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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능한 만남들 - 나를 키운 지구촌 인터뷰
홍선기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낯선 사람을 만나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 아는 사람조차 만나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말 편한 사람 몇 명과의 인간관계만 유지하고 살고 있습니다. 불편한 사람을 만나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혼자 책을 보는게 더 좋다고 생각하기에 편협한 인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런 편협한 인간관계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냥 나 좋은대로 살자고 마음먹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지 않는 대신에 책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간접체험을 합니다. 나처럼 낯선 사람을 어려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씩씩하고 싹싹하게 잘 지내는 사람도 있구나 감탄을 하면서 말이지요.
비행기표와 달랑 20만원을 들고 세계를 향해 떠난 용감한 청년의 이야기가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에 담겨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생활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어느날 문득,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으로 결심을 합니다.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 내가 아는 사람도 없는, 기댈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낯선 곳에서 미친듯이 고생을 해보자고 말입니다. 철 좀 들어서 오겠다는 결심으로 새학기에는 복학할 것을 부모님에게 약속드리고 아무도 없는 낯선 런던으로 떠납니다. 민박집에서의 머슴살이(?), 한국식당 아르바이트, 민박집 매니저, 영국식 펍에서의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일자리를 경험하면서 차근차근 세계여행을 준비해갑니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궁합이 전혀 맞지 않았던 민박집 주인, 한국식당에서 만난 조선족 아줌마, 영국식 펍을 훌륭하게 운영해가고 있는 셰프 킴, 펍의 단골 손님들.... 항상 좋은 관계만 있었던건 아니지만 모든 만남에서 배울점을 찾아냅니다. 젊은 청년이 참 건강한 마음을 가졌구나 감탄했습니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떠난 세계 여행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암스테르담에서 한국어로 말을 건냈던 홍등가의 여인, 진짜 카우보이가 되는 꿈을 갖고 있는 올드 네바다의 카우보이 할아버지, 잉카의 미래인 아이들, 이집트의 만도 아저씨... 다양한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을 지켜보는게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들의 유학 생활 뒷바라지를 위해 시카고의 식당에서 일했던 엄마의 발자취를 더듬는 장면은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아들이 걱정할까봐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던 엄마의 거짓말을 다 큰 어른이 된 후에 엄마의 발자취를 찾아가면서 알게됩니다. 자식을 위해서는 모든것을 희생하고 감수해내는 우리 엄마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나'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부모님 곁에서 편안하고 안온한 생활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내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저자처럼 아무도 없는 낯선 곳으로 떠날 용기는 없지만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