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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 아름다운 공존을 위한 다문화 이야기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꿈결 / 2012년 3월
평점 :
예전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던 실험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습니다. 길가던 시민에게 외국인이 길을 묻고 그 반응을 보는 실험이었는데 외국인의 피부색에 따라 반응이 달랐습니다. 백인에게는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길을 설명해주는 반면 흑인에게는 손사레를 치며 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실험 내용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내 마음에도 그것과 비슷한 편견이 있다는걸 새삼스럽게 깨달으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백인은 우월한 선진국 사람이고 흑인이나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우리보다 못사는 후진국 사람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놀라웠습니다.
<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는 SBS스페셜 제작팀이 2006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제작, 방영했던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엮은 책입니다. 우리가 학창시절 교육받았던 단일민족의 허상에 대한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단일민족이라는 사상이 얼마나 그릇된 인식을 우리에게 심어주는지 알게됐습니다. 한국에서 12년간 거주하며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미국 출신 흑인 여성 레슬리 벤필드가 넘을 수 없었던 한국의 벽, 엄마와 아빠는 스리랑카 사람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인으로 자란 영광이, 아빠가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이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던 다니엘....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편견의 시선으로인해 상처 받았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머지않았던 과거에 우리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을텐데, 그리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인종에 대한 편견으로 상처받고 있을텐데 그런 아픔을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돌려주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얼마전 미국에서 후드티를 입은 흑인을 범죄인으로 오인해서 총격을 가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인종 문제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건 알았지만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런 사건들은 더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나라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함께 살고 있고 다문화 가정도 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차별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차별 문제 등 우리에게도 인종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사고방식과 인식을 바꿔서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넓은 포용력을 길러야겠습니다. 나와 '틀린'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 뿐임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