느꼈습니다. 미사키 아키의 작품을 두 권 만났는데 둘 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 분위기가 미사키 아키만의 색깔인지는 다른 작품을 만난 뒤에 정확해지겠지요. 머지않아 또 다른 작품을 만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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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 올리브 빛 작은 마을을 걷다
백상현 글 사진 / 시공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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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다녀 온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이탈리아를 꼽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과거 번성했던 시절의 유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도시 곳곳이 그 자체가 박물관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구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급격한 산업화를 겪은 우리 나라는 손상되고 파괴된 문화유산들이 많은데 이탈리아는 오랜 세월 유물을 잘 지켜온듯해서 부럽습니다.

 

과거 찬란했던 시절을 어마어마한 유물들을 보는것도 좋겠지만 소도시의 아기자기함을 맛보는것도 큰 즐거움이 아닐까합니다. 관광객이 많은 곳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여행지를 좋아하는 내게는 조그만 소도시를 다룬 여행책은 완소 아이템입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사람이 붐비지 않고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책으로 나온 후에는 관광객들이 붐비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은 제목부터 내 마음에 쏙 듭니다.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지가 아닌 소도시를 다뤘다니 보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이탈리아에서 그나마 규모가 작고 덜 알려진 여행지를 소개 받을 수 있을거란 기대로 냉큼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부디 내가 원하는 아름다운 풍광이 많이 담겨 있기를....

 

책은 서른 곳이 넘는 이탈리아의 소도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렌토, 팔레르모, 피렌체, 베네치아 등 조금 익숙한 도시들도 있지만 알베로벨로, 마테라, 라벨로, 알페 디 시우시, 산 지미냐노 등 생소한 도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도시를 소개하자면 돌로 쌓은 원추형 지붕과 하얀벽으로 이루어진 트롤이 수백채 모여있는 알베르벨로, 협곡을 따라 층층이 구멍이 뚫려 있는 수천 개의 동굴 거주지가 보는 이를 압도하는 마테라, 아름다운 아말피 해안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고 존 스타인벡이 그 아름다움을 칭송했다는 포시타노,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코모 등이 있습니다.

 

도시의 아름다운 유적과 풍경 뿐만 아니라 그 도시가 만들어진 역사나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간단한 여행 정보도 실려 있긴 한데 이탈리아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에겐 좀 부족할것 같습니다. 이탈리아를 전체적으로 다룬 여행서를 곁들여서 함께 보면서 여행 루트를 짠다면 멋지고 실속있는 나만의 여행을 만들 수 있겠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제게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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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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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다니다보면 조그마한 손수레에 폐품을 싣고 다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종종 보게됩니다. 뜨거운 여름 햇빛 아래서도, 볼이 터질듯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에도 할머니의 손수레는 쉬지 않습니다. 용돈벌이 삼아 쉬엄쉬엄하시는 일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하루에 버는 몇 천원이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분들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우리나라 은퇴한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층이라는 기사도 있었지만 그렇게 노년에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요...

 

젊어서는 자식 키우고 공부시키느라 한숨 돌릴 여력이 없었고 그 당시만해도 부모의 노후는 자식이 책임지는게 당연하던 시절이라 당신들의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분들이 많았을거라 짐작했었습니다. <비탈진 음지>의 첫머리를 읽고 나니 또 다른 이유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정래 선생님은 페품을 주워 팔아야하는 노인들이 6,70년대 '무작정 상경 1세대'라고 말합니다. 산업화가 한참이던 그 시절, 농촌 인구는 대거 도시로 이동합니다.

 

그들은 농부에서 도시빈민으로 전락했고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40년이 지난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는 거죠. '무작정 상경 1세대'에게 도시는 얼마나 팍팍하고 살기 힘든 곳이었을까요. 도시의 삶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서울토박이인 나도 도시가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아무것도 손에 쥔것 없고 비빌 언덕이 되어줄 아는 사람 하나 없던 그네들에게 도시에서의 삶이란 팍팍하기 이를데 없었을거라 어렴풋이 짐작합니다.

 

<비탈진 음지>의 주인공 복천 영감은 아내의 병으로 인해 빚을 지고 아이 둘을 데리고 고향을 떠나 야반도주를 합니다. 남의 집 소를 몰래 팔아 겨우 마련한 돈으로 시작한 서울 생활은 녹록치가 않습니다. 맨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노동판에선 일을 시작해 보지도 못하고 일꾼들에게 쫓겨나고 지게꾼으로 나서지만 다른 지게꾼들에게 몰매를 맞습니다. 돈을 몽땅 털어 시작한 땅콩 장사는 모조리 도둑 맞고 맙니다. 몸살을 앓고 난 복천 영감은 자리다툼이 필요없고 고향에서 낫갈던 솜씨를 살릴 수 있는 칼갈이를 시작합니다.

 

복천 영감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복천 영감의 진한 전라도 사투리가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는데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정겹게 다가옵니다. 복천 영감이 만난 도시 빈민들의 이야기도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1973년에 중편으로 쓰여졌고 이번에 장편으로 다시 쓰였다는데 70년대 그 시절엔 그랬구나 싶은게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닌게 놀랍습니다.

 

40년이 흐른 지금도 도시 빈민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전혀 없는 세상은 이상에서만 가능한 일일까요. 현실에서도 가난한 사람이 없는 그런 시절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대가의 작품을 새롭게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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