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도시
미사키 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지니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고개를 들 수 없을만큼 부끄러울 때, 나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그냥 내 존재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 하지만 그냥 생각일 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실현 가능하다고 해도 진짜로 그러길 원하냐고 묻는다면 성큼 대답하긴 어렵습니다. 사라지는게 '내'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라고 가정한다면 결사코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게 됩니다. 남겨진 사람의 슬픔과 고통은 겪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웃 마을 전쟁>으로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 미사키 아키의 작품인 <사라진 도시>는 나오키상에 후보작으로 오르기도 했답니다. 어떤 상을 수상한 작품들 모두가 나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지는 않았지만 '**상 수상작'이라던가 '**상 노미네이트'와 같은 문구는 언제나 귀를 솔깃하게 합니다. 미사키 아키의 전작 <이웃 마을 전쟁>도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던대다가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는 얘기도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사라진 도시>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어느날 도시가 사라져버립니다. 그런 일이 <사라진 도시>에서 벌어집니다. 집과 건물, 도로 등 도시의 형태는 남아 있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소멸하게 됩니다. 대략 30년에 한번씩 벌어지는 '도시의 소멸'은 도시 그 자체가 의식을 갖고 벌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도시의 소멸이 일어난 후에 소멸된 도시의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슬퍼하면 여멸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일을 방지하고 또 다른 도시의 소멸을 막아보고자 관리국에서는 소멸된 도시에 들어가 집집에 남아 있는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을 수거하고 사라진 도시에 관련된 책을 폐기하고 사라진 사람들의 사진이나 편지 등도 모두 수거해 갑니다.

 

유카는 30년 전 도시 쓰키가세가 소멸됐을 때 소울메이트인 존을 잃고 지금은 관리국에서 도시의 소멸을 막기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쓰키가세에서 회수 작업을 하던 아카네는 쓰키가세가 소멸됐을 때 다른 지역에 있어서 소멸을 피하고 혼자 남은 가즈히로를 만나서 30년을 그의 곁에 머물며 그를 돌봅니다. 쓰키가세의 소멸로 아내와 딸 부부를 잃은 나카니시는 쓰키가세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바람을 기다리는 집’이라는 펜션을 운영하지만 슬픔을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아카네는 회수 작업을 그만두고 '바람을 기다리는 집'에서 머물며 펜션 일을 돕습니다. 쓰키가세의 소멸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쓰키가세의 소멸을 바라보고 있지만 또 다른 도시의 소멸을 막기 위해 묵묵히 나아갑니다.

 

이야기는 가볍지 않고 묵직하게 진행됩니다. 각각 별개처럼 진행되던 이야기가 조금씩 유기성을 갖고 움직이고 후반부에 갈수록 이야기에 마음이 동화되어감을 느꼈습니다. 미사키 아키의 작품을 두 권 만났는데 둘 다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 분위기가 미사키 아키만의 색깔인지는 다른 작품을 만난 뒤에 정확해지겠지요. 머지않아 또 다른 작품을 만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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