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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상페
장 자크 상뻬 지음, 허지은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장 자끄 상뻬를 처음 만난건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통해서였습니다. 처음 느낌은 특별할 것도 없는 어쩐지 쓱쓱 대충 그린듯한 그림이네 하는것이었고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귀엽고 따뜻한 그림이구나 느껴졌습니다. 특별할것 없는 그림과 특별할것 없는 이야기가 왜그리 좋았었는지 콕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책으로 인해 장 자끄 상뻬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 후로 장 자끄 상뻬의 책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 읽으며 그의 그림이 주는 따뜻함과 편안함에 점점 더 매료됐고 그의 책이 출간되면 쪼르르 서점으로 달려가 상뻬의 책을 내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뉴욕의 상뻬>는 시사 문화잡지인 <뉴요커>에 1978년부터 인연을 맺어 30여 년에 걸쳐 실린 장 자끄 상뻬의 표지를 모아놓은 작품집입니다. 잡지라면 의례 표지에 기사 제목을 주르륵 나열하기 마련이지만 <뉴요커>는 1925년 창간 이래 표지에는 어떤 기사 제목도 싣지 않고 그림만을 싣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만큼 표지의 그림은 대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고 상뻬도 그 대가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30여 년간 계속 표지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건 정말 대단한 일일겁니다. 이 책에서는 <뉴요커>에 실린 그간의 상뻬 작품을 볼 수 있는데다가 <텔레라마> 편집장 겸 대표를 지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의 인터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상뻬의 그림을 페이지를 가득채운 크기로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원화를 보는 감동까지는 느끼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그의 그림을 자세히 볼 수 있는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림은 한 번, 두 번, 세 번 보면 볼수록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뉴욕의 한가로운 풍경도 만날 수 있고 공연장에서의 귀여운 꼬마 숙녀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위트가 넘치는 그림도 있고 서정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림도 있습니다. 장 자끄 상뻬의 인터뷰를 읽는것도 재미있었지만 역시 그의 그림을 보는 재미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힘없이 쓱쓱 그려낸것 같은 상뻬의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제법 두툼한 이 책을 책상에 두고 머리가 복잡해지거나 마음이 시끄러울 때 꺼내보면 어쩐지 상뻬의 그림이 내 마음을 토닥여줄것 같습니다. 이번 책도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어 줬는데 그의 다른 책이 또 나오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뉴욕의 상뻬>를 보고 또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