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망의 리스트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김도연 옮김 / 레드박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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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만일 로또에 당첨이 된다면...'이라는 상상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매주 로또를 꼬박 꼬박 사면서 기대를 품는 사람들뿐 아니라 로또를 사지는 않았어도 달콤한 상상을 해보는 사람들도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많은 돈이 과연 나의 행복을 담보해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사실 최소한의 경제적인 여건만 충족되어진다면 경제적인 부분이 행복과 그리 큰 관련이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로또에 당첨되는 달콤한 상상을 종종 하게됩니다. 로또에 당첨되어 얼마의 당첨금을 받는다면 얼마는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얼마는 어디에 쓰고, 얼마는 노후를 준비하고, 얼마는 어려운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상상만해도 조금은 행복해집니다. 실제로 그만큼의 돈이 생기면 생각만큼 행복할지 모르겠지만 '만일...'이라는 상상은 현실에서보다 달콤합니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내 욕망의 리스트>의 소개글을 봤을때는 조금은 가벼운 블랙코미디가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로또에 당첨된 여자, 당첨금을 들고 도망간 남편... 소재를 보고 좌충우돌의 이야기일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전체적으로 진지한 이야기였습니다. 작은 마을에서 수예점을 하면서 평범한 삶을 살던 조슬린은 어느날 270억 로또에 당첨이 됩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상금 수령 기간 마지막날 조슬린은 당첨금을 받아 수표를 감추어둡니다. 당첨금으로 하고 싶은 일을 조목조목 적어보기도 하지만 남편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보통의 날들을 보냅니다. 수예점도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성실한 남편은 변함없이 자상한 모습이고 좋은 이웃들과도 아웅다웅하면서 소박한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조슬린은 270억의 당첨금을 어찌해야할지 전전긍긍 고민하다 수표를 없애버리기로 마음 먹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남편이 수표와 함께 사라집니다. 일확천금의 꿈보다는 소박한 삶의 행복을 선택했던 조슬린은 잃어버린 당첨금보다 사랑하는 남편의 배신에 힘겨워합니다. 270억의 수표를 들고 아내를 떠났던 남편은 10개월 동안 돈은 펑펑 썼지만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몸부림치다 남은 220억과 편지를 조슬린에게 보냅니다. 조슬린이 조목조목 적었던 리스트를 과연 실현시킬 수 있을지...

 

조슬린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과 일확천금의 경제적 풍요 중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 만일 내가 조슬린이라면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소박한 행복을 위해 엄청난 돈을 포기하는 것도, 엄청난 돈을 위해 소박한 행복을 포기하는 것도 다 싫습니다. 소박한 행복과 적당한 돈을 함께 갖고 싶다는 무지막지한 욕심을 부려봅니다. <내 욕망의 리스트>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가랑비에 조금씩 조금씩 옷이 젖듯이 이 소설도 내 마음을 조금씩 적셔갔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적셔가는 소설... 좋아합니다. 그래서 <내 욕망의 리스트>를 읽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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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번지는 유럽의 붉은 지붕 - 지붕을 찾아 떠난 유럽 여행 이야기 In the Blue 5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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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짐 시리즈를 처음 만난건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때의 놀라움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라는 나라에 대해서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해 본적이 없었는데 그 책 속에서 만난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움은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여행하고 싶은 나라를 꼽으면 크로아티아를 제일 먼저 꼽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번짐 시리즈는 그후로 꼭 챙겨보는 여행서입니다.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 등 처음 만났던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만큼은 아니었지만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유럽을 '붉은 지붕'과 연결해서 전체적으로 조망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 '붉은 지붕'편에는 체코의 체스키 크룸로프,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몬테네그로의 스베티 스테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 마케도니아의 오흐리드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잿빛 지붕'편에는 프랑스의 파리, 룩셈부르크, 스위스의 인터라켄 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자주 보던 파리의 모습과는 다른 파리의 모습은 조금 생경했습니다. 방의 개수만큼 파리의 지붕에 쪼르르 서 있는 굴뚝의 모습은 그동안 보았던 파리의 모습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어서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을 부분적으로 훑어보는 느낌의 책이라 아쉽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인 번짐 시리즈라기 보다는 외전 격인 느낌이랄까요...

 

유럽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그려지는 모습이 '붉은 지붕'입니다. 유럽엔 여러 문화적, 예술적인 가치가 높은 곳들도 많지만 보통 사람들이 사는 흰 벽에 붉은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즈넉하고 소박한 그들의 마을이 부럽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빽빽한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우리의 도시를 생각하면 더욱더 부러워집니다. 식민시절을 겪고 전쟁을 겪고 군사정권을 겪은 현대사를 생각하면 유구한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던 유럽과 비교한다는게 말이 안되긴하지만 말이지요. 어느정도의 성장을 이룬 지금도 무조건 헌것은 부수고 새롭고 높은 건물을 세우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네 도시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옛 것, 낡은 것, 소박한 것이 주는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이제라도 조금씩 보이는게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우리도 유럽의 어느 마을들처럼 우리가 지닌 소박한 것을 세월의 아름다움을 입혀서 후손들에게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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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븐 - 에드가 앨런 포 단편집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0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심은경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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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에 반 학생들이 한 두권씩 모아 교실 뒤편에 마련한 학급문고를 즐겨 이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각 학교마다 도서관이 잘 조성되어 있는듯하지만 내가 학교 다니던 때에는 반마다 자급자족의 형태로 마련한 학급문고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학급문고가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한 반 정원이 50명 정도였으니 한 두권씩만 내어놓아도 책이 제법 되어 1년 동안 그 책들을 빌려 읽는게 참 좋았습니다. 인기가 좋은 책은 빌려 읽기가 힘들긴 했지만 다양한 책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건 지금 생각해도 좋은 제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시절에 인기가 좋았던 책이 홈즈 시리즈, 공포.추리 소설집 등이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도 어린 내게 엄청나게 무서웠던 이야기 중 하나였습니다. 기르던 검은 고양이가 주인에게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는 우리 집 고양이에게 친절을 베풀게 만들고, 우리 집 담벼락을 괜시리 쳐다보게 만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나를 떨게 만들었던 검은 고양이 이야기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이란걸 알고 포의 단편집 등을 찾아 읽곤 했습니다. <더 레이븐>도 포의 단편집이라 예전에 읽었던 작품은 다시 읽어보고 읽지 못했던 작품은 새롭게 읽어보려는 마음에 선택했습니다.

 

책은 '공포'라는 타이틀에 <검은 고양이>등 4편의 작품이, '추리' 타이틀에 <모르그 가 살인사건> 등 4편의 작품이, '환상'이라는 타이틀에 <어셔가의 몰락>과 <더 레이븐> 등 6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검은 고양이>는 다시 읽으면서 곱씹으니 내가 기억했던 부분과 다른 부분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극한에 몰린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는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 오랑우탄이 등장하는 살인사건을 추리해 가는 <모르그 가 살인사건>, 암호풀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황금벌레> 등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성격을 잘 보여주는 단편이었습니다.

 

요즘엔 다양한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등장해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새롭거나 놀랍지는 않지만 100여 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라는걸 감안하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00여 년 전의 우리 나라를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이렇게 엔터테이너적인 소설들이 읽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집니다. 지금 극장에서 <더 레이븐>이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 에드거 앨런 포가 등장하는 영화라고 하니 어떤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냈을지 가서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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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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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의 섬>으로 2011년 에드거상, 매커비티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 브루스 디실바의 이력이 다채롭습니다. 40여 년 동안 언론계에 몸담았고 퓰리처상을 비롯한 주요 언론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에드 맥베인의 권유로 1994년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했고 2010년에야 그 소설을 마무리 지었는데 그 소설이 바로 <악당들의 섬>입니다.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가 작가로 데뷔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긴하지만 거장의 권유로 시작했던 소설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완성해서 예순이 넘은 나이에 데뷔를 하고 그 작품으로 많은 상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마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상 이력과 책의 띠지에 적혀 있던 마이클 코넬리의 극찬을 보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미국의 가장 작은 주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의 작은 마을 마운트 호프에서 연이은 화재가 발생합니다. 화재로 건물이 소실되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방화범의 윤곽은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기자인 멀리건은 다른 기사를 쓰라는 편집장의 압력에도 방화범을 쫓는데 깊이 관여하게 됩니다.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소꼽친구 로지를 만나서 방화범을 쫓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쉽게 꼬리가 잡히지 않습니다. 화재는 정점을 달리고 멀리건의 가까운 사람들도 피해를 입고 맙니다. 방화범은 누구이고 무슨 이유로 방화를 저지르는걸까요...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대화가 계속됩니다. 영어권 소설을 읽다보면 유머 코드가 달라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몰라도 전혀 유머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의 유머러스한 대화는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너무 그런 대화가 많다는건 별로였지만 말이지요. 지루하지 않게 읽어나갔지만 뒷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식상한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어권 스릴러 소설의 전형적인 흐름이라 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위를 날려줄 오싹한 소설을 기대했는데 아쉬웠습니다. 어쩌면 기대가 커서 실망도 큰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처절한 심리를 그려내는 그런 소설이기를 바랐는데 말이에요... 더위를 날려줄만큼 오싹한 소설은 아니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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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능한 만남들 - 나를 키운 지구촌 인터뷰
홍선기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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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을 만나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 아는 사람조차 만나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말 편한 사람 몇 명과의 인간관계만 유지하고 살고 있습니다. 불편한 사람을 만나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혼자 책을 보는게 더 좋다고 생각하기에 편협한 인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런 편협한 인간관계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냥 나 좋은대로 살자고 마음먹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지 않는 대신에 책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간접체험을 합니다. 나처럼 낯선 사람을 어려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씩씩하고 싹싹하게 잘 지내는 사람도 있구나 감탄을 하면서 말이지요.

 

비행기표와 달랑 20만원을 들고 세계를 향해 떠난 용감한 청년의 이야기가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에 담겨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생활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어느날 문득,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으로 결심을 합니다.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 내가 아는 사람도 없는, 기댈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낯선 곳에서 미친듯이 고생을 해보자고 말입니다. 철 좀 들어서 오겠다는 결심으로 새학기에는 복학할 것을 부모님에게 약속드리고 아무도 없는 낯선 런던으로 떠납니다. 민박집에서의 머슴살이(?), 한국식당 아르바이트, 민박집 매니저, 영국식 펍에서의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일자리를 경험하면서 차근차근 세계여행을 준비해갑니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궁합이 전혀 맞지 않았던 민박집 주인, 한국식당에서 만난 조선족 아줌마, 영국식 펍을 훌륭하게 운영해가고 있는 셰프 킴, 펍의 단골 손님들.... 항상 좋은 관계만 있었던건 아니지만 모든 만남에서 배울점을 찾아냅니다. 젊은 청년이 참 건강한 마음을 가졌구나 감탄했습니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떠난 세계 여행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암스테르담에서 한국어로 말을 건냈던 홍등가의 여인, 진짜 카우보이가 되는 꿈을 갖고 있는 올드 네바다의 카우보이 할아버지, 잉카의 미래인 아이들, 이집트의 만도 아저씨... 다양한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을 지켜보는게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들의 유학 생활 뒷바라지를 위해 시카고의 식당에서 일했던 엄마의 발자취를 더듬는 장면은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아들이 걱정할까봐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던 엄마의 거짓말을 다 큰 어른이 된 후에 엄마의 발자취를 찾아가면서 알게됩니다. 자식을 위해서는 모든것을 희생하고 감수해내는 우리 엄마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나'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부모님 곁에서 편안하고 안온한 생활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내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저자처럼 아무도 없는 낯선 곳으로 떠날 용기는 없지만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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