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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게 될 거야 - 사진작가 고빈의 아름다운 시간으로의 초대
고빈 글.사진 / 담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서점에 가면 다양한 여행서적이 가득합니다. 여행에 대한 정보를 주목적으로 해서 다양한 나라들을 다루고 있는 시리즈도 한 둘이 아니고 개인적인 여행담을 소개하는 여행 에세이 또한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렇게 여행서가 쏟아져 나오는건 그만큼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겠지요. 실제로 여행을 떠날 사람들이 정보 수집을 위해서 책을 읽는 경우도 있을테고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여행서를 읽는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내 경우를 생각해보면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정보수집 차원에서 책을 읽는 경우보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려고 여행서를 읽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한 사람들의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 다른 사람의 여행 이야기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비록 다른 사람의 이야기지만 감정이입을 해서 뭉클한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마음 깊은 곳이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다음에 내가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 나라의 그곳에 가서 이런 음식을 먹고 저런 사람들을 만나봐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이 팍팍해지거나 사는 게 따분해 질때면 여행 에세이를 뒤적이게 됩니다. 요즘 눈에 띄는 여행에세이는 유명한 관광지를 다룬 책보다는 네팔, 인도, 라오스, 티벳 등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만나게 될 거야>도 표지의 큰 눈이 맑고 따뜻해 보이는 두 아이와 아이들의 눈과 꼭 닮은 큰 눈을 가진 당나귀의 사진이 눈을 잡아 끌었습니다.
사진작가 고빈님의 에세이집인 <만나게 될 거야>는 자연과 동물, 사람이 어우러진 따뜻한 사진이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그의 사진처럼 그의 글도 참 따뜻했습니다. 인도와 티벳 등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지역을 돌면서 만난 동물과 사람, 자연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힌두쿠시에서 버스 편을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당나귀를 사서 당나귀와 함께 고개를 넘었던 이야기, 푸리 해변의 떠돌이 개 시봄과 베나레스 강변에서 만난 개 차멜리의 이야기, 히말라야 계곡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염소족 바카르왈과 물소족 구자르족 이야기, 우연히 만난 파란소와의 인연 이야기, 티벳 호숫가에서의 이야기 등이 큰 골격입니다. 각 장의 끝부분에 사진과 사진에 대한 짤막한 글이 담겨있는데 참 좋았습니다.
내가 이 책에 나온 곳들을 여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가보지 못할 확률이 훨씬 크겠지요. 하지만 그리 아쉽지는 않습니다. 내가 직접 가서 여행을 한다고 해도 동물과 사람, 자연에 대한 애정을 이 책속에 담겨있는만큼 느끼긴 힘들것 같으니까요. 책을 한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갈수록 팍팍했던 마음이 말랑말랑해졌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 사진들을 다시 한 번 보면서 사진 속의 동물과 사람과 자연과 눈을 맞춰봅니다. 눈이 맑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울적해지거나 사는게 허무해 질 때면 이 책 속의 사진들을 다시 꺼내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아야겠습니다. 좋은 책을 만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