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 발랄한 고구레빌라

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어떤 작가를 떠올리면 같이 떠오르는 이미지, 분위기가 있기 마련인데 미우라 시온은 정형화된 분위기를 떠올리기 힘든 작가입니다. 그간에 만나본 그의 작품들을 보면 나오키 상을 수상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이나 청춘물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처럼 가볍고 유쾌하게 인간의 내면을 이야기하는 작품도 있고 <월어> 같은 로맨스 작품도 있고, <검은 빛>처럼 한 없이 어두컴컴한 인간의 심연을 건드리는 무거운 작품도 있습니다. 각기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지만 기본적으로 미우라 시온의 작품은 재미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미우라 시온의 특기는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이나 이번에 읽은 <고구레빌라 연애소동>과 같은 가볍고 유쾌한 연작 단편집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은 도쿄 세타가야다이타 부근에 있는 고구레 영감님네 낡은 빌라를 중심으로 여러 인문들의 이야기를 연작 단편의 형태로 그리고 있습니다. '미우라 시온의 천진난만하고도 섹시한 일곱 편의 사랑과 성(性)이야기'라는 표지의 문구처럼 천진난만한 사랑과 성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섹시하지는 않습니다 ㅎㅎ. 첫번째 이야기는 203호에 사는 마유의 이야기입니다. 낡은 고구레빌라에 사는 꽃가게 점원 마유의 집에 쳐들어온 전애인 나미키.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로 3년전에 훌쩍 떠나 연락 한 번 없었던 나미키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마유, 마유의 현재 애인 아키오는 요상한 동거아닌 동거를 하게됩니다. 그들은 어떤 결말을 만들어낼까요.

 

고구레빌라의 주인인 일흔이 넘은 고구레 영감님은 친구의 병문안을 갔다가 문득 거절 당하지 않는 섹스가 하고 싶어집니다. 이런저런 고심끝에 선택한 출장 서비스. 고구레 영감님은 무사히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마유가 일하는 꽃집 주인 사에키가 남편의 외도를 짐작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 우연히 발견한 구멍으로 아래층 여대생 미쓰코를 훔쳐보는 간자키, 아기를 갖지 못하는 미쓰코가 친구의 아기를 돌보게 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 요리를 만든 사람이 거짓말을 하거나 바람을 피면 모래 맛이나 흙탕물 맛이 나서 먹을 수가 없다는 니지코와 나미키의 우연한 만남.

 

일곱 편의 이야기를 빠져들듯 순식간에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저 가볍고 유쾌하다고 넘길 수 없는 이야기가 미우라 시온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에피소드에서 단역처럼 지나가던 사람이 다른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되어 전하는 이야기가 하나씩 하나씩 수수께끼를 푸는것처럼 재미있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자기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하고 가끔은 엉뚱한 사건사고가 등장해서 피식 웃게 만들기도 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맛있는 빵타지아

파란달의 빵타지아 : 두 번째 이야기 - 더 쉽고, 더 가볍고, 더 행복해진
정영선(파란달)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11월

우리집에는 빵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가족들 모두 빵을 좋아하는터라 생각나는 사람이 조금씩 빵을 사오는지라 빵이 떨어질 날이 없습니다. 파는 빵에 생각보다 많은 염분과 설탕, 버터 등이 들어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되지만 좋아하는 빵을 끊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차선책으로 생각한게 직접 빵을 굽는것이었습니다. 직접 만들면 염분이나 설탕을 좀 줄이고 좋은 재료를 써서 빵을 만들 수 있을테니 빵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과제빵 학원에서 배우면 좋겠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뒤로 미루고 일단은 몇 권의 요리책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필요한 도구들이 많고 만들기도 쉽지가 않더군요. 겨우 기본적이고 간단한 빵을 몇 번 구워봤지만 다양한 빵맛을 낼 수 없으니 여전히 제과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란달의 빵타지아 두 번째 이야기>는 첫번째 책이었던 <파란달의 빵타지아>보다 더 쉽고, 더 가볍다는 표제를 보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아무리 맛있고 아무리 예쁜 요리라도 내가 따라서 만들지 못한다면 그림의 떡일 뿐이니 거창한 요리보다는 내가 쉽게 따라할 수 있고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요리가 주로 들어있는 요리책을 좋아합니다. <파란달의 빵타지아>는 그런 요리책이었습니다. 너무 복잡하지 않고 조금만 노력하면 제법 따라 만들 수 있는 요리비법이 많이 들어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이번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그런 요리비법을 많이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로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 책은 크게 쿠키, 머핀과 파운드 케이크, 파이와 타르트, 케이크, 다양한 빵 등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간중간 '파란달의 빵유랑기'라는 코너를 넣었는데 영국, 일본,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난 빵에 대한 에피소드를 간략하게 싣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앞쪽에는 기본 반죽하는 법, 재료를 준비하는 법, 필요한 도구들,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Q&A 등이 담겨있어서 처음 제빵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겠다 싶었습니다. 버터링 쿠키, 얼 그레이 쿠키, 감자 크래커, 허브 칼릭 스콘, 녹차 피낭시에, 다양한 기본 빵들은 만드는 법과 재료가 간단해서 금세 따라 만들 수 있을것 같습니다. 다양한 케이크나 타르트는 조금 난이도가 있긴 하지만 몇 번 시도하다 보면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을 넘겨보는 중에도 입 안에 침이 고입니다. 맛있게 구워지는 빵 냄새, 따끈따끈한 빵을 오븐에서 꺼낼때의 설레임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베이커리 요리책 중에서는 파란달의 빵타지아 시리즈가 제일 활용도가 높습니다. 앞으로도 파란달의 빵타지아가 난이도를 조금씩 높여서 계속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말에는 가족들을 위해 오랜만에 오븐 좀 돌려봐야겠습니다. 투박하지만 소박한 맛을 내는 나만의 빵을 좋은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싶어집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천사를 만납니다..

천사의 걸음 One Love
김명미 지음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1월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삶이 가끔은 숨이 가쁘게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서 도시를 떠나서는 살아본 적이 없어 분명 익숙할대로 익숙한 도시의 삶인데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그럴때면 사람이 넘치는 관광지가 아닌 조용한 곳에 가서 가만히 가만히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오면 숨이 쉬어집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가능하다면 깨끗한 물이 흐르는 조용한 곳에서 텃밭 가꾸며 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주위를 보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물질이 넘치고 정보가 흘러 넘치는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건 소비하는 삶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게 아니라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천사의 걸음>은 그런 물질이 넘치는 삶을 놓고 소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날수 있는 책입니다. 사진작가 김명미씨가 2006년에 참여한 레인보우 게더링과 몇 년 뒤, 호주 브리즈번, 님빈, 바이런 베이를 여행하며 만났던 느리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담았습니다. 레인보우 게더링이란 매년 한 번씩 지구 곳곳에서 열리는 일시적인 공동체 모임인데 자연의 품에서 조화로운 삶을 실천하는 모임이라고 합니다. 한 달 동안 무지개처럼 다양한 국가와 인종이 모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1972년 미국에서 시작된 후로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태국에서 열린 레인보우 게더링에 우연하게 참여하게 된 작가는 그 속에서 사랑과 나눔의 가치를 온 몸으로 느끼고 배우고 돌아옵니다. 지켜야할 규칙을 지키고 서로의 식사를 함께 준비하며 명상을 하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하면서 자연 그대로의 삶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해변에서 뛰어노는 사람들도 있고 자연스럽게 옷을 벗고 있는 사람도 있고 최소한의 물질로 최소한의 오염을 시키면서 사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느리게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과연 내가 말로만 느리게 살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움켜쥐고 있는 것들을 조금씩 덜어내면서 정말로 느리게 욕심없이 가볍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 편, 주위를 둘러보며 욕심내고 질투하고 많은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도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상을 조금 더 살다보면 그런 욕심 가득한 마음이 줄어들고 가볍고 욕심 없는 마음이 점점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죠.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힘내라, 세풍아~!!

웰컴, 마이 퓨처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3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11년 10월

얼마전 수능을 앞둔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압박감에 시달리다 못해 최악의 선택을 해버린 어린 친구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생각해보면 내가 고등학생이었을때도 벌어졌던 일인데 지금까지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니 답답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품어주지 못하고 자꾸만 벼랑으로 몰고만 있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큰 일이 아니었다는걸 알게된다는걸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우리 어른들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부만이 제일 중요하고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어른들의 왜곡된 강요가 아이들을 약하게 만들고 병들게 하고 있는건 아닌지...

 

양호문 작가의 <웰컴 마이 퓨처>에는 공부하고 전혀 친하지 않은, 수능에 대한 고민하고도 거리가 먼 세풍이가 나옵니다. 엄마와 장애가 있는 누나와 역시 장애가 있는 형과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세풍이는 씩씩합니다. 틈나는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며 학교 아저씨를 도와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잡초를 제거하는것도 도와드립니다.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자 세풍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배달일을 시작합니다. 세풍이는 엄마를 위해 가게를 얻어주고자 열심히 일을 하지만 일은 자꾸만 꼬이기만 합니다.

 

주방장의 미움을 사서 배달일도 그만두게 되고 학교를 그만뒀단 이유로 엄마의 눈초리를 받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엄마의 구슬 꿰는 부업을 돕고 새로운 일을 찾습니다. 이삿짐을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났던 소녀에게 관심이 생겨 불량 구슬을 하나씩 하나씩 모아 목걸이를 만들어 소녀에게 선물을 합니다. 자신의 선물에 대한 소녀의 답변을 기다리던 세풍이에게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급히 배달을 하라는 사장님의 성화에 눈길을 급히 달리다 사고가 나고 맙니다. 세풍이의 앞날엔 왜 자꾸만 이런 일만 벌어지는걸까요.

 

세풍이에게 자꾸만 안좋은 일만 벌어져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형편도 좀 좋아지고 하는 일도 좀 잘 풀리고 그러길 빌었는데 꼬이기만 하니 마음을 졸이며 읽었습니다. 게다가 세풍이의 주위에는 어쩜 그렇게도 야비하고 인색한 어른들이 많은지 미안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한 얼굴로 청소며 빨래를 열심히 하는 세풍이를 보면 웃음이 지어집니다. 청소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세풍이가 전공을 살려 청소를 직업으로 삼았으니 세풍이에게 앞으로는 부디 좋은 일만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체스를 통해 시를 쓰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ㅣ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11월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는 천재 수학자와 파출부와 그녀의 아들 이야기가 잔잔하고 감동적으로 펼쳐졌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쓴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관심이 갔습니다. 제목부터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라니 '고양이', '코끼리', '헤엄' 이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데서 어쩐지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 슬며시 옷이 젖듯이 그렇게 이야기가 내 마음에 스며들며 감동을 주었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잔잔한 내용만큼이나 잔잔하게 널리 사랑받았기에 이번 책은 어떤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을 줄지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됐습니다.

 

소년은 입술이 붙은채로 태어났습니다. 분리 수술을 받았지만 정강이 피부를 이식해서 입술에 솜털이 자랍니다. 소년은 할머니, 할아버지, 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백화점 옥상에서 몸집이 너무 커져버려 옥상에서 내려올 수 없게 되어 옥상에서 생을 마감한 코끼리 인디라를 친구 삼습니다. 우연히 버스 회사의 한편에 서있는 낡은 버스 안에서 한 남자, 마스터를 만나 그에게 체스를 배우게 됩니다. 쿠키와 케이크를 잘 굽는 마스터는 몸집이 점점 커져서 버스에서 나가기 힘들어져 소년은 걱정을 합니다.

 

어느날 마스터는 거구의 몸 때문에 죽음에 이르고 소년은 커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열 한살의 몸으로 성장을 멈춥니다. 소년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러시아의 전설적인 체스 기사 알렉산드르 알레힌을 본떠 만든 자동 체스 인형 ‘리틀 알레힌’ 안에 들어가 대전을 펼치고 아름다운 기보(棋譜)를 남깁니다. 소년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체스를 두는게 아니라 체스판 위에서 아름다운 시를 만드는 그런 체스를 둡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고 '리틀 알레힌' 이라고만 알려진 소년의 체스 인생이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체스에 대해 조금 더 잘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랬더라면 소년의 체스 인생에 조금 더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자꾸만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비교하게 되는건 어쩔수 없었습니다. 잔잔하게 물드는 그런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는데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는 조금 버거웠습니다. 오가와 요코의 다른 작품들도 많이 소개되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뛰어넘는 수작을 만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